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만찬 피해 가족과 식사, 충실한 아버지, 장군 같은 대통령...
  • '손자병법'을 읽으라는 트럼프 [연재-하]

    이 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가능하면 악수를 피하라’

트럼프는 2000년, 제3당의 후보로 대선 출마를 검토했으나,
정치인이 되기에는 너무 붙임성이 없고, 악수를 혐오해서 포기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저서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고백했다. 
  • “어떤 사업가들은 힘찬 악수를 신봉하지만, 나는 이를 믿지 않는다. 악수는 끔찍한 관행이다. 
    감기 혹은 독감을 앓는 것이 분명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악수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병균이 전파되는 것은 의학 상식이다. 악수보다는 일본인처럼 머리를 숙이는 인사 예절을 
    따랐으면 한다. 
    식사 중의 악수는 최악이다. 언젠가 한 사내가 식당 화장실에서 젖은 손을 수건으로 닦지 않은 채 가볍게 흔들면서 나왔다. 나를 발견하자 그는 내 식탁으로 다가와 나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악수를 청했다. 손을 내밀지 않으면, 30년 동안 그가 나에 관한 악담을 퍼뜨릴 것이고, 
    내밀자니 화장실의 세균이나 더러운 물질이 내 손에 오염될 판이었다.
    결국 나는 악수하기로 했다. 당시 나는 약간 비만상태였으므로,
    악수를 하면 식사를 하지 않을 테니 건강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돈 벌기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는 악수를 싫어하는 트럼프를 강박장애라며 약물이나 심리치료를 받으라고 권할 것이다. 그러나 청결이 자기 자신과 상대방이 당연히 지켜야할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하는 트럼프는 결코 그러한 의사의 처방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향후 미국정부의 정치와 외교에 있어서 트럼프의 청결한 성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술을 안 마시고, 정크 푸드를 즐기다

  • 트럼프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나 마약도 물론 하지 않는다. 
    이는 앞서 언급한 그의 청결한 성품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하자.

    “저녁에 검정 나비넥타이를 매는 만찬이 끝나면, 나는 긴장을 풀고 동네의 한국식품점에 들러 
    포테이토칩과 프레첼 같은 간식을 산다. 이것이 그날 나의 저녁식사가 된다. 
    나는 정장차림의 만찬행사에서는 거의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소위 정크 푸드를 즐겨 먹는다.”  

    이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해보겠다’는 트럼프의 언급에 대한 국내정치평론가들의 
    일반적인 평가와는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한다.  

  • 트럼프의 식습관은 그의 가치관과 자식교육으로 이어진다. 그는 말한다.

    “내가 아는 가장 행복한 인간은 훌륭한 가족과 진실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다. 
    내 부모는 그런 분이었고, 그들이 나를 가르친 방식대로 나는 자식들을 키웠다. 
    내게는 아이가 다섯이다. 그중에 나이가 든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나는 거의 매일 
    그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그들을 위해서 그곳에 있었다. 
    나는 남편보다는 아버지 역할에 충실했다.” 

    결국, 트럼프의 자식들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1등 공신(功臣)이 되었다.

    책을 읽고, 자기를 계발하다

    트럼프는 자신이 펴낸 책들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독서다. 한편으로는 책도 많이 펴냈고, 남의 책도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 “나는 하루에 3시간 정도 독서와 명상을 하는데, 이는 나를 새롭게 만들고, 재충전시킨다. 
    이는 외향적인 성격의 나에게 자양분을 공급해주기도 한다. 내게는 이른 아침이 나만의 시간을 
    갖는데 적격이다. 이때 지방⋅전국⋅외국의 신문과 잡지들은 물론, 책들도 읽는다.”

    특히 트럼프를 알기 위해서는 앞서 소개한 [손자병법]이외에 
    [Erinnerungen, Traeume, Gedanken von C.G.Jung](‘칼 융의 기억⋅꿈⋅사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인 칼 융(Carl G. Jung, 1865∼1961)의 자서전으로 일컬어지는 
    이 책은 그의 사후에 여비서가 펴냈다. 

