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운다'… 과거 총선 불출마 연상시키는 '정치인생 제2의 승부수'
  • ▲ 바른정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13일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바른정당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오세훈 전 시장의 모습. ⓒ수원(경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바른정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13일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바른정당 경기도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오세훈 전 시장의 모습. ⓒ수원(경기)=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바른정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전격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불출마 선언의 배경으로는 보수 정치의 위기에 대한 책임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시장은 13일 오후 SNS를 통해 "대선에 나서기에는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선 출마를 접고, 보수 후보가 나라의 미래를 펼쳐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불출마 선언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시작된 이후, 깊은 죄책감으로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해왔다"며 "새누리당이 사당(私黨)화 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무능과 무책임도 통감한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권유하는대로 경선에 참여해 보수진영 후보 간의 치열한 경쟁에 동참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면서도 "그것은 정치공학적 접근일 뿐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바람직한 기여는 아니라는 결론"이라고 토로했다.

    입장에서 스스로 밝힌대로, 오세훈 전 시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의 배경에는 보수 정치권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데에 본인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책임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일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오는 25일 바른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을 공식 선언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유력 대권주자인 오세훈 전 시장 측은 "다방면으로 고려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당시 오세훈 전 시장 측 핵심 관계자는 "(오세훈 전) 시장이 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며 "다방면으로 고려 중인 것은 출마 선언의 시점 뿐만이 아니라, 출마를 할지 여부에 대해 원점으로부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변에서는 결사적으로 반대했으나, 오세훈 전 시장은 오랜 숙고 끝에 결국 대선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시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보수정치권 전체가 폐족(廢族)의 위기에 내몰린 것 외에도, 지난 2011년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단행했던 것이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와 수부(首府) 서울이 박원순 시장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정치권에 입문시킨 결과를 가져온 책임감을 아직까지 떨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며 결단의 순수성을 강조했지만 '비워야 채운다'는 점도 의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초선 의원인데도 차기 총선 불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정치관계법 개혁을 주도해 이른바 '오세훈법'을 통과시켰다. 그의 이러한 승부수는 2006년 서울특별시장 당선으로 돌아오면서, 지금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 오세훈을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대선 불출마 선언은 당시 정치관계법 개혁의 추동력을 형성하기 위한 승부수였던 총선 불출마 선언을 떠올리게 한다는 게 여권 안팎의 지적이다.

    이날의 입장 표명이 대선 불출마일 뿐 정계 은퇴는 아니라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오세훈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새누리당이든 바른정당이든 똑같은 죄인인데, 보수의 가치를 논하며 대선 후보로서 국민 앞에 선다는 게 떳떳치 못한 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정치를 그만 두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오세훈법'에 버금가는 제2의 정치문화 혁신을 이루기 위해 바른정당이 올곧게 태동하는 과정에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난 12일 서울시당·경기도당 창당대회에 참석했던 것과 같이, 향후 바른정당 시·도당의 창당 일정에도 계속해서 결합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세훈 전 시장 측 관계자는 "바른정당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반기문 전 총장이든 유승민 의원이든 누가 (대선 후보로) 되든 당에 도움이 되는 일에 함께 할 것으로 본다"며 "보수정권 재창출에 힘을 보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