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방미 성과 설명… 참석자들 "보수 나아갈 길 알려달라" 고민 토로
  • ▲ 이명박 전 대통령.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재임 5년 동안 탄핵소추의 '탄'조차 거론되지 않은 채 민의에 따라 국가를 이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면한 국가적 난국을 타개하는 비법으로 다시 민의를 꺼내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8일 서울 압구정동 한 식당에서 열린 만찬 회동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현 시국에 대해 "국민들의 뜻을 따르면 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답변서를 내놓은 것에 대해 "본인이 뭐라고 이야기하든 국민은 다 알고 있다"고 했고,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가 승리하며 분당(分黨)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에 관해서도 "당이 국민들이 원하는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의가 곧 정치의 근본이라는 점에서, 당연하면서도 심오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만찬 회동에는 정병국·주호영·나경원·권성동·이군현·황영철·김영우·정양석·정운천·최교일·장제원·박순자·윤한홍 등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임태희·조해진 등 친이계로 분류되는 전직 의원들도 자리했다. 또 정정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두우·이동관 전 홍보수석 등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사들도 함께 했다.

    나라와 당이 어려운 시점인 만큼 이날 만찬 회동에서는 정치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영우 의원도 회동 장소로 들어가기에 앞서 "지금 새누리당은 국민과 너무나 괴리돼 있고,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당이 아니라 '도로친박당'이 되는 격"이라며 "오늘 모임에서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매해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정권을 교체한 기념으로 하는 연례행사"라며 "오늘 새롭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지난 2007년 12월 19일은 암울했던 노무현정권 시절의 폭압과 압제를 끝장내고 국민들에게 빛을 되찾아준 광명의 정권교체가 있었던 날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이 겹치는 날이라, 측근들 사이에서는 '트리플 크라운 데이'로 명명하고 매해 경축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간 것으로 전해졌다. "먹구름을 걷어내고 새 시대를 열어갔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서 발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건배사를 했다.

    이어 회동 참석자들에게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참석했던 성과를 설명하며 "지난 4년간 국내에서는 연설이나 강연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해외에서는 자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서도 국내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신중하게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갔지만, 회동 참석자들은 이명박정부가 끝나고 박근혜정권이 시작된 뒤 보수 세력이 하향세를 타고 보수 정당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것에 울분을 토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대통령을 모시고 일한지가 이제 4년이 지났는데, 보수라고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민망할 정도의 시대가 됐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해 직무정지가 된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탄핵당한 대통령(노무현)'과 '탄핵당한 또다른 대통령(박근혜)' 사이에 낀 대통령이 됐다. 그의 재임기에는 탄핵소추의 '탄' 자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원만한 국정 운영 성과에 대한 재평가의 목소리가 실제로 높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참석자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른 참석자들을 상대로 "보수가 나아가야 할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오늘 이 모임이 어떻게 보수를 살리고 나라를 살릴 것인지 함께 걱정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