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자병법’을 읽으라는 트럼프 

     이  현표 /前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 트럼프 ‘국기의 날’에 태어나다
  • 미국은 매년 6월 14일을 ‘국기의 날(Flag Day)’로 기념한다.
    독립을 선언한 이듬해인 1777년 이날, 성조기가 미국 국기로 채택됐음을 기리는 것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1946년 ‘국기의 날’에 태어났다.
    그래서일까? 그는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Crippled America](‘불구가 된 미국’)이라는 저서에서 트럼프는 말한다.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나는 잘 안다. 
    태어난 날, 나는 이 세상 최고의 복권에 당첨됐다.” 
    그가 이 세상 최고의 복권당첨자라는 이유는 무얼까?
    태어난 순간부터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노력과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찰과 세계 최고 정예의 군인 덕분에
    자신과 가족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는다.
     
  • 더욱이 트럼프의 성조기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성조기는 직사각형 모양의 빨강⋅파랑⋅하얀색 천 조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나와 미국인, 그리고 전 세계인에게 평등⋅희망⋅공정(公正)의 상징이다.
    또한 위대한 용기와 희생의 표상이다.”

    트럼프가 기회 있을 때마다 행하였던 성조기 사랑 일화를 소개한다. 

    1) 플로리다주 팜비치시에 있는 대저택에 높이 24.5m의 깃대를 세우고,
    가로 7.7m x 세로 4.6m 크기의 성조기를 게양했다.
    그러자 시청에서는 깃대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매일 250달러씩 벌금을 부과했고,
    그는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누적된 벌금 12만 달러 대신에 10만 달러를 이라크전 참전용사회에 기부하고,
    깃대를 9m로 낮추기로 시청측과 합의하게 된다.

    2) 캘리포니아주 랜초 팔로스 베르데스시의 트럼프 골프장에는 높이 21m의 깃대에 성조기가
    게양됐는데, 이 깃발은 시와 시민들에게 애국심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3) 9.11사태 직후, 그는 솔선수범하여 희생자를 애도하는 성조기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
     입구에 조기(弔旗)로 게양하기도 했다. 
  • 뉴욕군사학교의 생도대장

    [The Art of the Deal](거래의 예술)은 1987년 트럼프가 최초로 펴낸 책인데,
    요즘 새롭게 재조명 받고 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그는 지금까지 무려 18권의 책을
    저술 발간하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트럼프보다 더 많은 단행본을 펴낸 인물은
    없지 않을까한다.
    이 [거래의 예술]에는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키워준 중요한 전기(轉機)가 등장한다.
     

트럼프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음악교사의 얼굴을 때려 퇴학당할 뻔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공격적이었던 아들을 뉴욕 군사학교(New York Military Academy)에 보냈다. 트럼프는 중학교 2학년 과정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5년 동안
이 학교를 다녔다. 뉴욕군사학교는 기숙사를 갖춘 청소년을 위한 사립학교이다. 

트럼프는 당당하게 말한다.
뉴욕군사학교에서 리더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규율(discipline)에 관해서 배웠고,
공격적인 성격은 학업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됐으며, 생도대장을 함으로써 리더십을 배웠다고!
그는 정식으로 군대 생활을 하지 않았으나, 청소년 시절에 어느 군인보다도 훨씬 보람 있는
군사 훈련을 받았고, 훨씬 투철한 군인 정신을 갖췄던 것이다. 
  • 참고로 군사학교는 미국에 여럿이며, 졸업자는 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보통이다. 영화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도 뉴욕군사학교 출신이다. 트럼프도 한 때 영화를 전공하려했으나, 경영대학의 명문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에 진학했다. 
    트럼프가 다녔던 뉴욕군사학교는 1889년 설립됐다. 1950∼60년대 전성기에는 매년 500명 이상학생이 등록했으나, 이후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2000년 이후에는 100명도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2015년 3월 파산신청을 했고, 그해 11월에는 경매에 붙여져서 중국인의 손으로 넘어갔다. 
    뉴욕군사학교의 비극은, 트럼프가 왜 대선 슬로건으로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을 내걸었는지, 또한 미국인들이 왜 트럼프를 선택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 ‘손자병법‘을 읽는 장군이 되라

    트럼프는 그의 저서 [Think Like a Champion](‘챔피언처럼 생각하라’)에서 [손자병법]의 지혜를 배우라고 말한다. 

