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 기자 “호신용 칼 갖고 다녔다”...“취재원 밝힐 수 없어”
  •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12일 오후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한 청와대의 개입 의혹에 대해 증인신문을 받기 위해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12일 오후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한 청와대의 개입 의혹에 대해 증인신문을 받기 위해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이 속개된 12일,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변호인단은 탄핵소추 사유 다섯 가지 유형 가운데 '언론의 자유 침해' 부분을 놓고 치열한 법리 싸움을 벌였다. 

    변론이 끝난 직후 브리핑에서도, 양측은 이날 변론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고 자평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언론의 자유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증인으로,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소환됐다. 두 증인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보도 관련자로서, 보도 이후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윤회 문건'이란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문건으로 알려졌으며, 정윤회씨가 인사 개입 등 국정을 농단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는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을 최초 보도했으며, 보도 이후 신변의 위협을 받았을 뿐 아니라 세계일보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정윤회 문건 보도 당시 세계일보 사장으로 있던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의 경우, 보도 이후 청와대가 세계일보의 소유주인 통일교를 압박해 자신의 해임을 강요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말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내용을 폭로하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청구인 측(국회)은 신문 시간 동안 증인들이 청와대로부터 탄압 혹은 외압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담긴 증언을 이끌어 내는데 집중했다.

    반면 대통령 변호인단은 조현일 기자가 입수했다는 ‘정윤회 문건’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조 전 사장의 주장과 다르게, 세계일보 측이 청와대로부터 압박을 받아 조 전 사장을 해임한 적이 없다고 공식 발표한 점을 강조하는 등 두 증인의 기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현일에 의한 조현일을 위한 '신문(訊問)'? 

    청구인 측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 신문 과정에서, 조 기자가 보도 이후 청와대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신문에 들어갔다.

    청구인 측은 본격 신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조 기자에게, 재판부에 양해를 구할 것이 있다면 지금 말하라고 했고, 조 기자는 "취재원 보호라는 직업윤리를 지켜서 앞으로도 언론인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며, 취재원과 관련한 질문에는 답변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밝힌대로 조 기자는, 이날 정윤회 문건을 제공한 취재원 및 제공받은 시기 등에 대해서는 취재원 보호 차원이라며 진술을 거부했다. 

    조 기자는 진술에서 박관천 경위를 비롯한 취재원들이 보도를 만류했다고 전했다. 

    "박 경위가 당신이 이런 보도를 하면 당신이나 세계일보, 통일교 재단까지도 보복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보복은 당신 생각처럼 순수한 수준이 아니다. 당신 같은 경우 3년 정도 검찰청에 불려 갈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세계일보는 세무조사를 당할 거고, 종교는 건들지 않았지만 이 정권은 다르다 종교도 건든다.

    당신은 청와대의 특정 수석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 전체와 싸우게 될 것이다.

    정윤회 행적에 대해 의문 품은 사람 치고,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 원장), 이재수(전 국군기무사령부 기무사령관) 등 남은 사람이 누가 있느냐. 당신이 뭐라고 총대를 메느냐고 했다."

    -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

    청구인 측도 조 기자가 청와대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는 주장을 최대한 피력할 수 있도록 "최소 서너 차례 취재원들로부터 미행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았죠", "취재원 만나러가는 도중에도 미행이 있다고 해서 안 되겠다 싶어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죠", "차명 휴대전화도 사용하고 카드 대신 현금만 사용하면서 취재했죠" 등의 유도신문을 했다.

    조현일 기자는 그때마다 '네"라고 짧게 답했다. 

    청구인 측은 "증인 스스로 호신용 칼을 소지했고, 가족들에게 안전을 당부한 적도 있죠"라는 질문도 했고, 조 기자는 "요즘 현실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특정인을 해코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을 상대로 테러 해코지를 하면 힘들겠다 싶어, 가족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아이들 하교길에 아내가 동행하도록 부탁했다. (저는) 어떤 분이 선물해 준 칼을 가지고 다녔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반대 신문을 통해, 조현일 기자가 취재원 보호라는 명목으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변호인 측은 반대 신문 시작부터, 정윤회 문건을 언제 누구로부터 전해 들었는지 등을 묻고, 조 기자가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대답할 수 없다"고 하면 "증언을 거부하는 행위"라고 압박했다.

