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진보정당 후보 위해서라도 결선투표제 도입"…이정희와 또?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신경전도 앞당겨질 조짐이다.

    반 전 총장 귀국을 하루 앞둔 11일 문 전 대표가 '반기문 대망론'의 진원지인 충청권을 찾아 '반풍(潘風·반기문 바람)'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12일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이후 조만간 주요 현안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충청권 방문에 대해 "충청은 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의 중심인 데다 대선 승부를 좌우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고려해 찾은 것이지 그 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반 전 총장 견제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충청도청에서 가진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이번에는 저도 충청에서 선택받고 싶다. 충청으로부터 더 지지받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원 구애 속내를 숨김없이 나타냈다.

    이날 문 전 대표의 일정을 두고도 반 총장을 의식한 동선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반 총장의 약점을 부각시켜 충청 대망론을 저지함과 동시에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 '문재인 대세론'을 위한 중원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라는 주장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충남 천안에 위치한 '먕향의 동산'을 방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중 이뤄진 위안부 합의는 10억엔 돈만 받았을 뿐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죄조차 받지 못한 합의다. 우리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효 합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또 "소녀상 문제에 대해서도 이면에서 합의하고서 그 합의를 국민에게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이제라도 합의 내용을 국민 앞에 당당하게 밝히라"고 했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근거 없는 '의심'을 앞세워 국민적 오해를 키울 수 있는 발언으로, 유력 대권주자로서는 적절치 않은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 전 대표가 반 전 총장을 의식해 위안부 문제를 의도적으로 끄집어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민주당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반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해도 중국을 외교적으로 설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지만, 정부는 경제 제재가 갈수록 커지는데도 이를 부정하고 손을 놓고 있다"며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부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간의 합의를 자기 마음대로 백지화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


    특히 문 전 대표는 이날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며 "지난번 대선 때 심상정 후보와 이정희 후보가 중도포기 하지 않았는가. 그런 것을 막고 진보정당들도 이렇게 후보 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결선투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진보정당들의 경우에는 그나마 대선의 기회에 자신들의 후보를 내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자신들의 정강정책을 국민들에게 선전할 수 있는 그런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정권교체의 어떤 걸림돌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후보를 내지 못하거나 완주하지 못하거나 그런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대선 후보로 나섰던 통진당 이정희 전 대표는 당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공언한 뒤 국고보조금을 받고 사퇴, '먹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종북 정당' 논란의 통진당을 두둔했다고 비판받던 문 전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진보정당' 운운하며 이들과 손을 맞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 전 대표는 개헌 문제에 대해선 "개헌은 꼭 필요하고 노무현정부에서도 개헌을 추진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 때문에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만 개헌은 국민 기본권 확장과 지방분권 강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 정치권에서 권력구조에 대해서만 개헌을 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도이전 문제와 관련, "국회 세종 분원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이 세종에 내려와 활동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국회 전체와 청와대를 세종으로 옮기는 게 목표"라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골자로 한 '혁신도시 시즌2' 정책 추진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선 "오랫동안 많은 공격과 뒷조사를 받았지만 털어도 털어도 먼지 나지 않는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이라는 것은 저를 반대하는 분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정경유착을 확실하게 청산할 적임자"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를 향한 야권의 비판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사드 배치 연기를 주장하는 문 전 대표를 향해 "국제간에 한번 협약해놓은 걸 뒤엎는다는 건 내가 보기에 불가능하다. 일단 결정 난 사안을 갖다가 되지도 않을 걸 뒤엎으려고 하는 노력은 삼가는 게 좋겠다"고 꼬집었다.

    당권 도전에 나선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문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김칫국부터 마시고 몸만 사리는 데 대한민국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돌직구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