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민군 어선→민간 수산사업소 어선→어민들의 소형 어선 순서로 해적질 빈번
  • ▲ 2014년 3월 한국 해경의 퇴거경고에 불응하다 나포된 북한 어선. 북한 어선들이 이처럼 위험하게 조업하는 이유는 김정은 집단이 주요 어장을 중국어선에게 팔아넘긴 탓이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년 3월 한국 해경의 퇴거경고에 불응하다 나포된 북한 어선. 북한 어선들이 이처럼 위험하게 조업하는 이유는 김정은 집단이 주요 어장을 중국어선에게 팔아넘긴 탓이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어선들 때문에 어획량이 급감하고 생업에 지장을 받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최근 북한 어민들의 사정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에서는 김정은 집단이 주요 어장의 어로권을 중국어선에 팔아넘긴 탓에 북한 어민들의 어획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난 27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자원이 고갈된 북한에서 마지막으로 돈벌이를 할 곳은 바다밖에 없는데, 당 중앙에서 동서해 주요 어장을 중국에 넘긴 뒤 어획량이 크게 줄어 어민들의 생계가 위태롭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중국어선 때문에) 어장을 잃은 어선들이 한정된 수역에 몰려들어 정치망, 자망 등 각종 어구들을 동원해서 고기를 잡다보니 경쟁이 치열하라”면서 “(북한 어민들은) 어획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형어선, 소형어선, 철선, 목선 가릴 것 없이 출어해 각종 해난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北인민군 소속 어선들은 심지어 민간 어선들을 상대로 ‘해적질’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北인민군 9군단 수산기지는 500마력 어선, 200마력 어선 등 대형어선을 갖추고 있는데, 어획량이 적으면, 청진수산사업소, 유기항만 수산사업소, 고말산 수산사업소 등 민간분야 소속 어선들을 습격해 생선들을 강도질해 간다는 설명이었다.

    이 소식통은 “제7총국, 공군대학, 600군부대, 보위사령부 소속의 ‘외화벌이 사업소’ 소속 어선들은 해상에서 생선을 실은 민간어선에 접근해 폭력을 써서 생선과 연료까지 강탈해 간다”면서 北인민군 소속 어선들이 사실상 해적질을 벌이고 있다는 폭로를 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北인민군에게 어획한 생선을 빼앗긴 北노동당 소속 민간 수산사업소는 생계를 위해 나온 어민들의 소형어선을 덮쳐 생선을 빼앗고 있다고 한다. 노동당 중앙에서 ‘어획 할당량’을 채우라는 독촉 때문이라고 한다.

    이 소식통은 지난 10월 말 신포수산사업소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北인민군을 갓 제대한 30살 청년이 배에 탄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함께 일한 인부와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품삯을 받게 되자 선주에게 거세게 항의했는데, 선주가 이 청년을 그대로 바다에 밀어 빠뜨려 죽였다는 것이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들은 북한 어민들이 이 같은 고통을 받는 원인으로 김정은 집단을 꼽았다. 어획량이 많은 황금어장은 중국어선들에게 팔아먹은 탓에 군부대 및 수산사업소 소속 대형어선들이 생계를 위해 나온 어민들에게 해적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는 이미 15년 전부터 예견되어 오던 일이다. 김정일은 생전에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한반도 동해와 서해 일대의 조업권을 매년 수천만 달러 씩 받고 中공산당에 팔아넘겼다. 일설에 따르면 연 4,000만 달러 선이라고 한다.

    김정일은 中공산당에 조업권을 팔아넘긴 뒤 北인민군과 노동당 수산사업소에 ‘어획량 확보’를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은 김정은은 동해와 서해의 조업권은 그대로 팔아먹으면서도 北인민군과 노동당 수산사업소 등에 어획 할당량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미 주요 어장을 중국어선에게 팔아넘긴 상황에서 北인민군과 노동당 수산사업소가 김정은 집단이 지시한 어획 할당량을 채울 길은 민간 어선이 잡은 생선을 빼앗을 방법 외에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