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미국도 '이승만을 대신할 인물이 없다'...미군부도 이승만 편
  • [연재] 이승만史(1) 부산정치파동⑯ 이승만 저격...미국 눈치만 보는 민국당

    민중 시위대, 국회의사당 포위 “개헌하라, 못하면 해산하라”

    인 보길 /뉴데일리 대표, 건국이념보급회 회장


    계엄령 선포 한달, 햇볕이 찌는 듯한 충무로 광장에서 6.25침략 2년을 맞아
     ‘반공 총궐기’를 다짐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이때 이승만 대통령 저격사건이 일어난다.
  • 이승만 대통령 암살기도. 52.6.27일자 조선일보ⓒ조선DB
    ▲ 이승만 대통령 암살기도. 52.6.27일자 조선일보ⓒ조선DB

조선일보의 기사를 읽어보자.
 [25일 오전 11시 부산 충무로광장에서 거행된 6.25 2주년 기념식에
임석하신 이대통령은 연설중 돌연 배후에서 정체불명인 괴한으로부터 저격을 받았으나
발사한 총탄의 불발로 신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현장에서 즉시 체포된 괴한은 목하 수사당국에서 그 배우관계를 추격중이다.(호외 재록)
그런데 범인은 기자가 목격한 바 엷은 회색 하복을 입은 약 60살의 노인으로 확실치는 않으나,
탐문한 바에 의하면 전 의열단에 관계가 있던 대구사람 유시태라고 한다.
그때 이대통령은 육해군장병 및 민간인등 약 6천명을 앞에 놓고 연설하였었는데
이 자리에는 외국 외교관들과 유엔 당국자들도 참석하였다.
이대통령의 연설이 중간쯤 이르렀을 때 전기 범인 유는 연단 뒤로 나타나
권총으로 이대통령의 배후를 겨누었다. 목격자담을 들으면 범인은 방쇠를 두세번이나 당겼으나 그 무기는 발포되지 않았다 하는데 그때 한국군 헌병과 다른 목격자들이 떠다밀어서
그는 무초 대사의 바로 뒤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통령은 연설을 끝까지 마치었으며 그 뒤에 무초 대사의 연설을 포함하는 식순이 아무런 사고없이 진행되었다.]

다음날 정부는 대통령 암살음모사건의 전모를 발표했다.
권총을 쏜 범인은 자칭 의열단원 출신 유시태, 배후에서 교사한 사람은
민국당 국회의원 김시현이라고 밝히고, 범인의 자백에 따라 관련자로
민국당 서상일, 백남훈 등 4명을 포함하여 서울 고검장 김익진등 12명을 구속하여
수사중이라는 내용으로서 전국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민국당에서는 즉각 조작이라고 반발, 김시현등이 매수되어 벌인 연극이라고 주장하였으며,
김시현 자신도 법정에서 말을 바꿔 '장택상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국회는 진상조사를 결의하고 9명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려 하였으나
어느 당도 조사위원을 내놓지 않아 흐지브지 되었다.
주범 유시태와 김시현은 9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고 그후 감형되어
장기복역하던 중에 9년후 4.19를 맞아 풀려나게 된다.
과연 조작 범행이었을까? 돈을 받고 감행한 짓이라면 사형선고까지 내렸을까?
혹독한 고문과 장기복역을 감내하였던 당사자들도 그후 장택상을 상대로 소송도 없었다.
이승만을 누군가 암살한다면 좋아할 사람들은 북한과 중공, 그리고 미국정부일 것이다.
아무튼 배후가 민국당인지 장택상인지 공산당인지 미국인지, 다른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 '항공 총궐기일'로 6.25침략 기념행사에서 국기에 대하여 경례하는 이승만 대통령,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사진은 1951년 1주년때 행사장.(자료사진)
    ▲ '항공 총궐기일'로 6.25침략 기념행사에서 국기에 대하여 경례하는 이승만 대통령,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사진은 1951년 1주년때 행사장.(자료사진)

  • ▶미국무성, 군부 합참과 합동회의..."한국 육참총장은 믿을만 한가?"

