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남 배려하고 세계평화 위해 쓰자" 제안한 潘, SNS 음해공작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4일 음성꽃동네에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미음을 조금씩 떠먹이고 있는 모습. 배우자 유순택 여사는 옆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 주변을 닦아주고 있다. 꽃동네 측 안내 수녀가 바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봉사 방식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4일 음성꽃동네에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미음을 조금씩 떠먹이고 있는 모습. 배우자 유순택 여사는 옆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 주변을 닦아주고 있다. 꽃동네 측 안내 수녀가 바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봉사 방식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SNS 음해공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이른바 '반기문 턱받이' 논란은 유력 대권주자를 향한 음해모략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14일 오전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해 선친 묘역에 참배했다. 이후 꽃동네로 이동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의 손발을 주무르는 등 봉사 활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꽃동네 측의 요청에 따라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미음(米飮)을 숟가락으로 떠먹였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SNS 상에서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전 총장은 당시 꽃동네 수녀가 매준 턱받이를 하고, 꽃동네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잘 갈린 미음을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먹였는데, 이를 두고 '턱받이를 왜 환자가 아닌 반기문 총장이 했느냐'고 문제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죽이 기도로 들어갈 수 있다"며 "잠재적 살인 행위"라고까지 극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반기문 전 총장 측과 꽃동네가 동시에 해명에 나섰다. 반기문 전 총장 측은 "잘 갈린 미음을 드시는 것은 문제가 없고, (턱받이) 복장도 꽃동네 측에서 요청한 복장"이라며 "모두 꽃동네 측의 제안과 안내에 따라 어르신의 식사를 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꽃동네 측에서 안내에 나선 윤시몬 수녀도 "턱받이 앞치마는 꽃동네 봉사자면 누구나 하는 복장"이라며 "이 일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꽃동네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봉사를 하는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살피면, 반기문 전 총장이 누워 있는 할머니의 나이를 묻자, 할머니가 "많아, 구십 (살)"이라고 답했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이 "아주 고우시다"고 덕담을 건네고 있는 찰나, 수녀가 죽과 간장을 갖고 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유순택 여사는 식사를 보고 "시장하시죠?"라고 물었고, 반기문 전 총장은 수녀가 매준 턱받이 앞치마 복장을 한 채로 숟가락으로 죽을 천천히 떠드린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곁에서 수녀 및 요양보호사가 지켜보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할머니는 조금씩 먹으면서 반기문 전 총장의 "천천히 드시라"라는 말도 알아들었기에, 분명히 의식이 있는 상태여서 기도가 막힐 우려는 없었다. 유순택 여사는 이 과정에서 입 주변에 묻는 죽을 손수건을 꺼내 닦기도 했다.

    이후 수녀들이 "(반기문 총장도) 식사해야 하니, 한 숟갈만 더 드리라"며 "이후부터는 수녀들이 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은 "오래오래 사시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떠난 것이 전후 과정이다.

    이처럼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본 사람은 물론 동행 취재 기자단이라면 모를 수 없는 상황이 악의적으로 유포되는 것에는, 이러한 음해 공작을 벌임으로써 반사적으로 이득을 얻는 사람이 배후에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4일 음성꽃동네에서 봉사 활동에 나서기에 앞서, 수녀로부터 턱받이 앞치마를 착용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4일 음성꽃동네에서 봉사 활동에 나서기에 앞서, 수녀로부터 턱받이 앞치마를 착용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거에는 김대업 씨 등을 내세워 지상파 뉴스 등을 통해 유력 대권주자를 음해모략하는 방식이 주효했으나,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이제는 'SNS팀'이 상대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면서 음해 공작을 하면 상대 후보의 열렬 지지자들이 이를 퍼나르고 전파하는 방식으로 음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반기문 전 총장이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한지 얼마 되지조차 않아 터무니 없는 음해공작이 시작됐으며, 이를 페이스북·트위터 등에 적극적으로 퍼나르고 전파한 사람들이 계정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대체로 야권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게 그 반증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음성 꽃동네에서의 봉사활동을 마친 뒤 충주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해 충주시민 환영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내가 유엔사무총장이 됐던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라는 게 없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옛날부터 쓰던 것으로 알고 있고, 어느새 우리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일부가 됐는데 10년 전만 해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서 전세계 방방곡곡 친구들과 말도 하고 사진도 보내는 등 세상이 아주 좁아졌다"며 "세계시민으로서 모두 잘 살고 남을 배려하며 평화로운 세계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스마트폰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남에 대한 배려'와 '평화로운 세계'를 제안했지만, 10년 전만 해도 없었던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차별적인 음해 공작에 자신이 이토록 공격받을 줄은 미처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10년 전에 비해 현격히 발달한 과학기술을 '남에 대한 배려'와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사용하자고 호소하는 후보와, 이를 악용해 오로지 남을 음해하고 끌어내리며 폄훼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후보의 대결이 되도록 이대로 방치해야 할 것인가.

    'SNS판 김대업식 음해공작'에 대해 사법당국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선제적 조사와 엄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13일 서울 마포에 있는 캠프 사무실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인 박민식 전 의원과 장시간 면담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응 방침이 주목된다.

    박민식 전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를 거쳐 18~19대 국회의원(부산 북·강서갑)을 지냈다. 반기문 전 총장의 서울대 외교학과 후배인 박민식 전 의원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에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근무했던 경력도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SNS를 통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고 있는 △'박연차 게이트' 23만 달러 수수 의혹 △아들 우현 씨의 SKT 특혜 입사 의혹 △동생 기상 씨와 조카 주현 씨의 경남기업 관련 의혹 등을 일일이 해명하며 "새총에도 맞아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조심하며 살아왔는데 억울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