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노 한 대만으로 2036석 롯데콘서트홀을 전석 매진시킨 조성진(23)의 힘은 대단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 피아노 리사이틀은 때 아닌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이번 공연은 2015년 10월 한국인 최초로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독주회다. 올해 서울에서 여는 유일한 연주회로, 이미 지난해 11월 예매 오픈 9분 만에 전석 매진되며 압도적인 인기를 과시한 바 있다.

    이날 조성진은 알반 베르크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비롯해 쇼팽의 4개 발라드,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드뷔시의 '달빛'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을 들려줬다.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검은 수트를 입고 피아노 앞에 앉은 조성진은 현대 음악가 알반 베르크의 소나타 B단조 Op.1로 화려한 문을 열었다. 나긋나긋하지만 열정이 담긴 베르크의 아름다운 선율은 시작부터 청중을 무장해제 시켰고, 그는 감정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엄격한 틀을 유지하는 듯했다.

    이어 조성진은 슈베르트의 소나타 19번 C단조로 넘어갔다. 이 곡은 C단조의 묵직한 화음으로 시작되는 도입부와 웅장하고 장엄한 선율의 진행으로 슈베르트의 멘토였던 베토벤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짧고 강하게 연주되는 1악장을 시작으로 다소 과감하게 접근했고, 2악장을 아다지오로 연주할 때에는 느린 악장의 미학을 알려주며 슈베르트의 숨어있는 고독과 슬픔, 서정성을 적절히 포착해냈다. 절정부에서 극적으로 폭발하는 4악장에서는 극명한 음색을 통해 강한 흡인력을 보여줬다.

  • 조성진의 연주는 쇼팽 발라드 네 곡에서 진면목을 발휘했다. 지난해 발매된 조성진의 첫 스튜디오 정규 앨범 수록곡이기도 하다. 특히, 쇼팽 발라드 1번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유태인 스필만이 독일군 장교에게 들려줬던 곡으로 유명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듯 가벼운 터치로 천천히 건반을 훑다가도 프레스토의 빠르기로 넘어가자 일체의 과장을 허락하지 않고 절제된 템포 루바토(템포를 임의로 변화시키는 주법)를 다이내믹하게 펼쳐냈다. 숨 막히게 몰아치는 연주 끝에 터져 나오는 청중의 환호는 진짜 재능이란 이런 것이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이날 공연장은 아이돌 콘서트에서나 볼 법한 진기한 광경을 연출했다. 오후 10시 20분부터 시작한 사인회는 45분여 소요됐고, 평소 만나기 힘든 조성진를 보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는 줄 서 있는 약 600여 명의 팬들을 모두 만나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롯데콘서트홀 측은 "조성진 리사이틀은 개관 이후 가장 높은 유료판매 1984매(3일 기준)를 기록했다"며 "준비된 프로그램 1000부가 모두 소진돼 추가로 700부를 긴급 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성진 독주회는 4일에도 이어간다. 1부 프로그램은 전날과 동일하지만 2부에서는 2015 쇼팽콩쿠르 우승이라는 기념비적인 곡인 '피아노를 위한 24개의 프렐류드'를 선사할 예정이다.


[사진=롯데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