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지율 12~16% 박스권 정체… 친노·친문 향한 '반격의 장'으로 승화시켜야
  • 국민의당 1·15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전당대회를 '큰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켜 정체에 빠진 국민의당 지지율이 반등할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국민의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국회부의장의 모습. 위기의 정당의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것은 지난 2003년 새천년민주당의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국회부의장의 모습. 위기의 정당의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것은 지난 2003년 새천년민주당의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주선, 친문 정당에 존립 위협받는 국면에서 전준위원장 맡아

    '호남의 적자(嫡子)' 박주선 부의장이 야권 분립 상황에서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정당의 전준위원장을 맡은 것은 13년 만의 일이다. 박주선 부의장은 지난 2003년 새천년민주당의 11·28 전당대회의 전준위원장을 맡았던 적이 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극심한 위기에 빠져 있었다. 직전해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켰는데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로 말미암아 채 1년도 못 돼서 집권여당의 지위를 빼앗겨야만 했다.

    그해 3월부터 시작된 '대북송금 특검'은 오로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세력을 거세하고 친노·친문 중심으로 정계를 인위적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목적에서의 정치특검·정치수사였다.

    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물론 국무회의에서도 대북송금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주문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안 공포했다. 이는 친노·친문 세력으로 새로운 여당을 만들고자 했던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의도였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당시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새천년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은 문재인 민정수석을 만난 직후, 종래의 입장을 바꿔 "특검을 수용해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DJ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사법처리하며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특검 수사가 끝난 뒤, 본격적인 인위적 정계 개편이 추진됐다. 친노·친문 세력의 '민주당 의원 빼가기'가 극에 달했다. 2003년 11월 11일까지 친노·친문 세력은 민주당 의원 37명을 탈당시켜 중앙당을 창당하고, 새로운 집권여당의 지위에 올랐다.

    애써서 정권을 재창출했는데도 '죽 쒀서 개 준 꼴'처럼 친노·친문만 좋은 일 시켜준 셈이 된 '정통 DJ 정치 세력'들은 자괴감과 허탈감에 빠져 있었다. 이 때 박주선 의원이 전준위원장을 맡아 11·28 전당대회 소집을 추진하며 당의 전열 재정비에 불을 당겼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 추미애 대표는 이보다 13년 전에 열렸던 새천년민주당 11·28 전당대회에도 출마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열과 배신을 격렬히 규탄하며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 추미애 대표는 이보다 13년 전에 열렸던 새천년민주당 11·28 전당대회에도 출마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열과 배신을 격렬히 규탄하며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김경재 "이번 전당대회는 노무현의 인류에 대한 죄악 공개하는 자리"

    집권세력의 회유와 압박으로 탈당이 계속되고 당이 분당되는 와중에도 박주선 전준위원장은 빈틈없는 준비를 통해 전당대회를 성공리에 치러냈다. 11월 28일 잠실운동장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장에는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켜온 당원 6000여 명이 상경해 장관을 이뤘다.

    조순형·추미애·김영환·김경재·장성민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참석자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친노·친문의 '배신의 정치'를 규탄하고, 호남정치를 지켜온 민주당을 사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권을 물려주는 박상천 대표는 이날 개회사에서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공천, 전국 100만 당원이 방방곡곡에서 헌신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인 끝에 당선시켰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신당을 만든다며 탈당했다"며 "조강지처가 삯바느질로 남편을 출세시켰더니, 출세하자마자 새장가 간다고 집을 부수고 나간 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신당(열우당)은 급진개혁세력이 실권을 장악한 '국민 분열 정당'이기 때문에 신당이 양대 정당이 되면 한국의 정당과 국회 구도는 '국민 편가르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분열과 사회불안은 구조화돼, 경제회생은 영원히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일찌감치 친노·친문의 본질을 정확히 궤뚫기도 했다.

    '빅 2'로 손꼽힌 조순형 의원과 추미애 의원은 마지막 '15분 연설'의 대부분을 친노·친문 세력의 '배신의 정치'를 규탄하는데 할애했다.

    조순형 의원은 이날 "민주당을 하루 아침에 집권여당에서 야당으로 만든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은 민주당 공천을 믿고 지지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책임정치와 정당정치를 파괴한 헌정에 대한 배신"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은 외면하고 총선 승리에 몰두해, 국정에 전념해야 할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을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징발해야 한다고까지 한다"고 규탄했다.

    지금은 친문 정당에서 당대표를 하고 있는 추미애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우리의 가슴에 분열과 배신이라는 대못을 박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박은 대못을 나 추미애가 뽑아내 민주당을 다시 일으키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 새천년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지난 2003년 11·28 전당대회에서 이 전당대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지른 역사에 대한 죄악과 인류에 대한 죄악을 공개하는 자리라고 천명했다. 이 전당대회가 치러진 직후 새천년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과 열우당을 제치고 1위가 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천년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지난 2003년 11·28 전당대회에서 이 전당대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지른 역사에 대한 죄악과 인류에 대한 죄악을 공개하는 자리라고 천명했다. 이 전당대회가 치러진 직후 새천년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과 열우당을 제치고 1위가 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문 심판의 장' 끝나자 새천년민주당 지지율 1위로 '껑충'

    최고위원 입성을 노리던 김영환·김경재·장성민 의원도 서로에 대한 비난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친문 규탄의 한목소리를 냈다.

