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뜬금없는 "친일독재 청산"...'대통령 퇴진' 구호 무색
  • 탄기국이 14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청년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탄기국이 14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청년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촛불집회 비판하고 문재인 후보 지지하지 않으면 매국노인가? 정신 나간 사람인가?"

    올해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추위가 찾아온 14일, 꽁꽁 얼어 한껏 붉어진 얼굴을 한 청년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혜화동 대학로 일대에 울려퍼졌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가 이날 오후 2시 서울 혜화동 대학로 일대에서 연 '제9차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청년들의 목소리였다.

    청년들은 우리사회에서 촛불집회를 비판하거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매국노나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는 현실을 대놓고 비판하면서,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 없어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20만여명이 참석했다. 여전히 노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20-30대 청년들의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집회 주요 연사가 청년층이라는 것도 큰 변화였다. 


    ▶청년들의 거침없는 '시국 비판'

  • 이군로 2030 청년포럼 대표.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이군로 2030 청년포럼 대표.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집회 연사로 나선 이군로 2030청년포럼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세력과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간다면 월남 패망 절차를 우리가 겪을 수도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군로 대표는 "저쪽(속칭 진보 혹은 좌파진영) 사람들은 거짓으로 거짓을 덮고 거짓으로 진실을 감추기 위해 양심을 팔고 있다. 특검과 검찰은 왜 태블릿 PC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태블릿PC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국정공백을 메우기보다 곧 있을 대선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주판알만 튕기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에 배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 국회에는 (상대방을) 마녀사냥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만 앉아 있다.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쓰레기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광화문촛불 집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광화문 촛불을 주최하는 자들이 누구인가, 광화문에서 이석기 석방, 통합진보당 부활을 외치는 종북세력이 있다. 귀족 근로자를 대변하는 기득권세력인 민노총과 종북세력이 손잡고 대한민국 국민을 선동하고 기만하고 있다. 광화문에 있는 국민들은 이러한 진실과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 이군로 2030청년포럼 대표.

    최근 촛불집회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이군로 대표는 "지금 누가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고, 대한민국 꿈나무를 오염시키고 있는가. 바로 전교조다. 전교조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고 왜곡된 국가관을 심어주고 있다. 전교조를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젊은이들이 태극기를 들고 앞장서서, 대한민국 망치는 썩은 기득권 세력과 반국가 세력을 모조리 몰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에서 올라온 대학생 한근영씨는, 차기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이 우리 한민족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대주의적이다. 그래서 나는 미국과의 동맹을 중요시하는, 안보의식이 투철한 대통령이 선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김진태 "세월호 사고 당일 일식집 있었던 문재인, 할 말 있는가"

  • 14일 오후, 대통령 탄핵소추에 반대하는 보수성향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서울 혜화동 인근을 행진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4일 오후, 대통령 탄핵소추에 반대하는 보수성향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서울 혜화동 인근을 행진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집회에 참석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정말 진짜 이게 나라냐?"라며 탄식했다.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가리켜 "역사상 최악의 악질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변호인단이 사고 당일 대통령 행적을 분단위 까지 적어서 (헌법재파소에) 제출했다. 문서에 따르면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19번의 보고를 받았고, 7번의 지시를 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여성분들에게 묻는다. 머리를 올리는 데 20분이 그렇게 긴 시간이냐. 대통령은 머리 만지면서, 그 순간에도 외교안보실에서 올린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며, '세월호 7시간 의혹'은 대통령 탄핵사유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변호인단이 제출한 세월호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야당과 속칭 진보진영이 여전히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행태를 꼬집었다.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일) 새벽 3시가 넘어서 잠을 자, 7시에 일어났다. 좌파들은 이게 나라냐고 하는데 나야말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걸 가지고 대통령 탄핵하자고 한다면 이게 정말 나라인가"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그는 "그날(세월호 사고 당일) 야당은 얼마나 잘 하고 있었는지 보자. 문재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아이들이 물속에 수장되고 있을 때, 일식집과 한정식 집에서 구조하기를 기대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규탄했다. 

    김진태 의원은 발언은, 최근 세월호 사고 당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사용한 카드명세서가 공개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야당 인사들의 세월호 당일 식사 내역을 보도한 일부 언론 매체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의원은 각각 일식당과 한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김진태 의원은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이던 박영선 의원은 그날 법사위 회식을 했다고 하는데, 법사위원 소속이었던 나는 전화 한통 받은 적이 없었다"고 폭로하며, "도대체 국회가 대통령 탄핵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번 (대통령 탄핵)사태의 몸통은 언론, 국회, 검찰, 특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개미인지 공룡인지 법대로,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 탄핵 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싸워보지도 않고 포기 할 수 없다"고 했다.


