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지도부 교체에도 지지율 하락 "위기론만 있고, 해결책 찾지 못해"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투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투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호남 공략에 나서면서 수세에 몰린 국민의당이 이렇다 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비박계와 손잡으면 호남 배반' 발언에 '계파패권주의부터 청산해라'라는 등 맹비난을 쏟아냈지만, 호남의 '반문(反문재인) 정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지지율 제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전 대표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호남인에게 피눈물을 안겨주고도 한 마디 사과조차 없었다"며 "배반을 말하기 전에 먼저 회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 호남의원 및 당직자들과 함께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계파 패권에 안주하고 호남인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정치인과의 통합은 없다"며 문재인 전 대표의 통합제안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호남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정치인, 계파패권에 안주한 정당, 정치인과 통합은 없다"며 "국민의당은 친박, 친문 계파패권주의자와 상종하지 않으면서 민주개혁을 바라는 모든 정치세력과 대통합을 통해 정권·정치·시대교체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주승용 원내대표도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때 호남이 요구한 친노(親盧)패권주의 청산을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국민의당이 창당될 수밖에 없었다"라며 "문 전 대표는 통합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호남이 지지를 걷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했음에도 정계은퇴를 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호남에 대한 무시이고 우롱이다. 사과의 말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국가 대개혁의 전제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라며 "개헌을 반대하는 문 전 대표가 국가 대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비판했다.

    전날 문재인 전 대표는 무등산 등반을 마치고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국민의당과 통합이 필요하고, 국민의당의 새누리당 비박과 연대는 호남에 대한 배반이다"며 야권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라는 대의 앞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모으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거듭 통합론을 펼쳤다.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거나 '검증이 끝난 후보'라는 등 스스로를 추켜세운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완주에 대해 이견은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야권의 심장인 호남을 회복하고자 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남에서의 지지도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를 앞서고 있지만, 단 3석만 보유하고 있어 국민의당과의 통합으로 호남을 실질적으로 점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지도부가 광주를 거듭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당 원내지도부를 호남 중진으로 교체하며 호남색을 강화했음에도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 여야 19대 대선주자 지지도. ⓒ리얼미터
    ▲ 여야 19대 대선주자 지지도. ⓒ리얼미터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주간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3%p 하락해 25.7%로 조사됐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도 역시 15.8%로 1.3%p 내려가는 등 전반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2일 발표,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심위 참조> 

    민주당 역시 41.1%로 지난주 대비 1.4%p 하락했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1%p 올라 29.7%를 기록하면서 안철수 전 대표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국민의당은 최근 친박(親朴)·친문(親文)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非朴)에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까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에서 드러난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8.6%, ▼1.1%p)을 고려하면 '반기문-안철수' 연대가 설령 이뤄진다 해도 호남이 반기문 총장을 지지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민의당 차기 유력 당대표 후보로 불리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호남 지지율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통합제안과 관련, "지난 총선과정에서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과연 그 책임을 졌느냐"면서 "그런데도 이제 기다린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다시는 그런 말을 안하는 것이 호남에 대한 예우"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민주당보다 낮은 지지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선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아니라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심리적 지지라고 본다"면서 "(민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는데)왜 문재인 후보의 지지도는 올라가지 않을까를 생각해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강하게 의식하다보니, 정작 당내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의 침체를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최근 지지도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거의 지리멸렬해져서 총선 전보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며 "민주당쪽으로 많이 기운 것 같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당내 회의에 가보면 위기론만 있고, 지지율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거 같다"면서 "비공개 토론에서 한 의원은 '국민들은 국민의당이 야당의 정권창출에 방해세력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안철수 전 대표가 당내 유력 대선주자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재명 성남시장도 촛불정국에서 지지율 상승한 것을 보면 당이나 안 전 대표의 지지율도 곧 오르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