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할 경우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등 SCO 국가들과 ‘NATO 대항마’ 만들 가능성도
  • ▲ 오랜 기간 EU 가입을 거절당했던 터키에게 SCO 회원국들은 계속 정회원 가입을 권유해 왔다. 사진은 지난 6월 터키 현지언론이 보도한 SCO 가입권유 관련 보도. ⓒ2016년 6월 29일(현지시간) 터키 '데일리 사바' 관련보도 캡쳐
    ▲ 오랜 기간 EU 가입을 거절당했던 터키에게 SCO 회원국들은 계속 정회원 가입을 권유해 왔다. 사진은 지난 6월 터키 현지언론이 보도한 SCO 가입권유 관련 보도. ⓒ2016년 6월 29일(현지시간) 터키 '데일리 사바' 관련보도 캡쳐


    지난 30년 동안 ‘유럽 국가’로 인정받기를 희망했던 터키가 새로운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가입을 위해 공을 들였던 EU 대신 中공산당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 등 국내 언론들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비행기 내에서 기자들에게 “터키는 EU 가입에 여유를 가져야 한다”면서 “터키에게는 EU 가입 외에 대안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터키가 SCO의 정식 회원국이 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한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의 SCO 정식 가입 가능성을 통해 EU 가입 문제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터키 현지 언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11월 14일(현지시간) “2016년 말까지 EU가 터키의 가입 및 비자면제를 결정하지 않으면, EU 가입 포기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던 점과 연결시켜, 터키가 EU의 대안으로 SCO 가입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고 한다.

    터키는 1980년대부터 EC(유럽공동체) 회원국 가입을 희망해 왔다. 하지만 국교가 이슬람이라는 점과 이민자 문제 등으로 가입이 계속 좌절돼 왔다.

    2002년 에르도안 총리가 취임한 뒤부터 다시 터키의 EU 가입을 적극 추진했지만, 이민 문제와 종교 문제로 회원국들이 계속 반대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영국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들은 터키의 가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의 인권 문제와 언론의 자유 문제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EU의 대안으로 보고 있는 SCO는 1996년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모인 ‘상하이 5’ 협력체가 2001년 우즈베키스탄을 받아들이면서 결성된 협력기구다. 실질적으로는 中공산당의 경제력과 러시아의 군사력이 축을 이룬다.

    SCO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러시아의 경제회복을 바탕으로 외연을 확대, 아프가니스탄, 이란 몽골, 벨라루스를 준회원국으로 받아들였으며, 2015년에는 인도, 파키스탄을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SCO는 또한 스리랑카와 터키를 협력 파트너로, 투르크메니스탄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초청국 및 초청기구로 승인했다. 

    SCO는 처음에는 단순한 경제교역협력체와 같은 형태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비슷한 형태의 동맹기구로 변신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현재의 EU가 NATO와 EC를 바탕으로 해 결성된 사례로 볼 때 궁극적으로는 ‘유라시아 연맹’ 형태를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터키가 EU가 아닌 SCO에 가입하게 된다면, EU 회원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유럽 전략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터키에는 NATO 기지와 유럽주둔 미군의 주요 시설도 있다. 이런 터키가 ‘반미·반서방 성향’이 짙은 SCO 회원국이 될 경우 미국은 물론 NATO 회원국들의 군사동맹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며, 특히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과 EU의 영향력은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쿠데타 이후 자신에게 반대하는 군인, 언론인, 공무원, 교사 등을 대거 체포해 구금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만약 SCO에 가입하게 된다면, 터키 또한 여기 회원국들처럼 ‘극우 전체주의’적인 모습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