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키오네 FCA 회장,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국경관세,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 ▲ 짐 렌츠 도요타 북미 대표가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블룸버그 통신에 대미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짐 렌츠 도요타 북미 대표가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블룸버그 통신에 대미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 美45대 대통령 당선자가 거대 자동차 기업들을 상대로 ‘연승’을 거두고 있다.

    지난 1월 3일(이하 현지시간) 포드 자동차가 멕시코로 공장을 옮기려던 것을 취소하고, 7억 달러(한화 약 8,300억 원)를 들여 美미시간州에 새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도요타, 피아트 크라이슬러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 CNBC 등 美경제 매체들은 9일 일본 최대의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연간 20억 달러(한화 약 2조 4,000억 원), 5년 동안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 9,7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美경제 매체들에 따르면, 현재 디트로이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오토쇼에 참석한 ‘짐 렌츠’ 도요타 자동차 북미 대표가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멕시코 공장 증설계획 취소와 함께 이 같은 대미 투자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日도요타 자동차의 ‘아키오 도요타’ 회장도 “우리 회사의 캠리는 15년째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라고 자랑하면서, 새로 내놓는 8세대 캠리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대미 투자계획과 인력 고용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도요타 자동차의 거대한 대미투자계획을 전하면서 “지난 주 트럼프 당선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도요타가 만드는 코롤라 자동차가 2019년부터 멕시코 신설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에 팔리게 될 예정’이라며 ‘그때가 되면 엄청난 국경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추정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도요타 자동차는 2016년 12월 말까지만 해도 미시시피州에 있는 코롤라 생산공장을 줄이고, 그 대신 멕시코에 더 큰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면서 “도요타 측은 지난 주 (트럼프의 협박과 관련해) ‘우리는 지금까지 미국에 219억 달러를 투자, 10개의 공장을 짓고 1,500개 딜러망을 구축해 미국인 13만 6,000여 명을 고용했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소용이 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美경제 매체들은 또한 같은 날 멕시코 생산 공장 건설계획을 취소하고, 10억 달러(한화 약 1조 9,700억 원)를 들여 미시간州와 오하이오州의 공장을 리모델링해 RAM 픽업과 지프(Jeep) 신형 모델 등을 생산함으로써 향후 3년 동안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힌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FCA)의 소식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세르조 마르키오네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 CEO는 디트로이트 국제 오토쇼에서 “멕시코의 인건비, 인프라 등으로 원가를 절감한다고 해도, (트럼프 당선자가 말한) 매우 높은 국경 관세를 부과할 경우 무엇을 만들건 수익이 안 나기 때문에 철수해야 한다”면서 “(美정부와 의회 등) 그들이 (제도를) 바꾼다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 내 공장의 리모델링과 증축 계획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주 트위터에다 “멕시코에서 만든 자동차가 미국 국경을 넘어올 때 35%의 국경관세를 붙이겠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당선자의 ‘국경관세 35%’ 트윗에 이처럼 포드, 도요타,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세계 5대 자동차 업체들이 ‘백기’를 든 것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석에서 “트럼프라면 자신의 말을 실행에 옮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부분은 공통적이다.

    한편 미국 내 ‘진보진영’ 학자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이 같은 압력이 현실적으로는 큰 효용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로봇기술과 IoT(사물통신) 기술 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근로자가 필요한 생산 공정이 사라지고, 전기차가 점차 늘어나는 현실에서 구세대형 자동차 업체들을 미국 내에 잡아둔다고 해서 고용창출이 되고 경기가 되살아나지는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진보진영’ 학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기업들의 공장 해외이전을 실제로 막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감과 기대감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봐야할 부분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