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옥 박사 아들인 전직 7선 의원… 친노·친문과 대쪽같이 선그은 민주당계 정치인
  • ▲ 새누리당 주호영·원유철 의원이 2일 의원회관에서 6인중진협의체 회동이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6인중진협의체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를 공식적으로 김형오·박관용·정의화·조순형 4인으로 압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주호영·원유철 의원이 2일 의원회관에서 6인중진협의체 회동이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6인중진협의체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를 공식적으로 김형오·박관용·정의화·조순형 4인으로 압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김형오·박관용·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천거된 가운데, 조순형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6인중진협의체는 5일 다시 회동해 비대위원장 후보를 단수로 압축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이상 비박계)과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이상 친박계) 등 4선 이상 중진의원 6인으로 구성된 6인중진협의체는 2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했다.

    ◆과반 차지하는 초·재선 "외부 인사가 좋다… 6인협의체, 빠른 결론을"

    이 자리에는 초·재선 의원 대표로 해당 선수(選數) 모임 간사인 유의동·박덕흠 의원(이상 재선)과 정운천·박완수 의원(이상 초선)도 배석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은 83명으로 당 소속 전체 의원 128명 중 과반을 훌쩍 넘는 64.8%를 차지한다. 6인중진협의체에서 단수 압축한 비대위원장 후보는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전에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배석한 초·재선 의원 대표들은 비대위원장과 관련해 특정인으로 결집된 의견을 내지 않은 채,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6인중진협의체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조속히 결론을 내달라는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운천 의원은 회동 장소에서 나온 직후 취재진과 만나 "초선 의원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는 다 (전달해)드렸다"며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원내 인사를 지지하는 의견과 외부 인사를 선호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외부 인사를 선호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 ▲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김형오·박관용·정의화 전 의장과 조순형 전 대표로 후보군 압축

    6인중진협의체도 이같은 초선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최종적으로 외부 인사 중에서 4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했다.

    원유철 의원은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초·재선 의원들의 비대위원장 인선 및 비대위 구성에 관해 개진하는 의견을 들었다"며 "6인중진협의체에서는 비대위원장을 김형오·박관용·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조순형 7선 의원, 네 분 중에서 모시기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주호영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로부터 통일된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6인중진협의체에서 결론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원내와 외부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있으나, 외부에서 모시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조순형, 새누리당 쇄신과 정계개편 모색에 적임자 부각

    네 명의 후보군 중에서는 다시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에게로 논의의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오·정의화 전 의장에 대해서는 친박계의 비토(Veto) 여론이 강하다. 박관용 전 의장은 지난 8·9 전당대회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인물이지만 역으로 너무 무색무취(無色無臭)하다는 점이 강도 높은 쇄신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는 전직 7선 의원으로 현실정치와 당무(黨務)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35년에 이르는 정치역정 대부분을 민주당계 야당에서 활동해 야당과의 소통 및 정계개편을 꾀하기에 적임자라는 평이다.

    부친은 1960년 3·15 정·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이승만 대통령과 대결할 예정이었던 민주당의 유석 조병옥 박사이며, 형은 제5공화국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한국당 총재를 지낸 조윤형 전 의원이다. 민주당계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부친인 조병옥 박사의 초상화는 지금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 걸려 있을 정도다.

    국민의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정대철 전 대표와는 부친 시절(정일형 박사)부터 세교(世交)가 있고, 그외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치 원로들과 두루 깊은 교분을 맺고 있다.

  • ▲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대 국회 법사위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 뒷쪽으로 우윤근 국회사무총장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대 국회 법사위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 뒷쪽으로 우윤근 국회사무총장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국적(國敵) 친노·친문과는 대척점… 대통령 탄핵 정국 경험 풍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 야욕이 노골화되고 있어, 향후 정치 지형이 반(反)문재인 대연합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민주당계 정치인으로서는 항상 친노·친문과 대쪽같이 선을 긋고 타협하지 않았다는 소신과 원칙도 돋보이는 점이다.

