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머리 민심' 겨냥… 오세훈·원희룡은 상대적으로 '신중'
  •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오는 25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 설 연휴 이전에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전해진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와는 다른 행보다. 사진은 지난 11월 17일 여의도 모처에서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는 범(汎)보수 진영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오는 25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 설 연휴 이전에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전해진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와는 다른 행보다. 사진은 지난 11월 17일 여의도 모처에서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는 범(汎)보수 진영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을 하루 앞두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는 등 선수를 치고나섰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11일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선 출마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해왔는데, 이제 출마 결심을 국민들께 밝히고자 한다"며 "25일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알렸다.

    뒤이어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오는 25일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결정했다"며 "(공식 출마 선언의) 시간과 장소는 추후 알려드리겠다"고 전해왔다.

    범(汎)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간주돼왔으나 좀체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숙려를 거듭하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대권 도전을 선언한 것은 반기문 전 총장의 귀국과 설 연휴를 앞둔 시점 등을 고려한 '정치적 승부수'로 읽힌다.

    바른정당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신생 창당 과정을 밟고 있는 신당(新黨)이다. 새누리당의 28만 책임당원과 같은 기간 조직이 구축돼 있지 않다.

    따라서 대선후보 경선 때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 조기 대선이 이르면 4월, 늦어도 5월 중에는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대선후보 경선은 그보다 앞서야 한다. 이 때는 바른정당이 중앙당을 창당한지 한두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창당된지 한두 달밖에 안 된 정당에서 "당원 의사를 대선후보 경선에 반영하자"고 부르짖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당원이라고 해봐야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들이 탈당하면서 함께 데리고 나온 당원들이 전부일 것이기 때문이다.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자"는 것은 "조직 표로 승부를 보자"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바른정당 창당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핵심관계자도 11일 본지와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대선 전에 전국적인 당원 조직을 구축하기는 어렵다"며 "대선후보 경선 방식은 여론조사 반영이 거의 전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바른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반기문 전 총장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싸움이 된다. 반기문 전 총장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20% 전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지사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한 자릿수 초중반의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 12일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하고, 13일 현충원 참배나 14일 고향인 충북 음성·충주 방문 등의 행보에 여론의 초점이 쏠리게 되면, 대선후보 경선은 '해보나 마나'의 싸움이 돼버리고 만다는 지적이다.

    결국 민족대이동이 벌어지는 설 연휴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함으로써, 설날 '차례상머리 민심'을 선점하겠다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바른정당의 또다른 대권 잠룡인 오세훈 전 시장과 원희룡 지사는 설 연휴 전에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만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게 되더라도 여러모로 정무적 숙고를 거쳐, 설 연휴 이후에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측 관계자는 공식 출마 선언 여부 및 시점과 관련해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측 관계자도 "24일이 중앙당 창당인데 그 다음날 바로 '대선 나가겠다'고 손들고 나서는 것은 좀 급하지 않느냐"며 "일단은 막 태동된 당이 올곧게 서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