    김영환 의원은 "누가 우리 민주당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내몰았단 말인가"라며 "지난 대선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노무현의 승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시는 정치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재 의원은 "김대중 선생이 뭐만 하면 버스를 타고 쫓아다닌 수백만의 사람들 때문에 오늘의 민주당이 있는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저지른 해악이, 그 범죄행위가 역사에 얼마나 지독한 죄악이고, 인류에 얼마나 큰 죄악인지 공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박주선 전준위원장의 전당대회 준비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

    장성민 의원은 "지난해 12월 19일은 우리 당과 당원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을 재창출했던 절대 잊지 못할 날"이라며 "민주당원의 피와 땀과 눈물이 맺힌 이 날을 도둑질한 단 한 사람, 노무현, 그 배신자를 이제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과 당원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친문 세력의 역사적 패악질을 공개하고 규탄하는 준엄한 심판의 장이자,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정통 민주 세력의 축제의 장으로 전당대회가 승화됐기 때문일까.

    전당대회가 치러진 직후인 12월 4일에 실시된 〈중앙일보〉의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정당 지지율에서 새천년민주당이 19.0%를 기록, 9.8%에 그친 열우당을 압도했을 뿐만 아니라 18.3%였던 한나라당마저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극심한 내홍과 분당(分黨)으로 곤두박질치던 민주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킨 것은 오롯이 박주선 전준위원장의 공로가 아닐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 국민의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13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체에 빠진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반등의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된 직후 당원들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는 박주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13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체에 빠진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반등의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된 직후 당원들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는 박주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체 빠진 국민의당 지지율도 전당대회 계기로 반등할 수 있을까

    13년 만인 2016년, 다시 전준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부의장 앞에 놓인 과제 역시 13년 전 새천년민주당이 처했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야권이 분립해 있는 가운데 친노·친문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거침없이 정통 민주 정당이자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을 위협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이 분리되면 주도권 경쟁을 하게 돼있고 국민들은 그걸 자연스럽게 보기보다는 정략적으로 본다"며 "내년 1월에는 '야권통합' 이슈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 지지율도 정체 상황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어느 정당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국면에 잘 대처했다고 자평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기간 중 국민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개선된 것이 전혀 없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10월 4주차부터 가장 최근인 12월 3주차까지 8주 동안 국민의당 지지율은 12%에서 시작했다가 12%로 되돌아갔다. 도중에 16%로 한때(11월 4주차) 오른 적이 있었지만 인상적인 등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잠시 정당 지지율 2위가 된 적도 있었지만, 이 역시 국민의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이 같은 기간 26%에서 최저 12%까지 수직 하락한 탓이 컸다.

    새누리당은 같은 기간 ±14%, 더불어민주당은 ±11%이라는 격렬한 급등락을 보였는데, 국민의당만 12~16% 사이에서 정체를 보인 것은 '조기 대선'에서 수권을 노리는 정당으로서는 희망적인 신호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계 정당의 존립이 친노·친문 기반 정당으로부터 위협받고, 정당 지지율도 잘해야 정체 상황인 위기 국면 속에서, 과연 1·15 전당대회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13년 전에 똑같은 위기 국면에서 '기적의 반전'을 이뤄냈던 박주선 전준위원장의 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문병호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17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당시를 상기시키며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7일 문병호 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장에 운집해 있는 취재진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문병호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17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당시를 상기시키며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7일 문병호 전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장에 운집해 있는 취재진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병호 "문재인은 제2의 이회창, 대선출마 포기하라" 포문 열어

    한편 1·15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국민의당은 18일부터 출마 기자회견이 잇따르는 등 본격적인 당권 경쟁 구도로 돌입하면서 활기를 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병호 전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5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문병호 전 의원은 "지금 국민의당은 창당의 초심을 잃은 채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며 "당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당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17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총선에서 낙선하고 정권교체하는 길과, 3선 의원이 되고 정권교체에 실패하는 길이 있다면, 낙선하더라도 주저없이 정권교체를 택하겠다고 했었다"며 "국민의당의 창당 주역으로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야 할 책임이 있는 문병호가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탈당을 감행했던 결연한 초심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문재인 전 대표는 낡은 기득권 세력의 맹주로, 제2의 이회창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선출마 포기를 선언하라"고 최근 무기력했던 국민의당을 깨우는, 친노·친문 정당을 향한 반격의 포문을 열어젖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당대표로 나가는 것은 굳어져 있다"고 밝혔다. 대권과 당권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던 정동영 의원도 일단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굳히고 이번 주중으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13년 전인 2003년 새천년민주당 11·28 전당대회에도 출마했던 김영환 전 사무총장은 이번 국민의당 1·15 전당대회에서도 출사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외에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조배숙·황주홍·이동섭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당대회는 내달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치러지며, 현장에 참석한 당원의 1인 2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득표 순으로 5명까지 지도부에 입성하며, 최다득표자가 당대표가 되고 2~5위는 최고위원을 맡는 통합선출 방식의 집단지도체제다.

    전국 순회 유세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박주선 부의장이 위원장을 맡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는 내달 7일부터 12일까지 주요 시·도당을 대상으로 개편대회를 하면서 당원대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