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세 중 갑론을박 했던 ICT 재벌들 만나 “일자리 창출 도와달라” 당부
  • 美언론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美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주최한 '테크 서밋'에 많은 ICT 거물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美CNN 머니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언론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美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주최한 '테크 서밋'에 많은 ICT 거물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美CNN 머니 관련보도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美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로 美주요 ICT 업체 경영진과 오너들을 불러 모아 ‘테크 서밋’이라는 명목으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고 美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美AP통신과 英로이터 통신, 美CNBC 등 주요 언론들은 이날 트럼프 당선자가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테슬라, IBM, 오라클, 시스코, 인텔 등의 오너 또는 CEO와 만나 “여러분들이 잘 되도록 도울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美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테크 서밋’에는 팀 쿡 애플CEO,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레리 페이지, 에릭 슈미트, 사티야 나델라 MS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엘런 머스트 테슬라 CEO, 사프라 카즈 오라클 CEO, 제프 로빈스 시스코 CEO, 지니 로메티 IBM CEO 등도 참석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본인 외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와 나이가 많은 아들 둘과 장녀 이반카, 페이팔 창업자인 벤처투자가 피터 틸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테크 서밋’을 주선한 것도 피터 틸이었다고 한다.

    이날 ‘테크 서밋’에 참석한 美ICT업계 거물들 대부분은 2016년 대선 기간 중 트럼프에 반대하거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테크 서밋’에 참석한 美ICT업계 거물들을 향해 “나는 여러분들이 잘 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우리 함께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한 “여기에 모인 분들과 같은 놀라운 사람들은 세상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극찬하면서 “우리는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같은 놀라운 기술혁신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며, 지금까지 정치계와 기업 간의 ‘사슬’이 없는 우리에게 여러분들은 원하는 것을 언제든 말할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美주요 언론들은 “모두발언 이후로 회담은 비공개였다”면서 “하지만 대화 주제는 주로 미국 내에 ICT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과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필요하다’며 제안한 세제 개혁과 규제 철폐, '공정한 무역'에 필요한 조치 등이었다”고 전했다. 

  •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테크 서밋'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왼쪽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앉았다. ⓒ美CNN 머니 관련보도 화면캡쳐
    ▲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테크 서밋'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왼쪽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앉았다. ⓒ美CNN 머니 관련보도 화면캡쳐


    하지만 일부 ICT 기업 오너와 CEO들에게는 ‘테크 서밋’이 불편한 자리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엘런 머스트 테슬라 모터스 오너 겸 CEO의 경우 지난 5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10년 이내에 3만 5,000개의 일자리를 미국 내에 만들어 낼 계획”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 내에서 대규모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며 트럼프 당선자의 주장에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고 한다.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CEO이며,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제프 베조스 또한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당선자를 비판하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가 대선 기간 중 트럼프 측에 불리한 기사를 내놓은 것도 제프 베조스의 영향이라는 분석까지 있을 정도였다.

    트럼프 당선자 또한 대선 기간 중 제프 베조스를 가리켜 “워싱턴포스트 같은 언론 뒤에 숨어서 정치력이나 발휘하려 하고 세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다”면서 “내가 당선되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고 비판했었다고 한다.

    이처럼 긴장관계에 있는 美ICT업계 거물들이 트럼프 당선자와의 ‘테크 서밋’ 이후에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美주요 언론들은 ‘테크 서밋’에 초대받지 못한 ‘트위터’에도 관심을 가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동안 트위터를 언론 대신 활용하면서 톡톡히 덕을 봤다. 그의 팔로워 수가 2015년 당시 500만 명에서 대선 유세 기간 동안 1,5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증가했다는 점도 트럼프 당선자가 ‘트위터 수혜자’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와 트위터 간의 관계가 긴밀하지는 않다는 것이 美언론들의 평가다. 트위터는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 당선자를 열렬히 지지하는 ‘대안 우파’ 사용자들의 계정을 중지 또는 폐쇄한 반면 힐러리 지지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대우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위터 CEO 잭 도시는 美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때에는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트럼프와 관련된 부분은) 복잡한 문제”라며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美언론들이 트럼프 당선자가 주최한 ‘테크 서밋’에 ICT업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 것, 트위터 CEO가 초대받지 못한 것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ICT업계 관계자들이 전통적으로 美민주당의 유력 후원자였고, 정치적 성향이 좌파이거나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편 美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15일(현지시간)에도 美대기업 CEO 등을 만난다면서 이것이 ‘일자리 창출’과 이에 걸맞는 ‘반대급부’를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임 전부터 자신의 공약을 실천한다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의 행보에 대해 美주요 언론들은 ‘비판적 목소리’를 주로 전하고 있지만, 트럼프를 지지했던 사람들이나 ‘비주류 언론’들은 그의 행동과 발언이 워싱턴과 뉴욕,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지역을 잇는 ‘정치 기득권층’의 사슬을 끊기 위한 행보라고 보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