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당대표 경솔함에 탄핵연대 난기류, 무모함까지 보여" 강력 비판
  • ▲ 야3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일정 등을 논의하는 회담을 갖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야3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일정 등을 논의하는 회담을 갖고 있다. ⓒ이종현 기자
       
    1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무산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탄핵안 발의-'2일 표결'을 무리하게 추진하던 중 야3당 합의 불발로 뜻을 접게 되면서다.

    추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탄핵안 일정에 대한 조율을 시도했지만 서로 다른 의견만 드러냈다.

    추 대표는 일단 탄핵안을 발의한 뒤 2일 표결에 나서자고 주장했지만, 박 위원장이 가결 가능성이 낮은 점을 들어 '9일 본회의 처리' 입장을 견지했다.

    박 위원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본회의가 열리면 야3당 공동으로 탄핵안을 발의해 9일 표결하면 된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과 정의당 오늘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 쳇바퀴가 돌았다"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오늘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 여당 비박계의 탄핵의지를 확인해봤다. 9일에도 전혀 탄핵을 추진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탄핵을 9일까지 지연시킨다는 것은 촛불민심과 달리 탄핵의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추 대표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회동을 가진 것에 대해 "새누리당의 퇴진 협상 제의에 응하지 않기로 야3당 대표가 합의했는데 이를 깨고 추 대표가 독단적으로 협상을 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추 대표의 돌출행동이 이날 탄핵안 발의를 위한 야3당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추미애 대표는 "결과적으로 오늘은 (탄핵안 발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9일 문제는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2일 표결 처리 무산을 인정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부결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추 대표가 무리하게 탄핵안 발의-표결을 추진한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민주당은 탄핵안 발의를 질질 끌었다가는 비박계 이탈표가 더욱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탄핵안 부결을 유도함으로써 여당에 대한 역풍을 활용해 대여공세의 판을 확장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38석)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121명)과 정의당(6명),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 7명만으로는 탄핵안 발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야권에선 민주당이 탄핵안 표결 불발의 책임을 국민의당에 물으려는 포석을 뒀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야권의 파열음 속에 이번주 탄핵안 발의 표결이 무산되면서 향후 탄핵안 가결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야당은 일단 다음주 내 탄핵안 발의-표결을 추진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비박계 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야권마저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해 탄핵안 통과가 또 한 번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잖게 나오는 상황이다. 

  •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이종현 기자


당 안팎에서는 이날 추 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와 단독 회동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면 어떻게 함께 어깨를 걸 수 있겠느냐"며 "당 대표의 경솔함으로 탄핵연대에 난기류가 생겼다"고 추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추 대표를 향해 "당과 상의도 없이 대표의 독단으로 문제가 생긴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엄혹한 국면에서의 독선과 오판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당장 국민의당이 반발하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은 탄핵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민주당은) 2일 탄핵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는데도 내일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무모함마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추 대표의 무리수가 계속되는 것과 관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추 대표의 책임론이 먼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 대표는 앞서 지난달 야권과 상의없이 박 대통령과 단독 영수회담을 추진했다가 야권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당시 추 대표의 돌출 행동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이 엄중한 시기에 실책을 범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레드카드 받고 영원히 퇴장당하는 그런 길이 되지 않겠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