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행사로 비대위 구성 막아…'김용태' 막아선 지난해 5월로 돌아갔다는 비판 쏟아져
  • ▲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되자 정우택 원내대표와 함께 자리를 뜨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되자 정우택 원내대표와 함께 자리를 뜨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전국상임위원회가 무산됐다. 비대위원 구성을 위한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친박계의 실력행사 속에 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하고 끝이 났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오늘의 이 사태에 대해 안타깝고 또 한편으로는 국민 여러분께 부끄럽게 느껴진다'면서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이 어떤가 하는 것을 국민 여러분들에게 낱낱이 보여주는 사태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상임전국위원들을 향해 "여러분들의 이 귀한 발걸음이 누굴 위해서였겠는가"라면서 "당을 위하고 나아가 국민을 위한 그런 발걸음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은 당초 오후 2시에 상임전국위를 열고 ▲비대위원 인선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당규 제정 ▲당 쇄신안 논의를 할 계획이었지만 전국상임위원들의 저조한 참석으로 자리가 텅텅 비면서 3시 40분경에서야 무산으로 결론 났다. 전체 상임전국위원은 54명으로 27명 이상이 참석해야 열릴 수 있었지만, 참석 전국위원은 25명으로 두 명이 모자랐다.

    이날 새누리당의 상임전국위가 무산된 이유는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보이콧 움직임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일 이날 상임전국위를 통해 비상대책위원 인선이 마무리되면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곧바로 당 윤리위를 구성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인 위원장은 '인적 청산 '안에 거부하고 있는 서청원 의원에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등 징계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서 의원 등이 전국위원회를 개최를 저지했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국회 본청 후문 앞에서 서청원 의원 측 관계자들이 몸으로 막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면서 황당해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인적청산 '안을 발표하면서 "6일까지 개별 의원들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단해달라"고 압박한 바 있다. 이에 서청원 의원 등이 반발했고,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 ▲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상임전국위원회 개최를 위해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진은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이 자리를 떠나려는 상임전국위원을 만류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상임전국위원회 개최를 위해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진은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이 자리를 떠나려는 상임전국위원을 만류하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의원들은 이날 전국상임위원회 개최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나 역부족을 실감해야 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1시간 가까이 상임전국위 개최가 지연되자 "행사가 조금 잘못돼서 아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방해하는 세력들이 (상임전국위원을) 들어오지 못하고 붙들고 막고 있다"면서 "아주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불쾌함을 내비쳤다.

    이어 "(친박계 측의)반대작업 때문에 부르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당에 몸담았던 분들이 참석을 막고 있다. 35명 되는 사람이 못 들어오게 막고 있어서 참석하도록 애쓰고 있다"고 상임위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 또한 회의가 지연되자 일어서려는 상임전국위원을 붙잡고 "여기까지 기다린 거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사정하다가, 한 상임전국위원으로부터 "화장실도 못 가느냐"는 핀잔을 듣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상임전국위원은 한 시간이 넘게 상임전국위를 기다리다 회의장을 나서면서 "상전이 열리는 것 자체도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 시간씩 기다리는 것도 X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친박계의 실력행사 끝에 전국위가 무산되자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개혁보수신당은 물론,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었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친박성향으로 분류됐던 한 재선의원은 "오늘 사태로 중립 성향 의원들이 추가 탈당할 수 있는 명분이 주어졌다"면서 "이대로는 당은 물론 보수가 다 죽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개혁보수 신당의 한 관계자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제 친박계는 무리하게 당 개혁을 추진하다 무산시켜 당을 사분오열로 만들고 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명분을 들어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정우택 원내 지도부를 사퇴하라고 할 것"이라며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용태 혁신위원장을 앉혔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 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우택 원내대표 전임이었던 정진석 원내대표 재임 시절인 지난 해 5월 17일, 당 혁신위원장으로 김용태 의원을 내정했다가 친박계의 전국위원회 보이콧 움직임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사태가 재현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후 지도부 공백을 놔둘 수 없으니 친박계가 주장 할 수 있는 것은 조기 전당대회 정도일 텐데, 국민이 당 개혁이 됐다고 볼지 의문"이라며 "이제는 초·재선 의원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제는 친박의 장벽이 얼마나 단단하고 높은지 정 원내대표도 느낄 것"이라며 "왜 비박이 그렇게 친박 지도부에 혁신을 호소하다가 어쩔 수 없이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실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