    “나는 학창시절에 전쟁과 자연이 세상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연이 강력한 힘을 가진 만큼, 전쟁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국가와 문화의 지형을 변화시킨다.
    나는 전쟁과 그것이 오늘의 문명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오랜 시간 공부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는 우리가 세상에 살고 있는 내력과 이유를 알려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여러분의 사업과 경영전략에 매우 유용한 책 한 권을 추천하고자 한다.
    바로 [손자병법]이다. 기원전 6세기에 쓰인 병법에 관한 책이지만, 수십 세기 동안
    수많은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맥아더 장군을 비롯하여 많은 저명한 군사전략가들이
    이 책을 공부했다. 시간을 투자해서 꼭 읽을 만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책이다.” 
  • [손자병법]을 비롯한 병법을 배우고 연구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에서 ‘맞춤형’ 선거 전략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비록 득표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283만 표나 뒤졌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304표를 얻어서 227표를 획득한 힐러리를 눌렀다. 승부처인 위스콘신주, 펜실베이니아주, 플로리다주 등에서 근소한 표 차로 승리해 클린턴보다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이다.
    트럼프는 “힐러리는 엉뚱한 주에 집중했다. 만약 대통령을 유권자 투표로 뽑는다면
    나는 다른 방식으로 선거 전략을 세워서 훨씬 쉽게 승리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승리하는 데 사용한 비용은 힐러리가 패배하는 데 사용한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들었다”고도 뽐내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그의 저서 [How to Get Rich](‘부자가 되는 법’)에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장군이 되라’고 말한다. 
  •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장군의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장군의 발포명령은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행동이다.
    그 자신은 물론, 그가 지휘하는 부대원에게도!
    고용주인 그대와 그대의 결정은 직원들의 삶을 크게 좌우한다.
    나쁜 전략은 많은 사람들에게 결국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바로 장군이 되는 것처럼 새로운 차원의 일을 떠맡는 것이다. 
    장군은 병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필요한 경우에 사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다.
    또한 고급 장교들에게도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동기를 부여한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당신이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걸맞은 당신만의 맞춤형 방법을 터득하라.”
    군에 대한 무한한 사랑
    트럼프는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는 군(軍)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다.
    그는 저서 [부자가 되는 법]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 “뉴욕 맨해튼에 베트남전 참전용사기념물을 만드는데 10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출연해줄 것을 요청 받고, 나는 지원하기로 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상처를 입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승리자가 아니므로 환영받지 못한 분들이었다. 나는 100만 달러가 넘는 기부금을 
    냈고, 기념물이 설치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또한 트럼프는 ‘불구가 된 미국’에서 말했다. 

    “내게는 비전이 있다. 우리 군사력을 강화하고, 참전용사를 도우며,
    적(敵)에게 과감히 맞설 것이다. 불법이민을 저지하고, 인프라를 재건할 것이다.
    세금과 교육제도를 개조하고, 건강보험 개혁을 실천할 것이다.
    그리고 이란과의 핵협정 등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폐기할 것이다.”

    사업가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군사력을 강화하고, 참전용사를 도우며,
    적에게 과감하게 맞서겠다는 공약을 그 어느 것보다도 우선적으로 내세웠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 트럼프는 2016년 11월 9일 대선 승리연설에서도 말했다.
    “우리는 국가를 위해서 충성을 다했던 위대한 참전용사들을 보살필 것입니다.
    저는 18개월 동안의 여정(旅程) 중에 그분들을 정말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선거 운동 기간에 그들과 함께한 시간은 제게 가장 영예로운 순간들이었습니다.
    우리 참전용사들은 정말 놀라운 분들입니다.”
    ‘어프렌티스’와 언론 다루기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 견습생)는 트럼프가 2004년부터 대선 출마 전까지
    호스트로 출연한 NBC방송의 인기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다.
    즉, 뉴욕이라는 치열한 삶의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경쟁을 담는 프로다.
    한 시즌 16명 내외의 참가자 중, 최종 승리자 1인은 트럼프의 계열사에서
    1년간 연봉 25만 달러의 경영자로 채용되는 특전을 누린다. 
    천재 프로듀서 마크 버넷(Mark Burnett)의 아이디어를 트럼프가 흔쾌히 받아들임으로써 성사된
    이 특별채용 오디션프로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으며, 그 최대수혜자는 트럼프였다.
    참가자들에게 “You’re fired!”(너는 해고야!)라고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는 악역(?)을 맡은
    트럼프는 시청자들을 매료시켰고, 금세 인기 스타가 되었다. 

  • 예나지금이나 전 세계의 대의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트럼프처럼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도 최고지도자가 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보통사람이라면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언론의 부당한 공격을 극복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은 ‘어프렌티스’를 통해서 언론을 다루는 예술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손자병법’의 지혜가 번뜩이는 트럼프의 발언을 들어보자. 

    “미국 언론이 얼마나 정직하지 못한지 정말 믿기 힘들 지경이다.
    사람들은 종종 신문과 TV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진보든 보수든 언론은 정직과 이윤 추구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윤을 택하며,
    뻔뻔스럽게 거짓을 말하고, 사실을 왜곡한다.” 

    “나는 언론의 공격을 개의치 않는다. 언론이 나를 이용하듯이 나도 주목을 받기 위해서 언론을
    활용한다. 일단 주목을 받으면, 그것을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것은 내 몫이다.
    나는 언론과 상호 이익이 되는 양자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받는다. 지금 나는 이 관계를 활용해서 미국의 미래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언론정책은 물론 대외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계속>
    (*이 글은 국방일보 연재(2017.1.11~13)를 전재한 것입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