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만 나오고 지지자도 50여 명… 고향 방문 '절반의 성과'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15일 오전 자신의 고향인 경남 창녕을 찾아 화왕산 등반을 마치고 정상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왼편은 배우자 강난희 여사. ⓒ연합뉴스 사진DB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15일 오전 자신의 고향인 경남 창녕을 찾아 화왕산 등반을 마치고 정상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왼편은 배우자 강난희 여사. ⓒ연합뉴스 사진DB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고향에서 받은 열렬한 환영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일까. 지지율 정체로 악전고투하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고향 창녕으로 달려갔다.

    박원순 시장은 15일 오전 경상남도 창녕군을 찾았다. 창녕은 박원순 시장의 고향이다. 박원순 시장은 1956년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에서 태어났다.

    장마면 선영에 있는 부모 묘역을 참배한 박원순 시장은 자신을 마중나온 지지자 50여 명과 함께 창녕읍에 있는 화왕산(해발 757m)을 산행했다. 앞서 참배 이후 조찬 과정에서는 새누리당 소속인 김충식 창녕군수도 함께 했다.

    이는 전날 반기문 전 총장의 고향 방문 행보와 놀라울만큼 유사한 행보다. 반기문 전 총장도 전날 고향인 충북 음성군 상당리 행치마을을 찾아 제일 먼저 선친 묘역을 참배했다. 당적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더불어민주당 이시종 충북도지사)이 동행했다는 점도 흡사하다.

    평소 박원순 시장의 지방 행보에 배우자 강난희 여사가 동행하는 사례는 드물었는데, 이날 고향 방문에 배우자를 동행한 것도 반기문 전 총장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이후 각종 행보를 일관해서 배우자 유순택 여사와 함께 하고 있다.

    다만 격과 규모, 열기에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고향 방문에는 기초단체장 뿐만 아니라 광역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총출동했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물론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경대수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이 나왔다.

    반면 박원순 시장의 고향 창녕 방문에는 김충식 군수가 나왔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나 엄용수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반기문 전 총장의 고향 방문 때에는 음성에서 지지자 500여 명이 몰려 환영회를 거행하고 감사패를 전달한데 이어, 반기문 전 총장이 학교를 나온 인근 충주에서 다시 지지자 2000여 명이 운집해 대규모 환영대회를 열면서 태극기를 흔들고 열렬히 환영했다.

    박원순 시장의 이날 창녕 방문 및 화왕산 산행에는 지지자 50여 명이 동행하는데 그쳤다.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15일 오전 자신의 고향인 경남 창녕을 찾아 지지자들과 함께 화왕산 등반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15일 오전 자신의 고향인 경남 창녕을 찾아 지지자들과 함께 화왕산 등반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박원순 시장은 고향 방문 이후 도청소재지인 창원으로 이동해 민주당 소속 경남 지방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남도당 청년위원회 발대식에 참여한다. 저녁에는 대우조선해양 본사가 있는 거제를 찾아 임직원들과 만찬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이 전날 부산 방문에 이어 이날 고향 창녕을 찾은 것은, 지지율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고향인 부산·경남(PK)에서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그간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 공을 들여왔다. 광주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기반으로 삼겠다는 복안이었다. 지난 11일에도 광주를 찾아 "문재인은 기울고, 내가 보름달이 될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했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박원순 시장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반문 정서의 수혜는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로 쏠렸다.

    지난 1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라 권역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39%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이재명 시장이 13%로 뒤를 쫓았다. 반기문 전 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2%로 공동 3위에 올랐다.

    박원순 시장은 이 주에 '상위 8인'에 들지 못한 관계로 따로 집계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기타 인물'을 응답한 4% 안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른 유력 대권주자들은 자신의 연고지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경남 거제 출신인 문재인 전 대표는 부산·울산·경남에서 여러 후보들 중 지지율 1위(34%)다. 이에 맞서는 반기문 전 총장은 대전·세종·충청에서 역시 후보군들 중에 지지율 1위(39%)다.

    충남 논산 출신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여러 권역 중 대전·세종·충청에서의 지지율(12%)이 가장 높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대구·경북 4%)이나 손학규 전 대표(인천·경기 3%)도 자신의 연고지 지지율이 여러 권역 중 가장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도 정체된 지지율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고향 공략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날 반기문 전 총장이 고향 음성~충주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고, 해당 권역에서 여론조사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것도 이같은 초조함에 기름을 부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오늘(15일) 선영의 부모 묘역에 참배를 하고, 지역단체장 및 지지자들과 함께 고향 일대를 둘러본 것은, 미리 사전에 예정된 일정이긴 하지만 반기문 총장의 전날 행보에 놀라우리만큼 유사하다"면서도 "지지의 규모와 열기, 마중나온 단체장의 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반쪽의 성과'라 보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