    조순형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거를 주도했으며, 유권자들로부터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7·26 보궐선거에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해 압승했다.

    대통령 탄핵정국을 겪어보는 등 정치경륜이 풍부하고, 서울법대 출신으로 법률에 정통한 점도 치열한 법리(法理)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향후 정국에서 강점으로 거론된다.

    ◆현실정치와 법리공방에 밝아… 2006년에도 '노무현 꼼수' 분쇄 경력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8월 16일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이미 헌법재판관으로 3년 봉직했던 전효숙 전 재판관의 재판소장 6년 임기를 새로 보장해주기 위해 재판관에서 일시 사퇴시킨 뒤 다시 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하는 '헌법적 꼼수'를 부렸다.

    이 때 인사청문특별위원이던 조순형 전 대표는 "헌법 제111조 4항에 헌법재판소의 장은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는데, (헌법재판관에서 일시 사퇴해) 민간인 신분이 된 전효숙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위헌"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해, 결국 전효숙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시켜 친노·친문정권의 반(反)헌법적 야욕을 분쇄했다.

    당내에서는 쇄신을 이끄는 한편 당 밖에서는 128석 제1당의 '얼굴'로써 민주당·국민의당과 대통령 탄핵소추 및 국무총리 추천 등을 놓고 일진일퇴의 협상과 공방을 벌여야 하는데, 조순형 전 대표만한 적임자도 따로 없다는 것이 여권 안팎의 중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원유철 의원은 "정치적인 경험이 전혀 없으면 당내의 복잡한 사정을 잘 진단하지 못해 오히려 비대위원장이 당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새누리당을 혁신하고 당이 쪼개지는 것도 막는 통합적인 리더십을 갖춘 분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공감대를 가지고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 ▲ 새누리당 주호영·원유철 의원이 2일 의원회관에서 6인중진협의체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던 도중 뭔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주호영·원유철 의원이 2일 의원회관에서 6인중진협의체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던 도중 뭔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6인중진협의체, 5일 회동서 단수 압축 시도

    6인중진협의체는 오는 5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재차 회동을 갖고, 이날 천거된 4인의 비대위원장 후보 중에서 단수로 최종 압축하는 '담판'을 시도할 예정이다.

    원유철 의원은 "당이 위기인데 6인중진협의체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결론을 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비대위원장으로 모실 분을 압축하자는 결심을 하고 결론을 낸 것"이라며 "(네 명 중에 다시 한 명으로 단수압축하는 것은) 월요일에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일단 5일에 비대위원장 후보자가 단수 압축되면, 그 뒤의 과정은 일사천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에서의 추인이 필요하지만 이미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은 6인중진협의체 자체가 어느 정도 대표성을 가지고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

    ◆의총 추인되면 일사천리… 최고위 총사퇴와 전국위 소집 뒤따를 듯

    의총에서 추인이 이뤄지면, 이정현 대표도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현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전환과 관련해 "의총에서 의견이 모아지면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의원은 "어제(1일) 의총에서 이정현 대표가 한 말도 있고,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6인중진협의체에서 결정한 것을 따라서 비대위로 전환한다는) 보증이 없으면 이 모임을 지속할 수 없다'고 하자 (이정현 대표가)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보증에) 버금가는 말이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5일 6인중진협의체에서 비대위원장 후보가 단수로 압축되면 6~7일 중으로 의원총회를 소집해 이를 추인하고, 늦어도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결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차례로 소집해 비대위원장을 선임하게 된다.

    원유철 의원은 "6인중진협의체에서 합의해 의총의 추인을 받는다면, 당 지도부에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건의하는 형식이 된다"며 "비대위원장 후보는 당헌·당규의 절차에 따라서 최고위에서 의결하고 전국위에서 추인을 거쳐야 (비대위원장으로서)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