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무용론? 효과 여부, 숫자로 판단해서는 안 돼"
  • 지난여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27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태영호 공사는 탈북 결심 이유와 현재의 북한 상황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사진은 과거 태영호 공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유튜브 영상 캡쳐
    ▲ 지난여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27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태영호 공사는 탈북 결심 이유와 현재의 북한 상황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사진은 과거 태영호 공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유튜브 영상 캡쳐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

    지난 여름 영국을 떠나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말이다.

    태영호 공사는 27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탈북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현 북한 상황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태영호 공사는 이와 함께 북한 주민, 간부, 해외 거주민, 외교관에게 “김정은에 반대해서 모두 일어날 때, (북한 정권은) 물먹은 담벼락처럼 허물어질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 태영호 공사 “김정은 체재, 내부는 썩고 있다”

    지난 8월 태영호 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소식과 함께 국내 귀국 소식이 전해졌다.

    태영호 공사의 탈북 이유를 두고 많은 추측들이 있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회의’, ‘경제적 이유’, ‘자녀교육’ 등이 바로 그것이다.

    태영호 공사는 탈북을 결심한 이유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회의’를 가장 먼저 꼽았다. 태영호 공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해외에서 오랫동안 김정은이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모부(장성택)는 물론 충성을 다한 측근들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행태를 보며 점점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공사는 “특히 김정은이가 지난 5월 7차 당대회를 계기로 '韓美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정치적 변환기를 이용해, 핵개발을 2017년 말까지 무조건 한다'는 광신자적인 정책'을 취해, 빨리 한국으로 가서 민족 구원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면서 “지금 김정은 체제는 겉으로는 공고해보이나 내부는 썩어 들어가고 있으며,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공사는 탈북을 "자녀들의 ‘노예 사슬’을 끊어준 것"이라고 묘사하며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운 삶을 누리면서 ‘왜 진작 오지 못했을까’는 회의감도 들었다”면서 “또 누군가가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하루하루 기회주의적으로 산 게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대북제재 무용론? 태영호 “효과 여부, 숫자로 판단해서는 안 돼”

    태영호 공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제재 무용론과 회의론에 대해서도 평했다.

    태영호 공사는 “대북제재로 김정은 정권이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으며, 대북제재의 효과는 절대로 경제적 형편이나 숫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태영호 공사는 대북제재 효과의 판단 기준으로 ▲북한 주민들의 변화 ▲김정은 정책 실행 여부 등을 제시했다.

    태영호 공사는 “대북제재 효과를 판단할 때는 크게 2가지를 봐야 한다”면서 “하나는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또 다른 하나는 (대북제재가) 김정은이 추진하는 경제 정책을 어떻게 파탄으로 몰고 가는가”라고 지적했다.

    태영호 공사는 “즉 북한 사람들의 심리와 정책실행 여부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면서 “실례로 지난 3월 김정은이 대북제재가 발표되자 노동당 간부들을 모두 소집해 ‘려명거리를 건설하라. 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 전까지 완성해 대북제재가 물거품이라는 것을 보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태영호 공사는 “그런데 김정은이 온나라 국민 앞에 호통쳤는데 (려명거리가)완성됐나? 완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북한 사람들은 대북제재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상당한 동요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인권에 있어…北, 승산없다고 판단”

    태영호 공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제재 움직임에 대해 매우 신경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공사는 “북한 외교를 가장 위축시키는 것이 바로 '인권문제'”라면서 “인권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지지하거나 동조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고위급 연설을 통해 공식 표 대결을 포기한 사실을 예로 들며 “북한이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영호 공사는 지난 19일 유엔 총회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유린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자는 대북결의안이 채택된 것에 주목하면서도 '김정은'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태영호 공사는 “(하지만) 앞으로 김정은의 이름이 (대북 인권제재 결의에) 들어갈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김정은이 재판에 넘겨진다는 소문이 북한 내부에 흘러들어갔다고 생각해봐라. 애들도 재판에 나선다는 것은 뭔가 잘못한 범죄자가 끌려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