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악하고 위험한 32세 모험주의자, SLBM 후방에서 발사하면 최악의 피해
  • ▲ 미사일 발사 시험에 기뻐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조선일보 DB
    ▲ 미사일 발사 시험에 기뻐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조선일보 DB

     

    폭풍전야의 전운(戰雲)이 한반도를 휘감고 있다.

    미국과 중국 2강(强)의 충돌과 북한의 핵(核)·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뚜렷하다.

    최근 중국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활동 중이던 미국 해군의 수중 드론을 나포해 미-중(美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필리핀 수빅(Subic)만에서 북서쪽으로 5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중국 해군 함정이 미군의 수중드론 1대를 빼앗아간 것이 화근이 됐다.

    일단 중국 측은 나포한 드론을 미국에 반환키로 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드론을 반환할지를 놓고 양국은 첨예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마찰은 사실상 트럼프 신(新) 정부와 시진핑 체제 간 전초전(前哨戰) 성격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미(美) 대통령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공해 상에서 우리 해군의 연구드론을 훔쳤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례 없는 행동으로 연구드론을 물에서 낚아채 중국으로 가져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 방송은 이번 드론 나포사건이 중국을 압박하는 트럼프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드론을 반환하기로 한 중국은 나포가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인민일보 해외판은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미국이 드론을 보낼 수 있다면 중국은 당연히 나포할 수 있다"며 수중드론과 관련한 국제법이 정비돼 있지 않았으므로 나포는 불법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미국의 드론을 나포한 것을 두고 "필리핀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더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마디로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고의로 드론을 나포한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정부로서는 미-중(美中) 관계의 파열음이 크면 클수록 북핵(北核) 문제 해결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 더욱 엄혹한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특히 은밀히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중국의 확장성은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은 이달 초 육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감행했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 교도통신과 NHK가 15일 보도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의 SLBM 개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주요 매체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에 시행한 실험은 '콜드 런치(cold launch)'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콜드 런치는 잠수함이 수중에서 미사일을 물 밖으로 튕겨 올린 뒤 점화시키는 고난도 기술이다. 북한은 이 기술을 확보했지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육상 실험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북한은 SLBM 발사 기술을 완성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SLBM 사거리를 500㎞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이번에 북한이 SLBM 실전 배치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실전 배치된 북한의 SLBM이 우리 동·남해 등 후방에서 발사되면 손쓸 도리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장 2017년 새해에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최악의 피해를 맞을 수 있는 위기 중의 위기다.

    일본 측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음에도 북한이 지난주 육상 시설에서 시험발사한 SLBM에 관한 정보를 우리 측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軍)의 한 관계자는 "GSOMIA가 체결됐지만 아직 일본으로부터 정보를 받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기 때문에 양국 정보 부서 간 정보 교환에 대한 추가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자국의 군사위성으로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5기(예비 1기 포함)의 군사위성을 운용하면서 한반도 지역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

    우리 군(軍)은 미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공유받아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이 돼서야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核)·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계기로 국방부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양자회담에서 GSOMIA를 근거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공유가 이뤄졌다"고 했다. 다만 어떤 정보가 공유됐는지에 대해선 "일본과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비밀에 부쳤다.

     

  • ▲ 지난 2013년 김숙 대사와 유엔대표부 직원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지난 2013년 김숙 대사와 유엔대표부 직원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고 북한이 호시탐탐 남침(南侵)을 노리는 대혼돈의 시기다.

    탄핵 정국과는 무관한 대한민국 안보(安保)의 위기다.

    이러한 상황은 외교·안보·군사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접근과 대응을 요구한다.

    안보 불감증을 걷어내고 현실적 전쟁 가능성을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빗발친다.

    지난 10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인 김숙 전 유엔 대표부 대사는 서울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1910년 전운이 감도는 유럽에서 영국의 평화주의자 노먼 에인절은 '대환상'이라는 저서에서 유럽의 경제적 통합 상태와 국가 간 상호의존도가 커져 전쟁은 쓸모없게 됐고 군사적 대비가 불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해 큰 호응과 주목을 받았다.

