10일 오전까지 공식 논평 안 나와…트럼프의 ‘햄버거 대화’ 뜻도 이해 못하는 듯
  • "트럼프 당선? 야, 이건 아닌데…." 북한 김정은 또한 트럼프 당선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김정은 사진 캡쳐
    ▲ "트럼프 당선? 야, 이건 아닌데…." 북한 김정은 또한 트럼프 당선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김정은 사진 캡쳐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가 美45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파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의 ‘자칭 진보’ 기득권 세력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북한 김정은 또한 예외는 아니어 보인다.

    北선전매체 ‘노동신문’은 10일 ‘미국의 대조선 제재 압살 책동은 파산을 면할 수 없다’는 논평을 내고, “미국이 바라는 조선의 핵포기는 흘러간 옛 시대의 망상”이라면서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는 결국 내년에 집권할 새 행정부는 주체의 핵강국과 상대해야 할 더 어려운 부담을 들씌워 놓았다”는 주장을 폈다.

    北‘노동신문’의 논평은 차기 트럼프 정부를 향해 “대북제재를 하면 미국이 망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으로 도배돼 있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압박을 한 것이 실패했다면서 “대조선 제재 압살에 광분한 美집권자들의 가련한 운명은 제재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명확히 실증해주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눈덩이처럼 커져온 그 부담이 이제는 미국의 생사존망과 직결되고 있는 것으로 하여 후임자는 더 큰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는 소리를 해대기도 했다.

    北‘노동신문’은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간) 제임스 클래퍼 美국가정보장(DNI)이 美외교협의회(CFR)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 핵개발 포기는 불가능”이라고 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美정책 결정자들은 이를 참고하라”는 주장도 했다.

    北‘노동신문’의 이 같은 논평은 지난 9일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의 논평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 눈에 띤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우리가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굴복할 때까지 제재 압박을 가하면서 인내성 있게 기다린다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 패배로 끝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또한 “오늘날 근본적으로 달라진,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우리가 이룩한 모든 재부는 바로 미국식 힘의 논리, 약육강식의 법칙이 이 땅에서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완벽하게 실증하고 있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미국은 집권층 내부에서까지 확대되고 있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이성적으로 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10일 오전까지 북한 선전매체들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지난 9일자 논평과 거의 같은 맥락의 무기명 논평을 내놓은 것으로 볼 때, 김정은 집단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적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경우에는 1994년 당시의 사례를 참고해 대응전략이나 협상전략을 마련할 수라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는 북한이 갖고 있는 정보도 턱없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3월에는 도널드 트럼프를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가, 트럼프가 유세 기간 중 “북한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자 6월에는 “현명한 지도자감”이라고 추켜세우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때 북한은 트럼프가 “내가 북한에 간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김정은이 미국에 오면 대화를 해볼 수는 있다. 다만 일반적인 만찬은 아닐 것이다. 테이블에 ‘햄버거’를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한 말에 담긴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였다.

    김씨 왕조 체제 유지를 위해 국가적 자원을 쏟아 붓는 김정은 집단의 사고방식으로 볼 때, 북한은 한동안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 한 소규모 도발과 함께 美-北 직접 협상을 통한 ‘평화협정 체결’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