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호남 넘어 '親文 패권 대항' 중심축 될까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에 호남 중진의 주승용 의원이 선출되면서, 그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 회복을 강하게 주장하는 한편 새누리당 비박(非朴)계와 더불어민주당 비문(非文)계와의 연대 가능성도 내비치는 등 정계개편의 중심축 역할로 부상하면서다. 

주승용 신임 원내대표는 29일 "친박(親朴)과 친문(親文)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협상과 대화 테이블에 올라가야 한다"며 비박계 신당인 가칭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표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그래야 제대로 된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저희 집안의 동생"이라며 "같이 4선을 내리 했고 성격도 비슷하고 좋다"며 비박 신당에 대해 호감을 보였다.

특히 민주당 비문계에 대해서 "그곳에서 3선을 지냈고, 친노(親盧)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고 탈당을 했다"며 "비문은 제 고향"이라며 친근감을 강조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비문계 인사로도 꼽힌다. 

지난해 새정치연합(민주당) 최고위원 시절 친문세력의 후안무치를 지적하자 당시 정청래 최고위원으로부터 "사퇴할 것처럼 해놓고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이에 항의해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후 108일만에 복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당시 문재인 대표가 지도부와의 상의없이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하고, 당내 비주류를 "나를 흔들고 끊임없이 당을 분란 상태로 보이게 하는 분들은 실제로는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매도하자 앞장서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비문계를 중심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당내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처럼 2차 분당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개헌론을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아온 김종인 전 대표는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국민성장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경제민주화는 슬쩍 빼버리고 넘어가려는 것 같다"며 문 전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전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민주화 등에서) 나와 차이가 있다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당이란 곳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지난 1월 민주당이 패권정당으로 비판을 받던 때에 살려달라고 해서 (영입돼) 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을 향해 "근래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조금 우리당 입장하고 다른 생각을 말씀해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응수한 것이다. 

이같은 반문정서와 함께 국민의당과 민주당 비문계가 개헌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도 연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7일 국민의당과 민주당 등 야권 '개헌파' 의원 69명은 초당적 토론회를 개최해 개헌 공론화에 불을 붙이며 연대고리를 강화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69명은 개인적으로 한 정당에서 같이 정치해보고 싶은 분"이라며 "단순히 헌법 개정을 논하는 일회성 모임으로 끝내지 말고 계속 손잡고 여러 가지 난관을 헤쳐나가자"며 연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개헌을 즉각 논의해야 한다. 시행 시기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야권 대연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이날 주승용 원내대표도 개헌에 대해 "빨리 논의해야한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국가 대개혁을 위한 입법과 개헌 추진'을 내세웠다.

우선은 주승용 원내대표가 '호남 회복론'을 강조했던만큼 비박·비문과의 연대보다는 민주당과의 '호남 쟁탈전'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전체의석 28석 중 23석을 가져가고 호남 지지도도 민주당을 앞서는 등 '호남1당'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 사건 이후 점차 지지도가 하락해 탄핵 정국이 지난 지금은 민주당보다 더 낮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당의 최대 지지기반을 먼저 회복해야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신임 원내대표로 '혁신과 전국정당'을 내세웠던 김성식 의원이 아닌 '안정과 호남회복'을 주장했던 주승용 의원이 당선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내달 15일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나 정동영 의원 등 호남 출신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 국민의당은 사실상 '호남당'으로 자리매김한다. 

다만 이같은 당의 호남색 강화가 전국정당화를 통해 대선에 임하려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나 비박,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거리를 두는 반면, 호남 의원들 중심으로 제3지대의 세력들과의 다양한 연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가 야권통합론과 후보단일화에 대해 단호히 선을 긋는 것과 달리, 주승용 원내대표는 야권통합론 등에 호의적일 수도 있어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주승용 원내대표는 '안철수 사당'-'호남당' 논란에 대해 "두 가지가 다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딜레마"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딜레마를 해소하고, 제가 호남 의원으로서 호남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에 대해선 "탄핵받아야 할 정당의 원내대표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출된 원내대표기 때문에 인사는 가야 맞다"고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