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원 칼럼] 보훈영웅, 보수가 기리지 않으면 누가 기리나

이중희 씨의 사례… 바른정당, 계수할 것은 계수해야

박승춘 보훈처장, 6·25 참전한 80대 재미과학자 찾아내 영웅증서 전달
국정농단세력과는 확실히 선 긋되, 묵묵히 보수 가치 빛낸 일 계승해야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1.09 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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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ited97@newdailybiz.co.kr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부터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에 출입하기 시작해, 구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을 담당했으며, 2016년 2월부터는 국민의당으로 출입처를 변경해 4·13 총선을 치렀습니다. 2016년 하반기부터는 2년 만에 출입처가 여당으로 바뀌었으며, 새누리당을 거쳐 지금은 바른정당을 중점적으로 취재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자 〈조선일보〉에는 재미 과학자 이중희 씨의 사연이 실렸다.

이중희 씨는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 10대 학생이었다. 나이를 두 살 속이고 소위로 보병 수도사단에 배속돼 치열한 공방전을 거듭했다. 1952년 중공군의 포위망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경기 의정부에서 생존 장병들과 재집결했을 때는,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으로 방한해 전황을 살피던 '아이크(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애칭)'의 위로를 받기도 했다.

1953년 휴전이 되자 제대하면서 받은 것은 광목(廣木) 한 장이 전부였다. 전후(戰後) 병역기피자가 득세하는 사회 분위기를 불평했다가 음해를 받아, 국영기업체에서 파면당하고 도미(渡美)했다.

미국에서 과학자 생활을 하면서도 '전혀 알지도 못하던 나라'에 와서 '한 번 만난 적도 없는 국민들'과 함께 싸워준 동맹국 참전 장병들에 대한 고마움은 잊지 않았다. 지난해 6월 25일에도 참전 미군 용사 둘을 좋은 식당에 데려가 점심을 대접하는 진정한 '민간 차원의 외교'를 했다.

한편으로 고국에 대해서는 일면 섭섭함이 있었다. 이중희 씨는 〈조선일보〉에서 "스물도 안 된 나이에 위기에 빠진 조국을 위해 최전방에서 죽음과 마주 섰던 사람인데 (누명을 썼다)"라며 "그 뒤 긴 세월, 분했지만 정부가 이제라도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해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눈을 감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던 그에게 고국에서 63년 만에 뜻밖의 소포가 왔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통해 보낸 것이었다. '국가보훈영웅' 증서와 감사의 편지, 목에 걸 수 있는 큰 훈장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중희 씨는 "뜻밖의 일이라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라도 나를 알아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쏟아지는 뜨거운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며 "지금이라도 '국가보훈영웅'이라는 칭호를 준 정부가 진심으로 고맙고, 오늘의 정부는 옛날과 다름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올해로 휴전이 이뤄진지 64년이 흘렀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를 당연한 것이라 여기던 시절에는 미처 이중희 씨와 같은 국가보훈영웅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비서실장·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 등을 맡았던 5년간 좌경화가 도를 넘어서자, 그 반동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든 나라인가" "이 나라를 어떻게 지킨 나라인가"를 스스로 묻는 국민들이 새삼 많아졌다.

2007년 12월, 주적(主敵)과 우리 정부 사이의 구분이 혼미하던 암흑의 시기가 막을 내렸다. 이명박정부에 들어서면서 국군 전몰장병 유해발굴사업이 크게 확대된 것은 정권교체와 사회 분위기가 맞물린 결과였다. 국가보훈영웅 기념사업은 박근혜정부 들어와서도 꾸준히 계속된 끝에, 드디어 이제 가시적인 결실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비록 늦었지만 고국에 대한 섭섭함을 가슴에 품고 가기 전에, 국가보훈영웅 칭호와 감사의 편지, 훈장이 전달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러한 보훈사업이 오랜 준비를 거쳐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는데, 정치 상황의 변동으로 중단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당연히 먼저 가겠다"고 주저없이 공언한 유력 대권주자가 있다.

연 인원 572만 명을 파병해 5만4236명의 목숨을 잃고, 이중희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의 국방장관, 육군참모총장도 보이지 않던 곳에 대통령이 찾아와 함께 울며 우리 장병들을 위로했던" 그 나라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것이다.

혈맹이자 동맹국인 미국보다, "소위님, 나 좀…"이라고 신음하며 구해달라던 '권 하사'를 칼로 찔렀던 그 적군(敵軍), 그 군대를 동원해 동족상잔을 일으켰던 전쟁범죄자의 손자로 3대째 권력세습을 한 그 사람을 먼저 만나러 달려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정권을 잡는다면, 과연 우리는 나라를 지킨 보훈영웅을 계속 기념할 수 있겠으며, 그 숭고한 뜻에 계속 감사하고 이를 기릴 수 있겠는가.

참으로 중차대한 갈림길이다. 이 갈림길의 앞에 서서 볼 때, 보수로서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몰각한 친박잔당은 틀렸고 가망이 없다. 그나마 보수정권 재창출의 희망은 바른정당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박근혜정부의 잘못된 점과는 확실히 선을 긋고 단절하되, 잘한 일과 잘된 점은 계수(繼受)하고, 이어받아나가겠다는 다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통보수로서 안보를 확고히 지켜나가겠다"고 바른정당은 거듭 공언하고 있다. 실제로 바른정당의 '투톱'인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안보관이 확실한 인사다.

바른정당의 주축인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지난 2015년 7월 방미 과정에서 미국의 6·25 참전 및 전몰 용사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거듭 표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조차도 안보관에 있어서는 의문점이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보는 '공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비록 잘 알아주지 않을는지는 몰라도, 국가보훈영웅 한 명 한 명을 묵묵히 끈질기게 찾아내고 기념하고 감사하는 것이 진정한 안보 활동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 전 2차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그리고 이렇다할 직함도 없는 최순실 씨, 정유라 씨 등이 박근혜정부의 암(暗)이요 독(毒)이라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이 정부의 명(明)이며 선(善)이다.

그밖에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인호 한국방송공사 이사장 등 국정농단에 전혀 연루되지 않고, 묵묵히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빛내며 맡은 바 일만 성실히 다한 사람들이 많다.

싸잡아 매도하기만 하면 되는 좌파·야권과는 달리 바른정당은 옥석(玉石)을 가려야 할 책무가 막중하다.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 날뛰듯 하는 혼란스런 시국 속에서도, 보수의 희망인 바른정당만은 옥석을 구분치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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