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청진 장마당서는 “인민의 원쑤 김정은 처단하라” 낙서 발견
  •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 그림. '보천보 전투'를 배경으로 했다. 최근 보천보 지역에서는 "김정은을 처단하라"는 삐라가 살포됐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 그림. '보천보 전투'를 배경으로 했다. 최근 보천보 지역에서는 "김정은을 처단하라"는 삐라가 살포됐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김일성 우상화의 중요한 소재인 ‘보천보’ 지역에서 “김정은 타도하자”는 삐라가 뿌려지고, 함경북도의 한 장마당에서는 벽에 “인민의 원쑤 김정은을 처단하라”는 낙서가 발견돼 북한이 발칵 뒤집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13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혜산시 소식통은 “지난 11월 20일 보천군 보천시장 길목에서 ‘김정은 타도하자’는 글이 적힌 삐라가 살포돼 당 중앙에서 급파된 ‘중앙당 검열 그루빠’가 군당위원회에 진을 치고 엄중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양강도 보천군에 있는 보천보는 김일성 우상화의 핵심 소재인 ‘보천보 전투’의 배경이 된 곳으로, 김씨 일가는 “김일성이 보천보 전투의 승리를 시작으로 조국해방의 물길을 텄다”고 주장해 왔다.

    혜산시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 검열 그루빠는 보천군의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필체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다른 지방으로 나간 주민과 외부에서 들어온 주민들을 ‘의심명단(용의자)’으로 분류하고, 심문조사와 함께 불시 가택수색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 타도) 삐라 사건이 발생하자 중앙당 검열 그루빠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보천군 주민들의 이동을 전면 금지시켜, 장마당과 시장 장사로 생계를 이어오던 주민들이 지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12월 초 청진에서 제일 큰 장마당인 ‘수남 장마당’에서 ‘인민의 원쑤 김정은을 처단하라’는 낙서가 발견돼 큰 소통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의 원쑤 김정은을 처단하라’는 낙서는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야간순찰을 마무리하던 청진시 보안서 소속 야간순찰대가 발견했다고 한다. 이 낙서를 본 야간순찰대는 즉시 주변도로를 차단하고 주민들의 통행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마당 벽에 낙서가 쓰인 탓에 낙서 내용은 순식간에 주민들 사이에 알려졌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오전 4시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장사꾼들이 낙서를 목격했다”면서 “김정은을 처단하라는 문구가 시장 벽에 쓰여 있다는 사실이 청진시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나서야 보위성과 보안성의 합동조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함경북도 소식통은 놀라운 소식도 전했다. 산업동에 사는 한 주민이 특정인을 범인으로 지목해 당국에 신고했는데, 그 직후 인근 수성천 둑에서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아 눈 주위와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들은 “김일성이 ‘일제를 타도하자’고 외쳤다는 혁명유적지에서 ‘김정은 타도하자’는 삐라가 살포될 정도로 북한 내부 사정이 흉흉하다”면서 “당국에 신고했다 괴한의 습격을 받은 목격자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모른 척 넘어가야지, 왜 신고를 해 화를 부르느냐’며 오히려 목격자를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대로라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과거 김일성 때나 김정일 때보다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삐라가 살포되고 낙서가 발견된 지점이 ‘장마당’이라는 것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당이 인민을 책임진다”는 체제 선전에 대한 염증과 반발이 극심해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