    조 기자는 "그것(증언 거부)에 대해 처벌 받아야 한다면 감수하겠다"고 응수했다. 

    변호인 측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공무상 비밀 서류이며, 유출 자체가 범죄 사실이라는 것을 명시하는 내용을 질문에 녹여 내거나, 조 기자가 문서의 진위 여부를 얼마나 취재했는지 등을 묻는 등 조 기자 보도의 신뢰도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조한규 세계일보 사장 해임 경위 진실은?

  • 세계일보 입장문. ⓒ 화면 캡처
    ▲ 세계일보 입장문. ⓒ 화면 캡처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 신문에서는, 조 전 사장의 해임이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회사의 경영적 판단이었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조 전 사장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에 증인을 해임하라고 압박했나"라는 청구인 측 질문에, "한 총재 측이 갑자기 저를 보자더니 그렇게 말해서 당황했다"고 답했다. 

    조 전 사장은 이날 자신의 해임 문제 뿐 아니라 청와대가 통일교 계열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전 사장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이 자신을 찾아와, 한 총장은 자신을 해임하려는 뜻이 없는데 청와대 고위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해임하게 됐다는 뜻을 전하며, 이해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조 전 사장은 한학자 총재 측이 이와 관련한 내용을 1시간 이상 가량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전 사장은 자신의 해임을 지시했다는 청와대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일보는 지난달 8일 "세계일보와 통일그룹은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당시 조한규 사장 해임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다.(중략) 사실과 다른 주장은 세계일보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 전 사장은 청구인 측이,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기가 막히다"고 답했다. 

    변호인단은 조 전 사장 해임에 대한 세계일보와 조 전 사장의 입장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변호인단은 "(조 전 사장 해임에 대해) 세계일보 측은 정윤회 문건에 대한 보도가 있던 시기에 재단 차원에서 감사를 실시한 것과 관련 있다고 했다. 오히려 정윤회 문건 보도로 인해 조 사장의 거취 문제가 미뤄지기까지 했다고 한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조 전 사장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명예를 실추해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조 전 사장은 변호인단이 "회사가 감사를 한 것은 맞느냐"고 묻자, "감사를 한 것을 맞지만 법인카드 500만원 썼다는 내용인데, 언론사 사장이 카드 500~600 썼다고 해임한다면 다들 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 과정에서는 세계일보가 지난달 6일 조 전 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조 전 사장은 계속해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한 총재에게) 전화해 조한규 사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판도라 상자를 열겠다고 한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세계일보의 내부 사정은 이해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나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조 전 사장은, 변호인단이 "정윤회 문건 보도로 인해 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라면 당시 보도와 연관된 편집국장, 사회부장 등은 왜 해임이 안 됐느냐"고 질문하자, "청와대에서 조 전 사장이라고 지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한학자 총재가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열린 통일교 행사에서, '청와대에 맞서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인 사실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한 총재가 청와대의 외압을 받고 조 전 사장을 해임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한방 더 강하게 나가야겠다. (세계일보가) 이 정부를 교육하는 신문이 되는 것이 맞아. 우리는 두려울 것 없어. 세계일보도 마찬가지야, 두려울 게 없어. 우리의 진실을 밝히면 돼."

    -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청와대 압박설이 돌자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한 발언.

    변호인단은 "한 총재가 조 전 사장도 있는 자리에서 청와대와 맞서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는데, 갑자기 한 두달 만에 청와대 압력에 굴복해 조 전 사장을 해임했다는 것이냐"고 물으면서 조한규 전 사장 진술의 증명력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자 조 전 사장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한 총재를 협박하고 쎄게 이야기하니까"라고 답했다.

    변호인단은 청와대 외압설의 근거로 드는 ‘통일교 계열사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도, 조 전 사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15년 1월 22일 통일교 관련 회사인 ㈜청심, ㈜진흥레저파인리즈 등에 특별세무조사를 통보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도 청심그룹과 관련한 배임 혐의 고발 사건 수사에 돌입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통일교 신도대책 위원회가 이미 회계 문제와 관련한 고발장을 고발장을 접수했고 (이 때문에)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문건을 보도 할 때도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느냐"고 묻자, 조 전 사장은 "수사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특별세무조사는 아니었다"면서 청와대 외압설을 고수했다. 

    변호인단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변론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변호인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 자유 침해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청구인 측은 "소추사유 입증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증인들도 소유사유에 부합하는 증언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