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ITF 태권도 시범단, 90년대 축구선수로 외화벌이…10여개 국과 ‘스포츠 교류’ 추진
  • ▲ 과거 남북 태권도 교류 당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시연 장면. ⓒ유튜브 공개 영상 캡쳐
    ▲ 과거 남북 태권도 교류 당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시연 장면. ⓒ유튜브 공개 영상 캡쳐


    정상적인 국가에서 뛰어난 운동선수는 높은 소득과 시민들의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김정은이 지배하는 북한에서는 운동선수가 뛰어나도 ‘노예’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7일 “북한이 체육선수를 해외에 진출시켜 외화벌이를 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양 소식통은 “체육성 산하 협회 관계자의 말”이라며 “김정은이 체육강국노선을 앞세워 체육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감독과 선수들을 해외에 진출시켜 돈벌이를 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집단은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로 보내는 일반 근로자들이 월 100~500달러 정도의 급여를 받는데 반해 실력이 우수한 체육선수들은 해외에서 계약금, 연봉, 출전수당 등을 합쳐 수십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국제사회에서 해외로 파견한 조선 근로자들의 노예노동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어 근로자 파견을 통한 외화벌이가 어려워졌다”면서 “때문에 이제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외국에 진출시키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양시 체육단의 한 소식통은 “스포츠 선수나 감독 파견은 민간 체육교류를 표방하기 때문에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렇게 파견된 북한 체육선수와 지도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대부분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빼앗기게 된다고.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김씨 일가가 체육선수와 지도자를 통해 외화벌이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 국제태권도연맹(ITF)을 통해 해외에 태권도 사범을 파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이어 1990년대부터는 축구선수들을 양성해 중국, 유럽 등으로 보내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조선 태권도 위원회’의 경우 중국에 꾸준히 태권도 시범단을 보내 외화벌이를 하고 있으며, 인도, 불가리아 등에도 태권도 선수와 사범들을 파견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태권도 시범단이 벌어들인 돈은 주요 구기종목의 외국인 감독 영입이나 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에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해외에 한 번 가면 1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고.

    이 소식통은 “북한은 현재 리비아, 캄보디아, 체코, 불가리아, 라오스 등 10여개 국가와 태권도, 축구, 탁구 등 각종 스포츠 인력교류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김정은의 비자금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