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투톱' 균열 봉합으로 탈당대오 분열 저지… 친박계 대응에 주목
  • 새누리당 비박계의 핵심인 5선 정병국 의원과, 지난달 22일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한 무소속 김용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비박계의 핵심인 5선 정병국 의원과, 지난달 22일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한 무소속 김용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의 내홍 국면에 혼선과 잡음이 일고 있다. 친박계의 원내대표 경선 승리 이후 당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된 비박계 사이에서도 분열이 있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의 분당(分黨)이 서너 조각으로 갈라지는 형태를 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핵심인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은 19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비박계)는 가치와 뜻을 중심으로 같이 모인 것일 뿐, 어느 사람이 나가고 안 나가고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뜻을 같이 했던 비상시국회의 멤버들 다수가 함께 하겠다면 (탈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탈당)도, 당을 만드는 것도 김무성 대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한 개인의 정치적인 이해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또다른 패권주의를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라고까지 표현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비박계의 중핵인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해서 신당 창당에 나서면 동반 탈당할 의원의 규모를 최소 10명에서 최대 30명까지로 추산해왔다. 그러나 이날 정병국 의원이 김무성 전 대표와의 동반 탈당 가능성에 강하게 선을 그으면서, 비박계의 탈당이 단일대오로 일사불란하게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비박계의 또 하나의 중핵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탈당을 앞두고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지만, 탈당을 하더라도 김무성 전 대표와는 궤도를 달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비박계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사이의 불신도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만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와 별도의 '트랙'으로 집단 탈당을 결행하게 되면, 보수정당의 분열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서너 조각으로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에 잔류한 친박계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그룹 △유승민 전 원내대표 그룹 △김용태 의원~남경필 경기도지사 선도탈당 그룹 등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분당이 될 경우, '조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과 후보단일화를 꾀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대권 구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10여 명의 비박계 의원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새누리당의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단수 추천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 새누리당 비박계의 투톱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비박계의 투톱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간 김무성 전 대표는 당내에서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직을 놓고 친박계와 겨루는 것에 대해 마뜩찮다는 반응이었으며, 서둘러 탈당을 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비대위원장 후보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추천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비박계 투톱' 사이의 균열을 서둘러 봉합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뒤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게 된 정우택 원내대표는 비박계에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부여하겠다면서 "비박계의 대표적 인물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므로, 양 측의 통합된 의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전날 '전권 부여'를 전제로 "비대위원장이라는 독배를 마실 각오가 섰다"고 이미 밝혔으므로, 김무성 전 대표가 이날 단수 추천을 결정함에 따라 자연스레 비박계의 비대위원장 후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로 통합된 셈이다.

    비박계의 '통합된 의견'이 만들어짐에 따라, 정우택 원내대표와 친박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유지하고 있는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인적 청산을 주장하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에 새로운 분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친박계가 이러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정우택 원내대표도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인선할 방법이 없고, 자연스레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탈당의 길로 내몰린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던 김무성 전 대표도 일단 '궤도'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친박계가 '공동 비대위원장' 등 제3의 카드를 꺼내 국면 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공동 비대위원장' 인선안은 '전권 부여'를 요구하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나 비박계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정병국 의원은 "공동 비대위원장을 할 것 같았으면 '이정현 체제'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며 "또다시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포장을 해서 그분(친박계)들이 당을 장악하면 과연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국 친박계가 이렇게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 등으로) 나오는 것은 서로 타협을 해서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겠다는 의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공동 비대위원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