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반대 측 "학교 현장에 정치 논리 개입하는 부작용 낳을 것"

선거연령 18세 인하, 포퓰리즘 VS 참정권 확대?

찬성 측 "하향 조정은 '세계적 흐름'… 청소년 정치 판단 능력 이미 충분하다"

강유화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1.11 19: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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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안행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는 등 법안 통과 문턱에 한 발 앞으로 다가선 모습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 "(대선을 목전에 둔)정치권에서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반대론과 "청소년들의 정치 판단 능력이 제고됐기 때문에 선거연령을 내릴 필요성이 있다"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북창동 바른사회시민회의실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는 사회를 맡은 조동근 명지대 교수를 비롯, 박인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 최창렬 용인대 교수, 김종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 토론자로 나서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정치 포퓰리즘인가, 참정권 확대인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먼저 박인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같은 시도는 우리사회가 정치 과잉과, 정치 혼란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치가 중등교육 현장까지 개입하는 계기를 만들 뿐"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박 교수는 "교육 현장이 정치적으로 오염될 가능성도 있고, 고3 학생들이 '정치 도구'로 이용될 수도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관점에서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박 교수는 "18세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이 없다고 해서 참정권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참정권을 가진 것과 참정권의 주체가 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서로 다른 측면이 있음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공짜로 급식 준다고 하는 데 반대할 사람이 없는 것처럼, '참정권을 확대한다', '청소년들에게 권리를 준다'는 말도 무상급식 논리와 비슷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얼핏 들으면 '참정권을 확대한다'는 말은 아주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반대할 이유가 없죠. 권리를 준다는 데 거부할 사람은 없지 않겠습니까?


박 교수는 공직 취임권이나 각종 고시 참여 연령도 제한받는 것을 예로 들어 "모든 국민은 참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합리적 기준에 의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이라면 공무원 정년을 70~80세로 올리자는 것도 허용 됩니다. 한 번 포퓰리즘이 적용되면 끝없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요. (선거연령 조정은)법적 체계성에 따라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박 교수는 "성년연령를 19세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을 두고 선거연령만 낮추는 것은 법적 체계를 흔드는 일"이라고 역설하며 "미성년자는 현재도 법적 보호자의 제한을 받는 데, 선거권에서만 예외적으로 권리를 인정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선거권 하향 조정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적 유불리'가 확실한 상황에서 등장한 것에도 난색을 표했다.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도 확인했듯, 진보 성향이 강한 청소년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야당의 정치적 속셈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반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 교수의 입장에 대해 반박공세를 펼치며, 선거연령이 18세로 하향 조정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상징적 이야기가 아니"라면서, 계속 선거권 연령을 19세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청소년들이 참정권을 행사하기엔 아직 미숙하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 수준이 향상됐고, 과거와 달리 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학생들이 습득하는 정보의 양이 달라졌다"며 "의식수준도 다르고 청소년들의 정치 판단 능력이 제고됐기 때문에 선거연령을 내릴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선거연령을 내리려는 시도에는 정치권의 유불리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정치인들의 기질적 속성이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유불리를 배제하는 것은 어차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최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거론하며 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OECD국가중 선거권 연령이 19세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대부분 18세 기준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선거연령을 나라의 물질적 풍요로움과 무관하게 18세 이상의 청소년을 국가의 주요 구성원으로 본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청소년들을 오염된 정치판에 끌어들일 수 없다는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치를 너무 평가절하 하고 있다"면서 "청소년들도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합리적 토론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정치는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며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를 유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오히려 선거연령을 확대하면 젊은 층이 갖고 있는 특유의 정치에너지가 낡은 정치를 바꾸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사회에는 세대간, 이념간, 지역간의 다양한 균형들이 존재하는데, 어느 사회나 다양한 균열들이 반영되는 것이 정치"라면서 "세대에 따라 다른 투표 성향이 정치에 반영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민주주의는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게 원론적으로도 맞습니다. 정치 참여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이자 의무입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도 선거권 18세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고3학생들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주장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기성세대의 월권"이라고 밝혔다.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조정한다고 해도 대선 당일 실제 투표권을 가진 고3학생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3월 안에 나오고,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4월쯤 진행되는 조기 대선 이후부터는 매해 2월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

강찬호 논설위원은 "그렇기 때문에 학교가 정치 투쟁의 장이 될 것이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강 논설위원은 다만 선거권 하향 조정에 앞장서고 있는 야당을 겨냥, "하향 조정돼 늘어나는 60만 청년층의 표를 얻고 싶은 것 같은데, 표 얻을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여당에 대해서는 "여당도 자꾸 수세에 몰린다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프레임을 바꿔 젊은 사람들을 공략해 표를 얻으면 된다"고 충고했다.

김종갑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주장에 조건부 찬성 입장을 냈다.

김 조사관은 "18세의 청소년들은 능력이 부족하거나, 정치의식과 정치교육이 미흡하다고 하지만 이 부분은 정보 통신의 발달 등을 통해 해소됐다고 본다"며 "유의할 것은 선거연령과 민법상 성년연령을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조사관은 "일본도 2015년 선거연령을 18세로 인하하며 동시에 성년연령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년연령의 조정이 이루어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권 연령만 하향 조정하게 되면, 자칫 선거권의 가치가 폄훼될 수 있음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년이 된다는 것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한다는 의미인데, 성년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에게 선거권을 준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할 만큼 성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조사관은 "성년연령 조정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조치가 이뤄진다고만 한다면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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