    이에 반해 다음해 1911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본 베른하르디 장군은 '독일과 차기 전쟁'이라는 책에서 독일의 국익 수호와 확장을 위해 전쟁은 불가피하며 오히려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결과는 3년 후 제1차 대전으로 나타났다. 전쟁 방지와 평화 수호는 어느 일방의 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역사적 사례다."

    안보 위기를 외면하면서 평화(平和)만 외쳐대는 국내 야권 세력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김숙 전 대사는 북한 정권의 위험성을 낱낱이 분석하기도 했다. 

    "상대는 포악하고 위험한 32세의 젊은 모험주의자다. 고대 어느 그리스 시인은 인간을 여우와 고슴도치의 부류로 나누었다. 여우는 유용한 많은 것을 알고 있으나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분류에 따라 보면 김정은은 모든 것을 정권의 생존이라는 유일한 본능적 원칙에 의해 움직이는 악성의 고슴도치다. 그러기에 도탄 속 주민의 삶은 방치하고 탄압과 통제를 위한 국가기구를 강화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에게 베풀어야 할 선의는 더이상 없어야 한다. 희망적 기대는 중국으로부터도 당분간 전략적으로 상당 부분 거둬들여야 한다."

    김숙 전 대사는 상황을 직시하고 자강(自強)의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드(THAAD) 배치는 그 과정에서 제시된 지극히 당연한 조치들의 일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김숙 전 대사는 작금의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 상황에 대해 냉정한 검토에 나설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에겐 근거 없는 낙관도 과도한 비관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오직 냉철하고 확신에 찬 자강 의식만이 필요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 ▲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뉴데일리
    ▲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뉴데일리

     

    대한민국이 초유의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안보(安保)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안보실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된 국가안보실은 직제상 청와대 비서실장 아래에 놓이지만 사실상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안보실의 주요 역할은 안보와 관련한 정책조율, 위기 관리, 중장기 전략준비 기능 등으로 요약된다. 국가안보실은 군사·외교·통일 등을 포괄하는 국가안보 개념을 갖고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彈劾)으로 사실상 실각하면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또한 멈춰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안보실은 평상시대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현재의 위기에 있어 "국가안보실의 선제적 능동적 자세가 실종됐다"고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 안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맡은 제1의 과제로 떠올랐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탄핵 직후 가장 먼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군은 비상한 각오로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강조한 것도 국가 안보의 엄중함을 반영한 조치였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16일에도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어떠한 도발 가능성도 예의 주시하면서 도발 시 즉각 강력히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얼마나 황교안 권한대행을 뒷받침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황교안 권한대행 주재 국가안보회의(NSC) 참석과 12일 청와대 국가사이버안보정책조정회의를 끝으로 김관진 실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안보실장이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놓쳐서 안 될 포인트는 명확하다. 국익(國益)은 부처 이기주의를 앞세우거나 부처 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갈라 먹기 식으로 산술적 평균을 내어 타협해서 관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국가안보실은 중요한 안보 사안에 대한 거국적 자세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美) 국방장관은 그의 회고록에서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의 세 가지 핵심 역할을 제시한 바 있다.

    먼저 안보 관련 부처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 외에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가안보와 관련해 부처들이 놓치고 있는 사안을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역할이다.

    또한 그러한 사안에 대해서 부처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져 대통령의 전략적 결정에 도움을 주고 각 부처에 분명한 지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안보회의의 기능은 대통령의 결정 사항이 차질 없이 효율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해나가는 것이다.

    이는 김관진 실장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귀중한 조언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6.25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犧牲)을 딛고 피어난 대한민국이다. 수많은 이들이 흘린 피와 땀은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 김씨왕조에게 굴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이런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가안보실은 항상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최근 사드 배치 논란과 북한의 잇따른 도발은 국익의 관점에서 선제 대응의 중요성을 그대로 일깨워주고 있다.

    국가 안보를 외면하고 권력 쟁취를 위해 사드 배치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야권 일각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고, 북핵(北核) 정보 공유를 위한 외교전을 보다 강화할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지금 국가안보실의 역할이다.

    그러지 않고 친북(親北)-친중(親中)-반미(反美)-반일(反日) 주장을 일삼는 야권의 압력에 등 떠밀려 간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결코 국익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김관진 실장은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