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45년 전 예언 눈길…"중국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에 기우는 전략을 펼칠 것"
  • ▲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인.ⓒ'러시아 투데이(RT)' 중계영상 캡쳐
    ▲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인.ⓒ'러시아 투데이(RT)' 중계영상 캡쳐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의 8년 동안 행적은 이제 역사가 된다.

    바통을 이어 받은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의외성'으로 집결된다. 이 의외성에 국제 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2011년 1월 19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은 소위 G2(주요 2개국)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中국가 주석은 美워싱턴에서 만나 서로를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현재의 미·중 상황은 당시에 불던 훈풍(薰風)과는 딴판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직설적인 화법과 의외성이 한몫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중에도 중국을 겨냥한 보호무역을 주장했다. 당선 후에는 차기 미국 대통령 신분으로는 37년 만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러자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을 내세우던 중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 정부는 물론이고 관영매체들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냈다. 반면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는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美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히려 더 큰 소리를 쳤다.

    트럼프 행정부가 닻을 올리기도 전에 형성된 미·중 사이 갈등 구도 심화로 주목을 받은 나라는 러시아였다. 냉전 때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러시아는 1991년 말 소련의 해체 이후 변혁과 혼란을 경험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안정을 되찾고, 다시 강대국으로 복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친(親)러시아 성향이다.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는 '러시아 美대선 해킹 의혹' 과정에서 볼 수 있듯 밀월 관계로 평가받는다. '트럼푸틴'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이를 토대로 트럼프식(式) 대 중국 전략을 예측해 볼 수 있다.

  • ▲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2016년 12월 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리더스 스피크: 국무장관들' 행사에서 미국과 중국 관계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신화통신-뉴시스. 무단전제 재배포 금지
    ▲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2016년 12월 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리더스 스피크: 국무장관들' 행사에서 미국과 중국 관계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신화통신-뉴시스. 무단전제 재배포 금지

    ◆주연과 조연 바뀐 2017년 판 '핑퐁외교'

    트럼프 당선인의 '친러 반중' 행보는 과거 리처드 닉슨 행정부 때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당시와는 주연과 조연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활용했다면, 지금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는 모습이다.

    미국은 6.25 전쟁에서 북한을 지원한 중국을 침략국으로 규정했다. 이에 양국은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미국은 대중 금수조치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택했다. 그러다 1970년대 중국-소련 분쟁 이후 미국은 중국과의 관개개선을 시도했다.

    당시 미·중 사이에서 형성된 공감대는 1971년 미국 탁구선수단이 중국을 방문하는 '핑퐁외교'로 이어진다. 미국 탁구 선수단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탁구 경기를 가졌고 이는 양국의 분위기를 크게 호전시켰다. 닉슨 대통령의 이러한 전략은 키신저가 마련한 것이다.

    닉슨 대통령은 이듬해 키신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上海)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이 요구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1979년에는 미·중 수교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을 이끌어낸 키신저는 지금도 미국 최고의 외교전략가로 꼽힌다.

    美'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인의 '친러 반중' 행보에 키신저의 과거 발언을 접목시켜 눈길을 끌었다. 美'워싱턴포스트' 베이징 국장을 지낸 존 폼프렛은 '45년 전 키신저가 그린 러시아 회귀를 트럼프가 실현?'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1972년 2월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키신저의 일화를 소개했다.

    키신저는 역사적인 방중을 앞두고 있던 닉슨 대통령을 만나 "지금 당장은 소련을 바로잡고 채찍질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필요하지만 미래에는 그 반대가 될 수 있다"면서 "20년쯤 뒤 당신의 후계자가 당신만큼 현명하다면 중국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에 기우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의 45년 전 예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조명 되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14년 이후 6개월 주기로 꾸준히 경제제재를 연장하고 있다.

    미국 역시 2014년부터 러시아 농업은행과 에너지기업 노바텍의 자회사 24개에 대해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이다. 트럼프가 취임하면 美정부의 대러시아 제재 결정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美대선 개입 해킹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미국 내 러시아 공관시설 2곳을 폐쇄 등의 조치를 지난 12월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러시아의 보복조치로 신(新) 냉전시대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미 보복제재를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푸틴의 유보 결정은 훌륭한 조치"라면서 "그가 똑똑하다는 것은 언제나 알고 있다"고 푸틴을 치켜세웠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러 제재 조치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든 미·러 관계에서 자국이 아닌 러시아 편을 든 것이다.

    트럼프는 키신저에게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조언을 받고 있다고 한다. 키신저는 "트럼프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언행만으로 그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가 위험하다고 단정 짓지 말고 지켜보자는 것이다.

    2017년판 핑퐁외교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 속에 중국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중국은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대러 제재에 반대하고 석유와 가스 등을 수입해 러시아를 도왔다. 그러나 현재의 트럼프와 푸틴이 만든 미·러 밀월구도에서 중국은 러시아에게 제시할만한 카드가 별로 없어 보인다.

  • ▲ (사진 왼쪽) '아그니-5' 인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진 오른쪽)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인도 'IBN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인도 국방부, 인도 'NDTV' 중계영상 캡쳐
    ▲ (사진 왼쪽) '아그니-5' 인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진 오른쪽)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인도 'IBN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인도 국방부, 인도 'NDTV' 중계영상 캡쳐

    ◆미국의 대 중국외교 '히든카드' 될 인도

    인도와 중국 사이에 영토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언제든 무력충돌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다. 인도와 중국은 1962년 영토문제로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중국은 인도가 통치하는 아루나찰 프라데시 州 9만㎢를 자국의 영토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중국이 통치하는 카슈미르 악사히친 지역 3만 8,000㎢의 영유권을 내세운다. 현재까지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실질통제선(LAC)를 설정해 사실상 국경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양국 사이에서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인도가 불과 열흘 사이에 중·장거리 미사일을 두 차례나 시험 발사한 것이다. 특히 인도가 지난 12월 26일 시험 발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아그니-5'는 길이 17.5m, 폭 2m, 무게 50t의 3단계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로 1.5t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중국이 인도의 ICBM 발사에 긴장하는 이유는 사거리 때문이다. '아그니-5'의 사거리는 5,000~ 5,800km로 알려져 있으나 중국 측은 '아그니-5'의 실제 사거리가 8,000km에 다다를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산술적으로 '아그니-5'는 중국 북부는 물론 아시아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중국은 즉각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화춘잉(華春瑩) 中외교부 대변인은 "인도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ICBM 개발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분명한 규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모든 핵무기 실험 및 개발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은 1998년 유엔 안보리 결의 1172호를 말한 것이다.

    중국은 또한 최신형 ICBM인 'DF-41'의 발사 장면이 담긴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관영매체 등을 이용해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DF-41' 발사 장면이 공개된 시점과 2015년 9월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던 점 등을 비춰볼 때 실제 배치가 가능한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 많다.

    인도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는 반대로 러시아와는 오랜 우의를 다져온 관계다. 소련 붕괴 이후 1992년 정부대표단을 러시아에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독립연합국가(CIS) 내 중앙아시아 5개 회교국들과 강화 노력을 경주했다.

    2000년에 들어서는 푸틴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양국 사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선언을 발표했으며, 방산과 원자력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소련 무기 기술을 토대로 인도는 무기 능력 고도화에 꾸준히 힘을 쏟고 있는 등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러시아 관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2016년 10월 인도 고아州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이다. 회담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 구매 협정에 서명했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서로를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이 新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親러시아 성향의 트럼프는 인도까지 대중 압박의 카드로 활용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이를 타계할 묘수가 없는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