  • 트럼프는 그의 대선 승리연설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나는 사람이든 프로젝트든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나는 미국인이 잠재력과 창의력을 십분 발휘하여 우리의 인프라를 재건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입니다.” 

    그가 언급한 잠재력이란 칼 융이 말한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 속에 잠재된 역량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일찍이 그의 저서 [부자가 되는 법]과 [챔피언처럼 생각하라]에서 
    칼 융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칼 융의 이론은 나를 매료시켰다. 그는 나의 내면에 무의식의 세계가 존재하며, 
    통일된 전체를 지향하는 나의 원형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칼 융의 기억⋅꿈⋅사상]을 읽으면, 당신은 직관과 본능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되고, 
    인간의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술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칼 융은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뇌는 단지 5%만 자의식(自意識)에 따라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개인 무의식(無意識)⋅집단 무의식 등 잠자고 있는 95%의 뇌를 활용할 수 있다면,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와 대한민국 국군
     
    칼 융은 프로이트의 제자다. 그러나 인간의 성적(性的) 욕망을 중시한 프로이트의 이론을 수용하지 않고, 그런 개인 무의식보다 중요한 집단 무의식과 그 중심을 이루는 원형(Archetypus)의 존재를 주장했다. 또한 집단의 상징인 이 원형은 유전되며, 종교⋅문화⋅예술의 창조적 힘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그 창조적인 힘을 믿는 트럼프는 미국인의 잠자는 집단 무의식을 자극했다. 

    “지난 세기, 전 세계에 군사⋅경제적으로 엄청난 지원을 했던 미국이 이제 활기를 잃고, 
    세계인들의 눈에 빛바랜 2등 국가로 전락했다. 그러나 언론계와 정치계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현 상태의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나는 불구가 된 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비전과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 국내문제는 물론, 불법이민⋅방위비문제⋅무역역조현상 등 국제관계에 대해서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28,500명의 출중한 미군 병사들이 북한과 휴전선을 경계로 대치하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그들은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며 한국을 지켜주는 유일한 외국 군대다. 그러나 그 대가로 
    우리는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받는가? 한국인들은 우리에게 상품을 팔아서 짭짤한 이윤을 남기며, 우리와 경쟁하고 있다.” 

  • 전 세계 언론과 정치인, 외교관들은 트럼프를 비난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군(軍)은 의연한 태도를 보여줬다. 하고픈 말이 있어도 때를 기다렸다. 

    잠시 생각해보자. 트럼프는 세계에서 누구를 가장 신뢰하고 필요로 할까? 
    미국의 지원으로 반세기 만에 인류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미군(美軍)과 함께 6.25전쟁⋅베트남 전쟁터를 누비고 
    오늘까지 생사고락을 함께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군(國軍)이 아닐까? 
    만약, 아니라면 우리는 트럼프에게 그런 느낌을 갖도록 해야만 한다.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토로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이제 우리가 트럼프와 흉금을 터놓고 협상할 차례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은 ‘손자병법’에 능하며, 거래를 ‘기술’이 아닌 ‘예술’로 보는 트럼프를 상대로 양국 간 현안을 협상을 통해 슬기롭게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도 다음과 같이 추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태극기 주간’ 제정 및 기념행사 추진
      o 3.1절인 3월 1일부터 태극기 반포일인 3월 6일(1883년)까지를
       ‘태극기 주간’으로 설정하고, 매년 다채로운 행사 추진
      o 애국가를 비롯한 나라사랑의 노래 제창 장려 
  • 2) 한미군사동맹의 재조명 및 베트남전쟁 참전 기념물 건립
      o 6.25전쟁과 한미군사동맹을 재조명하는 홍보물 발간과 활용
      o 조국근대화의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던 국군의 베트남전쟁 참전 기념물 조성 
    3) 리더로서의 국군 양성
     o 국군 장병이 사회에 진출하여 리더로서 성공하기 위한 역량 교육 실시
     o [손자병법] [칼 융의 기억⋅꿈⋅사상] [인간관계론](데일 카네기) 등 
        리더에게 필요한 필독서 선정 및 독서 활동 장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