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 추진 ‘평화협정’ 반대 진영 “특혜성 이권 개입 대가” 주장
  • ▲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평화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는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왼쪽)과 공산반군 FARC 지도자(오른쪽). 이 평화협정은 그러나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평화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는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왼쪽)과 공산반군 FARC 지도자(오른쪽). 이 평화협정은 그러나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상 위원회는 201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을 선정했다. 공산반군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과 수십 년 동안 이어왔던 내전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기틀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10월 2일(이하 현지시간) ‘FARC’와 콜롬비아 정부 간의 ‘평화협정’에 대한 국민투표가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되면서 후보에서 탈락되었을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은 것이었다.

    이후 콜롬비아에서는 정부와 FARC 간의 ‘평화협정’ 회담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협상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콜롬비아 정부와 FARC 간의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부가 돈을 주고 노벨 평화상을 산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고 있다고 엘 에스펙타도르 등 콜롬비아 현지 언론들은 지난 18일 보도했다.

    콜롬비아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는, 지난 11일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RCN’이라는 콜롬비아 매체 기자가 “알바로 우리베 前대통령 등 ‘평화협정’ 반대파에서는 ‘노르웨이에 석유 관련 이권을 제공한 대가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고 주장한다”고 물으면서 다시 불거진 것이라고 한다.

    당시 해당 기자는 주변 기자들에게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기 전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베 前대통령은 내가 공산주의자가 됐다” “석유 관련 이권을 노르웨이에 제공하고 노벨상을 샀다고 한다”고 했던 발언을 꼬집은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이런 종류의 거짓말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있던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또한 “노벨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대화가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다시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콜롬비아 사회도 동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이 “자신을 험담한다”고 지목한 알바로 우리베 前대통령(現상원의원)과 민주당은 “우리베 前대통령은 트위터에 ‘산토스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한다. 나는 산토스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평화협정을 바꾸기 바란다’고 쓴 것이 유일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 대가 제공설’은 콜롬비아 사회에서 계속 퍼지고 있다고 한다.

    美‘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내에서는 산토스 대통령이 노르웨이 기업에 석유 등 자원개발에 대한 특혜성 이권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 ▲ 2009년 제작된 '콜롬비아 여행정보' 슬라이드 가운데 하나. FARC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간의 연계를 설명하고 있다. ⓒ슬라이드 셰어 닷컴 공개화면 캡쳐
    ▲ 2009년 제작된 '콜롬비아 여행정보' 슬라이드 가운데 하나. FARC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간의 연계를 설명하고 있다. ⓒ슬라이드 셰어 닷컴 공개화면 캡쳐


    일반적으로 정부와 반군 간의 ‘평화협정’에 대해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콜롬비아 사회에서 FARC에 대한 인식은 '우익 민병대'만큼이나 매우 부정적이다.

    1964년 마누엘 마눌란다 벨레즈가 콜롬비아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함께 창설한 반군 FARC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전복을 목표로 한 공산반군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8,000여 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 수가 7,000명 대로 줄었다고 한다. 

    FARC는 초기에는 농민 해방과 지주계급 타도를 외치는 정치적 조직이었으나 1970년대 후반부터 콜롬비아 마약조직과 손을 잡고 전 세계 마약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로 인한 노선 갈등으로 1993년에는 공산당과 결별했다고 한다.

    FARC는 이후 최근까지도 납치, 마약밀매 등 각종 강력범죄를 저지르면서 콜롬비아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FARC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생긴 '우익 민병대'는 FARC 근거지 주변의 농민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학살하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콜롬비아에서는 지난 52년 동안 정부와 FARC 간의 교전, FARC와 우익 민병대 간의 교전, FARC의 납치, 테러, 습격 등으로 22만여 명이 사망하고, 5만 명 넘게 실종됐다고 한다. 이들로 인해 집을 잃은 이재민도 8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인구 4,700만 명인 콜롬비아에서 이 정도의 피해자 수치는 매우 큰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FARC의 지난 범죄를 모두 용서하고, 조직원들에 대한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한편 콜롬비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과 정부-FARC 간의 ‘평화협정’ 협상을 보면서, 2000년 한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오버랩된다는 소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 ▲ 국정원 직원으로 재직하다 미국으로 망명,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기삼 씨의 블로그. '노벨상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설명돼 있다. ⓒ김기삼 변호사 블로그 화면캡쳐
    ▲ 국정원 직원으로 재직하다 미국으로 망명,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기삼 씨의 블로그. '노벨상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설명돼 있다. ⓒ김기삼 변호사 블로그 화면캡쳐


    2000년 당시 세간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노벨 평화상 수상 공작을 진행 중”이라며, 관련 공작명이 ‘블루카펫 프로젝트’라는 소문이 퍼진 바 있다.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영남 출신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K씨라고 알려졌다.

    이후 2002년 10월 ‘뉴스위크’ 한글판에 최규선 씨 사무실에서 입수한 ‘블루카펫 프로젝트’에 관한 기사가 실리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곧 최규선 씨가 언론을 만나 “블루카펫 프로젝트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시었다”고 밝히면서 흐지부지 됐다.

    그러다 2003년 미국으로 망명한 前국정원 직원 김기삼 변호사가 자신이 국정원에서 겪었던 일을 블로그(http://niswhistleblower.tistory.com)에 올리고, 이어 책까지 펴내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과 관련한 의혹은 더욱 커진다. 김기삼 변호사의 수기는 2010년 8월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라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2000년 당시 세간에 떠돌던 소문과 김기삼 변호사의 수기에 나온, ‘노벨상 수상 프로젝트’, 일명 ‘NP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K씨는 현재 20대 국회의원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