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왔다"던 송영길 더민주 의원, "사드, 다음 정권 넘기라"는 야권 원내대표
  • ▲ 지난 1월 4일 중국으로 가기 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동료 의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4일 중국으로 가기 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동료 의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中공산당을 만나러 중국에 갔다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중 사대외교’라는 비판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중국과 국교를 단절하고 살 거냐”고 발끈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방중 의원단 6명은 중국에서 공산당 관계자 등을 만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잔소리’만 듣고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송영길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방중 의원단’은 중국에서 왕 이 中외교부 부장, 쿵쉬안유 中외교부 부장조리 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중국에 잘 다녀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은 지난 9일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프로그램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 출연해 ‘친중 사대외교’라거나 中공산당이 한국 정부·여당은 만나지 않고는 야당만 만나는 것은 ‘의도’가 있다는 국내의 비판여론에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생각을 바꿔하면 그래도 우리를 만나주는 게 (한중 간의) 새로운 채널이 됐다는 걸로 봐야 될 것 같다. 오히려 자기들(정부와 여당)이 저질러놓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당국자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건 모순이라 생각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이어 다른 의원들과 함께 중국을 찾았던 송영길 의원이 “잘 다녀왔다”는 방중 외교의 결과는 지난 9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나타났다.

    한국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10시 무렵 중공군 폭격기 H-6K 폭격기 6대, Y-8 조기경보기(KJ-200 AEW&C) 1대, Y-9 정찰기 1대가 중공방공식별구역(CADIZ)에서 튀어나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를 침범한 뒤 부산과 대마도 사이 대한해협을 지나서 동해 상공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한국군과 NHK 등 日언론이 밝힌 데 따르면, 중공군 항공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 시간은 4~5시간.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에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 공군은 F-15K와 KF-16 전투기 10여 대를 긴급 발진시켜 감시에 나섰고, 日항공자위대 또한 JADIZ를 침범할 때 전투기 20여 대를 긴급 발진시켰다고 한다.

  • ▲ 과거 중공군 H-6 폭격기의 훈련 장면. 이와 같은 기종이 지난 9일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中공산당 관영 CCTV 관련보도 화면캡쳐
    ▲ 과거 중공군 H-6 폭격기의 훈련 장면. 이와 같은 기종이 지난 9일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中공산당 관영 CCTV 관련보도 화면캡쳐


    중공군 H-6K 폭격기와 Y-8(KJ-200) 조기경보기, Y-9 정찰기 편대는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의 경고와 감시에도 이날 오후 3시까지 동해와 동지나해를 유유자적 오갔다고 한다. 이 시간 동안 한국군은 요격에 나선 전투기로 중공군 편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박근혜 정부 들어 설치한, 중공군과의 ‘핫라인’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중공군 측은 KADIZ와 JADIZ를 침범한 군용기의 종류와 임무시간 등을 알려주며 “통상적인 훈련 중”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공군이 한국군에 사과했다는 소식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10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할 때는 주로 이어도 쪽이었고, 중국 폭격기는 소수였다”면서 “이번처럼 폭격기를 포함한 편대가 침범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제법상 ‘방공식별구역’이 영공은 아니지만, 국제관례 상 해당 지역을 통과할 때는 관할국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거나 통보를 해주는 것이 ‘예의’다. 中공산당과 중공군은 이런 국제관례를 아예 무시한 것이다.

    9일 KADIZ와 JADIZ를 침범해 대한해협과 동해까지 날아온 H-6K 폭격기는 중공군의 주력 장거리 전략폭격기다. 중공군은 이를 美공군의 B-52H나 러시아 공군의 Tu-95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과대선전 한다.

  • ▲ 지난 9일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일본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뒤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까지 날아왔던, 중공군 H-6K 폭격기.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지난 9일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일본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뒤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까지 날아왔던, 중공군 H-6K 폭격기.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길이 34m, 폭 33m, 높이 10m, 3,500km 가량의 작전행동반경을 갖고 있는 H-6K 폭격기의 원형 ‘H-6’ 폭격기는 중공군이 1958년 舊소련제 폭격기 Tu-16을 베껴서 만든 구형 기종이다. 중공군은 H-6의 엔진과 항공전자장비를 계속 개량, 지금도 사용한다. 180대 가량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이라크와 이집트에 수출하기도 했다. 지금은 50~60대 가량을 운용 중이라고 한다.