    ▶"태블릿PC 의혹 조사하라"

  •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비롯한 집회 참석자들은, JTBC가 입수했다는 '최순실 PC' 관련 의혹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변희재 대표는 "손석희 사장은 최순실PC가 아니라 JTBC의 데스크탑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순실PC 관련 첫 보도가 조작됐음을 사실상 자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과도 안하고 검찰은 수사도 안 한다"고 주장했다.

    변희재 대표는, 최근 박영수 특검팀이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이라며 제3의 태블릿PC를 공개한 사실에 대해서도 "인터넷신문만 17년 운영한 인터넷전문가인 저도 태블릿PC를 안 쓰는데 60대 컴맹 할머니(최순실)가 태블릿PC를 썼다는 것인가. 희한하게도 이걸 모두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며 태블릿PC 관련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변 대표는 "특검은 최순실씨가 2015년 7월부터 태블릿PC 사용했다고 했지만, 특검이 공개한 태블릿PC는 삼성에서 2015년 8월에 출시한 것"이라며, 조작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특검은) 조작이 걸리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박 대통령께 주고 박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줬다는 미친 소리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민주화를 가장한 사람들이 지금 국회와 언론, 그리고 권력에 중심에서 또 다른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무너트리려 하고 있다. 추측만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정권을 찬탈하려고 하는데, 그들의 검은 음모를 반드시 태극기 태풍으로 몰아내자"고 외쳤다. 


    ▶광화문 촛불, 뜬금없는 "친일·독재 청산"...집회 측 추산 10만명, 규모 눈에 띄게 줄어
     

  •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4일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1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4일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1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이날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도 오후 5시30분부터 광화문광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조기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퇴진행동'은 이번 집회를 '즉각퇴진, 조기탄핵, 공작정치 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로 명명하고, '재벌 구속수사'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집회규모는, 광화문광장을 채우기에도 어려울 만큼 적었다.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의 규모가 이렇게 줄어든 데에는, 시쳇말로 '같잖은' 사람에게 휘둘린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 때문에 광장으로 나왔던 시민들이, 집회가 방향성을 잃고 '이석기 한상균 석방', '통진당 해산 무효화' 등 억지스러운 선동 구호가 난무하자, 집회 주최 측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집회 장소를 지나가던 한 시민은 "(촛불집회) 목표가 재벌총수 처벌 및 분노표출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절대 평화집회가 아닌 것 같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서 나온 연사들의 발언 가운데는, 대통령 탄핵과는 무관한 내용들이 많았다.
     

  • 14일 오후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한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난하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퇴진행동의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규모가 지난 연말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14일 오후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한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난하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퇴진행동의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규모가 지난 연말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함세웅 신부는, 1986년 6월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평가받는 '1987년 헌법'(현행 헌법)의 가치를 전면 부인하는 듯한 발언은 서슴없이 내뱉었다. 

    함세웅 신부는 "박근혜는 모든 독재, 즉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을 포함한 독재자의 압축본입니다. 박근혜를 제거하면 친일파를 제거하는 것이고, 박근혜를 제거하면 반통일 분자들을 제거하는 것이고 반민주주의를 제거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7년 헌법에 따라 국민들이 선택한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까지 독재자 명단에 올린 것이다. 

    4.16연대의 상임운영위원인 김혜진씨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 문서는 "다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김혜진 씨는 "권력을 가지고 우리 생명을 함부로 하는 자들로부터 우리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한다"면서, "한해에 2,400명이 산재(산업재해)로 죽어간다. 경찰 물대포로 농민이 죽는다. 가습기 살균제로 어린 아이들이 죽어갔다.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광장 촛불은 일터로, 사회로 확장돼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 혹은 퇴진과는 관계가 없는, 속칭 진보진영의 '투쟁 지침'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정연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회장은 "공작정치는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들고,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며, 갑자기 '공작정치 청산'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작정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국민"이라고 했다. 

    정연순 회장은 "아직도 대통령 자리에서 청와대에 있는 저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박근혜의 지령을 충실히 이행한, 40년 전 공작정치 책임자이자 현재의 공작 정치 책임자인 김기춘을 구속시켜야 한다"며,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선동적 발언을 여과없이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