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경선 같이 했으면"… 임시국회 주도 넘어 정계개편 키 쥐나
  • 가칭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30일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앞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가칭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30일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앞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원내대표 네 자리 중 절반을 차지한 신안 주(朱)씨 형제의 손에 정유년 새해 정국의 향배가 달렸다.

    원내 3당 국민의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승용 원내대표와 원내 4당 가칭 개혁보수신당(보수신당)의 초대 원내대표로 추대된 주호영 원내대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1월 임시국회는 물론 4~5월 중에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조기 대선의 판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30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승용 원내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의 회동은 처음부터 범상치 않았다.

    "4당 체제에서 우리 주 씨가 (원내)대표를 두 군데나 맡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든다"(주승용 원내대표) "주 씨 종친회가 아닌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정치를 왜 못하나 했는데, 형님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주호영 원내대표)는 덕담으로 말문을 연 두 사람은, 덕담 후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하는 관례와 달리 정책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활발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체성에 있어서는 양당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총론 합치'라는 덕담을 주고받은 두 원내대표는 각론에 있어서 양당이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토론했다.

    류근일 본지 고문이 칼럼을 통해 "사드 배치 찬성과 반대가 어떻게 한 내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연대 같은) 게 어찌어찌 간신히 됐다고 할 때, 사드 배치 찬성을 따를 작정인가 반대를 따를 것인가. 한 쪽이 생각을 바꾸든지 해야 할 터인데, 그게 그렇게 될 수 있는 일인가"라고 수 차례 물었듯이,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이견은 정계 '빅뱅'의 난문(難問)으로 꼽히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러 현안에서 의견이 합치되는 부분이 많지만, 국민의당과 우리 사이에 가장 간극이 있는 부분이 사드"라며 "우리 당은 사드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들 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배치해야 한다고 보고, 오히려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정부가 처음부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미국의 돈으로 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치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처럼 (설명)하니까 KAMD 등을 단계적으로 하고 있는 과정에서 느닷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도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군 방어용으로 미국의 돈으로 설치하는 것이지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다 연계가 되기 때문에 (국민의 부담 부분에 대해) 좀 더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배석한 국민의당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도 예민하게 생각하는 문제"라며 "중국에 '북핵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라'는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거들었다.

    토론이 열기를 띄자 보좌진에 "차를 한 잔 더 내오라"며 열의를 보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조배숙 정책위의장의 말에 "외교적 교섭 과정을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런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개 토론이 길어지자 주승용 원내대표는 "다른 당과도 균형을 맞춰야 하니 비공개로 전환하자"고 웃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주주 클럽'은 오래 공개로 해도 괜찮다"고 화답했다.

  • 가칭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30일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등 만남을 통해 양당 간의 이견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가칭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30일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등 만남을 통해 양당 간의 이견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회동을 마치고 나선 주승용 원내대표는 "토론까지 할 정도"였다며 "개혁보수신당이라는 가칭이 우리 국민의당이 과거 내걸었던 '합리적 진보·개혁적 보수'라는 슬로건과 거의 맞지 않느냐"고 만족감을 표했다.

    나아가 "내년 대선에서 정체성을 같이 하는 대선 후보들은 함께 논의를 해서 하나의 테이블 위에서 경선을 치를 수 있다"며 "친문·친박은 같이 할 수 없겠지만, 나머지 분들은 가급적 모여서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한다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는 불과 이틀 차이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원내대표로 취임했다. 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27일 첫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합의추대됐고,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틀 뒤인 29일 원내대표에서 압승을 거두며 원내대표에 올랐다.

    이러한 관계로 두 원내대표는 29일 오후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동시에 전입신고(?)를 하게 됐는데, 이 자리에서도 한목소리로 협치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불과 3시간 전에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며 "원내대표는 두 번째이지만, 첫 번째 원내대표를 할 적에는 운영위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던 원내대표"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로서는 첫 번째 운영위 참석"이라며 "4당 체제인데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예를 찾기 어려운 4개 교섭단체로 국회가 구성됐다"며 "운영위에서 협치의 노력으로 좋은 국회 운영의 선례를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화답했다.

    3당 국민의당과 4당 보수신당은 두 주(朱)씨 원내대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날 합의된 1월 임시국회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국의 초점인 개헌과 관련해서도 국회 개헌특위 정원 36명 중 국민의당이 5명, 보수신당이 4명으로 전체 총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 반대'를 고집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친박계 정당이라는 점에서 개헌 논의를 주도하기에 난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의 조율에 따라 개헌 정국도 주도할 수 있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주승용 원내대표가 언급한 '말리는 역할'을 넘어서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두 당이 어디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정국의 주도권이 급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정계개편의 과정에서도 3당과 4당이 키를 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28년 전인 1988년 총선의 결과로 성립된 원내 4개 교섭단체 시대는 결국 1990년 원내3당 통일민주당과 원내4당 신민주공화당의 '결단'으로 막을 내렸다.

    게다가 이 두 당의 선택은 차기 대선의 판도까지 좌우할 수 있다. 대선이 결국 3당과 4당이 합류한 세력의 승리로 막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승리해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후보는 1당이나 2당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3당 통일민주당에서 나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이날 "정체성이 같은 후보들은 (경선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국민적 관심도 불러일으키고 흥행도 일으킬 것이며, 거기서 단일화된 후보는 경쟁력이 강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