    이번에 KADIZ와 JADIZ를 침범한 H-6K는 2007년 1월 처음 공개된 개량형이다. 중공군은 美공군의 B-52H나 러시아 공군의 Tu-95와 비교하려 하지만 작전반경은 B-52H의 3분의 1, Tu-95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데다 폭탄 탑재량도 겨우 9톤에 불과해 실제로는 ‘급이 다른’ 폭격기다. 참고로 한국 공군의 F-15K 폭탄 탑재량은 최대 11.1톤이다.

    속도도 느리고, 작전 반경도 짧아 현대전에서는 요격기의 밥이 되기 딱 좋다. 그나마 쓸 만한 용도는 날개 아래에 있는 무기 장착대 6곳에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탑재하고, 적 함대를 공격할 때이다. 하지만 최고 속도가 1,050km/h에 불과해 요격 당하기도 쉽다. 스텔스 전투기나 이지스 구축함을 만나면 ‘물 위의 오리’가 된다.

    하지만 중공군은 자신들을 ‘세계 3대 전략폭격기 운용국가’라고 자랑하며, 중국 곳곳에 H-6K 폭격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중공군이 보낸 Y-8(KJ200) 조기경보기는 러시아제 수송기 An-12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하지만 1981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수송기를 개조한 것이어서 한국 공군의 E-737 AEW&C나 일본 항공자위대의 E-767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성능을 갖고 있다.

  • ▲ H-6K 폭격기와 함께 날아왔던, 중공군의 Y-8(KJ-200) 조기경보통제기.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H-6K 폭격기와 함께 날아왔던, 중공군의 Y-8(KJ-200) 조기경보통제기.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실제로 2006년 3월 중공군은 Y-8의 기체를 조기경보기로 만들어 시험비행을 하면서, 무게 중심을 맞추지 못해 비행 중 추락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중공군은 이마저도 대량생산을 못해, 2015년 기준으로 불과 7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중공군 폭격기와 정찰기가 KADIZ와 JADIZ를 침범한 뒤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상까지 왔다 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中공산당의 오만함을 비난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야권은 오히려 中공산당을 편드는 목소리를 내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주 호흡을 맞추는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출연해 “中폭격기가 10일 한국방공식별구역을 넘어 5시간 동안 비행한 것은 ‘사드’ 때문”이라며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이 군사적으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은 이날 방송에서 “군용기가 열 대 씩이나 와서 네다섯 시간을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한다는 것은 ‘외교로 해결이 안 될 때는 군사적 행동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라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국민의 당’도 이런 황당한 주장을 거들었다.

    주승용 국민의 당 원내대표는 10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중공군 항공기 8대가 지난 9일 KADIZ를 침범하 것을 거론하며 “이번 일은 ‘사드’ 배치에 따른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 ▲ 2016년 8월 1일 경북 성주를 찾아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는 국민의 당 박지원 당시 비대위원장과 주승용 비대위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8월 1일 경북 성주를 찾아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는 국민의 당 박지원 당시 비대위원장과 주승용 비대위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어 “중국의 무력시위는 문제지만 더 괘씸한 점은 우리 정부”라면서 “9일 오전에 일어난 일임에도 일본 NHK 보도를 통해 10일 아침에서야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은 우리 정부가 이를 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한국 정부만을 비판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현 정부를 향해 “트럼프도 중국에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이 자랑하던 ‘대중외교’의 결과다. ‘자주·민주·평화’를 외치며, 반미·반일에 앞장서고, 中공산당과 이슬람 테러조직에는 꼼짝도 못하는 ‘자칭 진보 야권’의 목소리였다.

    ‘자칭 진보 야권’ 내에서는 중공군이 KADIZ와 JADIZ에 보낸 폭격기, 조기경보기, 정찰기가 어떤 수준의 전력이며, 한국과 일본을 얼마나 얕잡아 보는지에 대한 비판이나 반발은 하지 않고 있다. 강경 대응이나 비난 성명은 꿈도 못꾸는 모습이다.

    이미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것처럼 행동하는, ‘자칭 진보 야권’이 정권을 잡게 되었을 때 한국 국민들의 자존심은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넘어 ‘벙커버스터’ 맞은 것처럼 지하까지 추락할 게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