    같은 날 25일(미국시간) 태평양 건너 워싱턴에서는 미국무성과 합참(合參)의 간부들 19명이
    합동회의를 열었다.
    의제는 ‘한국 정치사태 해소를 위한 긴급대책’이다.
    지지부진한 한국 정치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조바심치는 국무성이
    미국 군부 고위층과 함께 보다 확실한 군사작전 준비를 점검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그때 마침 들어온 ‘이승만 저격사건’의 보고를 들은 참석자들은
    한국 정세와 영국등 참전국들의 여론을 점검한 다음,
    부산의 무초 대사와 동경의 클라크 유엔사령관에게 보낼 지침을 결정하였다.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을 허용하는 경우>
    ①한국군 총참모장이 직접 지휘하여 부산지역에 군정을 실시할 수 있음.
    ②그 경우 한국정부의 권위와 기능이 보장되고 헌법에 따라 정상 업무가 가능해야 함.
    ③한국군 외에 유엔군의 개입은 제한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한국전 참전국들의 요청을 받아두어야 하고,
    미국정부 최고책임자의 승인을 받았을 때만 유엔군이 개입해야 하며.
    언커크등 다른 기관엔 비밀을 누설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을 경우> 유엔군사령부는 다음 3단계 조치를 취한다.
    ①한국군 총참모장에게 육군과 경찰 등 모든 병력을 장악하도록 명령하고,
      부산지역에 계엄통치를 선포하되 한국군만 동원할 것.
    ②유엔군 명목의 계엄통치의 경우, 한국정부의 주권과 필요 인력을 보호해 줄 것.
    ③외국 여론을 감안하여 한국군 외에 유엔군의 직접동원은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
    이 계획을 실행함에 있어서 한국군 총참모장을 신뢰할 수 있는지 보고할 것.
    또한 이승만이 한국군의 전시작전권(대전협정)을 회수해 갈 가능성도 염두에 둘 것..

    여기서 한국 총참모총장의 신뢰성을 거론한 것은
    미국이 다시 군정을 펼 때, 한국군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인지 어떤지,
    이승만 대통령이 전시작전권을 회수하고 일부 한국군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만약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 영국 장관들의 방한 보고서를 보도한 동아일보. 52.7.3일자ⓒ동아DB
    ▲ 영국 장관들의 방한 보고서를 보도한 동아일보. 52.7.3일자ⓒ동아DB
    ▶ 이승만 처음 만난 영국장관들 "한국 정치인들중 가장 자질 갖춘 인물"

    참전국들 가운데 한국정치상황에 가장 민감한 관심을 가진 나라가 영국이다.
    한국전쟁의 휴전안를 먼저 들고 나온 것이 영국인지라,
    휴전을 반대하는 이승만이 눈에 가시처럼 박힌 것은 미국보다 더 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계엄사태에 영연방국들과 더불어 미국과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런던의 의회와 수상 이든(Anthony Eden)도 이미 “이승만이 유엔 역할을 망치고 있다”고
    공격하면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일환으로 국방장관 알렉산더(William Alexander)와
    외교담당 국무상 로이드(Selwyn Lloyd)를 한국에 파견한 것이었다.
    지난 13일 동경의 클라크 사령관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두 장관은 서울 경무대에서
    이승만과 회담을 가졌다. 영국 장관의 방한은 한국역사상 처음이라며 반갑게 맞이한
    이승만 대통령은 한영관계의 시작부터 한국전 참전까지 역사이야기를 비롯하여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제정의 배경, 이번 개헌파동의 전후 사정에 대한 해설을 펼쳐 나갔다.
    동시에 “국회가 그들만의 권력을 추구하여 민중의 뜻에 맞는 헌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구속 국회의원 재판도 곧 열릴 것이며 비상계엄도 개헌이 끝나면 해제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신생국 한국만의 사정을 설명하였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알렉산더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면서
    “긴 설교를 들었다. 우리가 한 말은 ‘인내하라’는 당부가 전부였다”고 대답했다.

    로이드 국무상은 그러나 외무성에 보낸 보고서에서 이승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확실히 빈틈이 없었고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난 한국의 어느 정치인경쟁자들 보다도 자질을 갖춘 인물이었다.”
    이어서 로이드는 이렇게 덧붙인다.
    “부산에서는 지금 이승만이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소문이 가득하며
    야당은 이승만이 국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은 이승만의 배후에 이범석과 원용덕이 실권을 잡고 민주주의를 깨고 있다고 한다.
    나의 이 견해는 미국 대사나 언커크도 같이하고 있다.”
    광복 후부터 미국 언론과 함께 이승만을 ‘고집불통 독재자'라 비난해 왔던 영국 언론들은
    휴전반대에 나선 이승만을 미국 언론에 한발 앞서 공격해왔다.
    유명한 [옵서버](Observer)나 [데일리 메일](Daily Mail)등은
     ‘늙은 부부의 절대권력 욕심’ 또는 ‘이승만을 비난하면 감옥행’이라는 둥,
    언커크나 대사관의 말들을 가감없이 인용, 이승만 비하 보도를 계속하였다.
  • 클라크 사령관의 2차대전때 모습(왼쪽), 6.25에 참전중 거듭된 부상으로 후송, 미국서 사망한 아들 윌리엄 클라크 소령(자료사진)
    ▲ 클라크 사령관의 2차대전때 모습(왼쪽), 6.25에 참전중 거듭된 부상으로 후송, 미국서 사망한 아들 윌리엄 클라크 소령(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