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도 퇴진” vs “언론이 사건 부풀려”...태블릿PC 의혹 재수사 요구도
  •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24일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집회를 벌였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24일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집회를 벌였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넘어 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전면 무효화를 주장하는 '촛불'과, 정국 혼란을 등에 업은 반국가세력의 선전·선동을 경계하는 '태극기'가, 성탄절 이브인 24일 오후, 각각 서울 도심에서 수만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었다. 양 측은 크리스마스를 의식한 듯 다양한 이벤트와 퍼포먼스를 연출하면서, 도심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미리 '야광 태극기' 퍼포먼스를 예고했던 보수 애국단체 회원들은 이날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LED 태극기'를 흔들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으며, 길 건너 광화문광장에서는 이에 맞서 '대형 촛불 조형물'이 등장했다. 

이날 집회 규모는 양 진영 모두 지난 주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태극기집회에는 주최 측 주장 100만명(경찰 추산 일시점 최다 인원 1만5,000명),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주장 60만명(경찰 추산 일시점 최다 인원 3만6,000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80개 중대 14,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진태 "언론이 개미를 공룡으로 만들었다"

  • 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오후 4시 대한문 앞에서 '가자, 대한문으로! 밤을 빛낼 태극기'를 주제로 6차 탄핵무효집회를 시작했다.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벌인 탄기국은 대한문으로 돌아와 본집회를 이어갔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애국가를 부르면서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jtbc의 태블릿PC 입수 경위 조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비롯해 ▲누명탄핵 원천무효 ▲억지탄핵·선동탄핵 ▲헌법유린·의혹조사 ▲국회해산 등의 문구를 적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곳곳에선 국회와 손석희 jtbc 사장을 조롱하는 듯한 그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연사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다.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탄핵 기각을 확신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김진태 의원은 "촛불보다 더 거대한 태극기 물결이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반드시 기각이라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아니고 1원 한 푼 받은 것도 없는데, 탄핵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역대 정권에서 비선실세가 없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카더라'식 기사 생산에 집중한 언론의 왜곡된 보도행태가, 사건을 부풀린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 LED 태극기.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LED 태극기.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그는 세월호 7시간 논란에 대해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구조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희생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혹제기에 보다 못한 청와대가 분·초 단위로 진실을 밝혔음에도 생트집을 잡는데, 여성대통령이라고 우습게 보고 따지는 거라면 똑같이 추미애 대표와 나경원 의원도 당일 1분 단위로 무엇을 했는지 다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선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가 아닌 정부종합청사로 간다고 하고,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간다고 한다"며, "문재인은 이미 대통령이 된 것 같다. 김칫국도 이런 김칫국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연설문을 물어봤고 문재인은 주적인 김정일에게 국가의 중대사를 물어봤는데, 어느 것이 더 나쁘냐"며, "정작 특검을 받아야 할 사람은 문재인"이라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 탈당을 결의한 비박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바람 피운 배우자는 몸만 버렸을 뿐이지만, 자기 당 소속 대통령을 좌익·친북세력에게 넘겨준 이념의 배신자는 훨씬 더 악독하고 질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을 하겠다는 자들에게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안보의식과 국가관이 철저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태블릿PC 의혹을 밝히기 위해 국회가 손석희 사장을 국감 증인석에 앉혀야 한다"며, 테블릿PC 조작 보도 의혹을 제기했다.

    탈북민 출신 이애란 박사는 "헌재재판관들은 거짓말 하는 촛불 세력이 아니라 태극기 민심을 보고 정의의 편에 서서 탄핵을 기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에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 보수단체들이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참가 인원은 경찰추산 3,000명 이었다.

  •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24일 9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24일 9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단골 메뉴 '세월호와 백남기' 이날도 다시 등장

  •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청산'을 주제로 9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촛불집회는 부문별 사전집회와 오후 5시 본집회,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된 도심 행진으로 이어졌다.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법재판소 방면으로의 행진을 끝낸 참가자들은 본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행진 중 경찰과 물리적 마찰을 벌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퇴진행동은 성탄 전야를 고려한 듯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도심 곳곳에서는 가수 '자전거 탄 풍경'과 재즈 밴드의 공연, 촛불 소등 퍼포먼스 등도 벌어졌다. 거리에선 '헌법재판관에게 엽서 보내기', 현수막에 메시지 및 그림을 그리는 '차벽 공략 프로젝트' 등의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축제 분위기와 달리 퇴진행동이 내건 메시지는 날이 서 있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재화 사법위원장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를 국민의 힘으로 즉각 퇴진시키고 박근혜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퇴진행동은 "탄핵은 끝이 아니며 '도로 박근혜'도 촛불 민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 촛불집회 현장에 등장한, 대기업 해체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촛불집회 현장에 등장한, 대기업 해체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퇴진행동은 이날도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연계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사전집회로 열린 '적폐 청산! 6대 긴급 현안 해결을 위한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들은 "세월호 7시간과 참사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세월호 특조위 재출범과 특별법 개정'을 다시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백남기 농민 특검실시'도 주장하면서 "폭력살인을 저지른 패악무도한 정부" 등의 독설을 내뱉었다.

    국정교과서 폐기, 성과연봉제 중단, 사드배치 반대 등 친북·좌편향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줄곧 요구해 온 '단골 메뉴'는, 이날도 집회와 행진 현장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