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반발하는 中 향해서는 "사드는 순수한 방어용 무기" 일침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진공동취재단

    범(汎)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관한 입장을 밝히며, 안보 측면에서 '확고한 보수'라는 점을 증명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15일 경기 평택 해군2함대를 찾아 천안함 기념관을 둘러본 뒤 취재진과 만나 "사드 배치 경위를 보면, 결국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축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배치된 것"이라며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을 향해서는 "주변국과의 관계는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나갈 수 있다"면서도 "사드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라 순수한 방어용 무기"라고 점잖게 일침을 가했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의 보수와 좌파를 가르는 리트머스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사드 배치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이라고 강조해, 차기 대통령의 사드 배치 찬반 여부에 따라 한미동맹이 유지되느냐 해체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다.

    반기문 전 총장이 마침 천안함 기념관을 찾은 자리에서 분명한 어조로 사드 배치에 찬성이라고 단언함에 따라, 그의 애국·보수적 성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보수층 일각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전날 충북 음성꽃동네를 방문해 "기회가 되면 (촛불시위에) 참석을 하겠다"고 말한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이 또한 발언 전체의 맥락을 보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당시 특정 매체의 취재진은 "국민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촛불집회에 나갈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전 총장은 "기회를 보겠다"며 "기회가 되면 참석을 하는데, 그렇지만 지방을 시찰할 계획도 있고 해서… 하여튼 기회를 볼 것"이라고 답한 것이 전체 문답이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진공동취재단

    이것은 외교적 수사로 보면 불참 쪽에 무게를 싣은 것과 같다는 분석이다. 질문 자체에 다소 간의 편향성이 묻어 있어서 바로 부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방 시찰 일정과 겹쳐 참석하지 못해 유감'이라는 말을 돌려말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날 반기문 전 총장은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이 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 (북핵) 문제는 깊이 숙고하고 미국이나 중국·러시아·일본 등 한반도 주변 관계국과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과거 외교장관으로 근무했고 사무총장으로도 근무해 잘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과거 좌파정권의 입장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으나, 긴밀한 협의의 대상으로 미·중·러·일 등 주변국만 거론됐을 뿐 북한 독재정권은 언급되지 않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통해 과거 그 어떤 사무총장보다 독재정권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2010년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온 국토를 내전의 위기 속으로 몰아간 로랑 그바그보(Laurent Gbag)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프랑스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유엔평화유지군에 군사 작전을 지시했다. 이 작전은 성공으로 끝나, 그바그보 전 대통령의 신병은 국제형사재판소로 넘겨졌다.

    반기문 전 총장에 정통한 안보 전문가는 "사드 배치에 대한 단호한 지지에서 볼 수 있듯이 반기문 총장은 안보 측면에 있어서 확고부동한 보수"라며 "외유내강(外柔內剛)한 대처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