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시간 없다는건 변명, 의지의 문제" 정종섭 "밤샌다는 각오로 하자"송기석 "개헌 저지 보고서 유감" 정용기 "정치적 접근하는 분 우려스럽다"
  • 30년 만에 설치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위원장으로 호선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첫 전체회의의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30년 만에 설치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위원장으로 호선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첫 전체회의의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憲特)가 30년 만에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연 가운데, 1차 전체회의부터 지연전을 펼치려는 친문(親文·친문재인) 세력과 이에 맞서 국민의 개헌 여망을 받아안으려는 친국민 세력 사이의 치열한 견제구가 오갔다.

    개헌특위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었다. 1986년 당시 민정당 채문식 의원(후일 국회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개헌특위가 설치된 이래, 헌정 30년 만에 열린 개헌특위 전체회의다.

    특위 위원들 중 최연장자인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임시 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5선 의원에 법조인 출신으로, 개헌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해온 이주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자"고 추천하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에 따라 이주영 의원이 만장일치로 위원장에 호선됐다.

    이주영 의원은 경남 마산합포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5선 의원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판사를 지내다 정치권에 입문했다. 현 정부에서는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입법·행정·사법의 3부에 모두 몸담아본 경험이 있어, 개헌특위 위원장의 최적임자로 손꼽혀 왔다.

    만장일치로 호선된 이주영 위원장은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 권력구조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와 요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제 개헌은 보다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이어 "각 교섭단체에서 개헌특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해서 경륜이 높고 식견이 탁월한 의원들로 특위 위원을 구성해준 점에 대해서 위원장으로서 매우 고맙다"며 "위원들은 당파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국가적인 대승적 차원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녹여낼 수 있는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번 개헌특위는 특위 위원의 선수(選數)나 정치적 중량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역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무게감 있게 구성됐다는 평이다.

    국민의당 간사를 맡게 된 김동철 의원은 당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대표는 상임위원장도 맡지 않는 법인데, 간사를 맡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선수 또한 위원장이 5선에, 각 당 간사가 3~4선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상임위가 위원장을 3선에서 보임하고 간사는 재선급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초선 의원이 간사를 맡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헌특위에 실린 정치적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칭 개혁보수신당(보수신당) 김재경 의원도 "요즘 쓰는 표현으로 하자면 '역대급' 최고 중량감 있는 위원회"라며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인사말을 마친 이주영 위원장은 좌중을 한 번 둘러보더니 "위원들을 보면 당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분도 있고, 연초다보니 지역구 일로도 바쁠 줄 안다"면서도 "개헌특위의 중요성과 역사적인 사명감에 비추어, 당무나 지역구 일정을 넘어서서 개헌특위 일정과 활동에 더 비중을 높이 둬서 집중적인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돼달라"고 당부해, 개헌 작업에 '속도감'을 높일 것임을 예고했다.

    친문 세력을 제외한 친국민 성향의 개헌특위 위원들도 이러한 이주영 위원장의 방침에 한목소리로 동조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국가대개혁은 만악의 근원 제왕적 대통령제의 청산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게 우리 현대사에서 증명됐다"며 "개헌의 핵심은 한국 정치를 짓눌러온 제왕적 대통령제와 적대적 공생 관계의 청산"이라고 부르짖었다.

    아울러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도 있지만, 지난 18대 국회 이후로 개헌의 방향은 충분히 제시돼 있지 않은가"라며 "시간이 부족하다면 날밤을 새면서라도 토론하면 된다. 사명감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도 "나 역시 시간이 부족하면 밤을 샌다는 각오로 하겠다"고 가세했고,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도 "새 헌법에 의해 차기 대통령을 뽑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거들었다.

  • 개헌특위의 국민의당 간사를 맡게 된 김동철 의원이 밤을 새서라도 토론해서 대선 전까지 개헌을 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개헌특위의 국민의당 간사를 맡게 된 김동철 의원이 밤을 새서라도 토론해서 대선 전까지 개헌을 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은 "존경하는 김동철 의원이 잘 정리해주셨다"며 "제일 중요한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구조만 집중적으로 논의해서 어떻게든 새로운 헌법 하에서 선거가 치러지도록 하자"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2018년 지방선거 때 '미국식 4년 중임 순수대통령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며, 자기자신은 '현행 문재인식 제왕적 대통령제'로 당선되는 것을 노리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개헌을 공약하고 당선돼서 안 된 일이 몇 차례 있다"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개헌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과거의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실질적인 위원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비선(秘線)인 진성준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간섭으로 발간된 것으로 드러난 최근의 '개헌 저지 보고서'를 직접적으로 성토하는 발언도 나왔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모 정당에서 사실상의 개헌 저지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각 당 지도부가 개헌특위 안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더 이상의 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공개 선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도 "일부 보도도 있었지만, 이 개헌특위를 개헌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적 접근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고 한다면 우려스럽다"며 "위원장과 개헌특위 위원들은 국민만 바라보고 개헌특위 활동을 해나가자"고 거들었다.

    이에는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강창일 의원은 "정략적 차원에서 논쟁만 일으키는 위원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고, 박병석 의원도 "어떠한 외압도 단호히 배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친문 세력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인호 의원은 견제구를 던졌다.

    최인호 의원은 "촛불로 대표되는 일반 국민들의 민심이 제도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적인 개헌이 되기를 바란다"며 "권력구조 뿐만 아니라 기본권과 지방분권까지 다뤄야 하며, 권력구조는 선거구 문제와 연관을 가지고 있으니 선거구제 개편까지 포괄할 수 있는 개헌특위가 됐으면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문재인식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답이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권력구조에 집중된 개헌 논의를 통해서 중증의 병에 빠진 나라를 구해야 하는데, 기본권과 지방분권, 나아가 말많은 선거구제까지 논의하자는 것은 '대선 전에는 개헌을 절대 하지 말자'는 어깃장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이다.

    특히 최인호 의원은 속도감 있는 집중 논의를 위한 분과·소위원회 구성을 보류하고, 자문위원단에 '순수한 시민들'을 포함하자고 주장해 그 주장의 배경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게끔 하고 있다.

    최인호 의원은 "분과·소위를 만드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가급적 전체회의를 중심으로 운영해나가는 게 전체 의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길"이라며 "초반에는 전체회의 중심으로 운영하고, 여기서 나온 결론을 바탕으로 분과·소위를 운영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애초에 개헌특위는 국회의원 정수 18인으로 구성하자는 게 중론이었지만, 여야 4당 원내대표 논의 과정에서 배로 확대됐다. 이에 대해서도 친문의 계략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36명의 의원으로는 효율적인 논의가 불가능하므로 분과·소위원회 구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당연히 해야 할 분과·소위원회 구성을 보류하고 당분간 전체회의 중심으로만 개헌특위를 운영하자는 것은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한 '시간 소모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최인호 의원이 말한 '순수한 시민들'이 누구인지도 종잡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 뽑듯이 완전 무작위 추첨식으로 선발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 '순수한 시민들'이란 친문 성향의 시민단체의 완장을 찬 세력들이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에 진입해 논의를 훼방놓는 창구 역할만 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인호 의원은 "자문위원단과 관련해서는 학계·법조계·언론계 등 전문가 중심의 자문위원 말고 순수한 시민들의 의사도 반영할 수 있는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며 "전문가 중심의 자문기구를 구성한다면, 순수한 시민들 중심의 자문기구도 동등한 포지션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주장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