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행사 참석 "성장으로 이룬 소득,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나라" 주장
  •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3차 포럼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기륭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3차 포럼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기륭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국내 4대 재벌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문 전 대표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재벌개혁 없이 경제민주화도, 경제성장도 없다"며 "재벌 가운데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우리 모두는 풍요롭고 정의로운 삶을 원한다"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함께 성장하고, 성장으로 이룬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나라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시민혁명으로 새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일각에선 문 대표의 이런 언행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30대 재벌 자산을 살펴보면 삼성재벌의 자산 비중이 5분의1이다. 범(凡)삼성재벌로 넓히면 4분의1에 달한다. 범 4대 재벌로 넓히면 무려 3분의 2가 된다"며 "반면 중견재벌의 경우 경영이 어려운 곳도 있다. 재벌도 양극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역대 정부는 재벌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는 꼭 실현 가능한 약속만 하고자 한다"며 "규제를 10대 재벌에 집중토록 조치해 경제력 집중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또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며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고, 집행유예를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언급하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모범규준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이재용 방지법'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삼성 때리기'에 나설 채비라는 관측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으로 준조세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선 "기업들이 2015년 납부한 준조세가 16조4천억원이었다"며 "준조세 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문 전 대표는 공언했다.

  •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3차 포럼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이기륭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3차 포럼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이기륭 기자


    문 전 대표는 나아가 '김종인표 경제민주화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서면투표 등을 도입하고 노동자 추친 이사제를 도입해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고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겠다"며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해 소액주주들이 재벌총수와 맞설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당 내부에선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문 전 대표에 대해 "싱크탱크를 가동하고 국민성장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사람(문재인)이 최근 '경제민주화'는 쏙 빼버렸다. 시대상황 인식 자체가 문제있는 것 같다"며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비난했다.

    문 전 대표는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 "지주회사제도가 재벌 3세의 기업승계에 악용되지 않도록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을 높이겠다"며 "검찰·경찰·국세청·공정위·감사원·중소기업청 등이 참여하는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재벌개혁이야말로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며 "위기가 기회다. 이번에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다면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로는 진정한 재벌개혁 과제를 완성할 수 없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참여정부 비서실장이었던 문 전 대표를 겨냥, "재벌 개혁에 실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 참여정부를 재현하는 '참여정부 시즌 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문재인 불가론'을 주장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주장에 대해 "당장의 개혁입법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재벌개혁안들을 대선 후의 과제처럼 발표하는 것도 준비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말하며 "문재인 전 대표가 대권주자들을 차기 정부 국정운영에 참여시키겠다는 말을 했다.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들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다 된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받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대세론) 굳히기는 언제든지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 현재 지지율 1위라고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보다 겸손하게 촛불 민심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과 대안을 말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