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에게 충신으로 남고자 했지만…국민께 죄송"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뉴데일리 DB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뉴데일리 DB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61) 씨가 자신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고영태가 계획적으로 꾸며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16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속개된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는 'SK로부터 추가로 돈을 받기 위해 박헌영(전 K스포츠재단 과장) 등에게 지시했는가'라는 대통령 변호인단의 질문에 "걔네들이 만든 계획을 가지고 나한테 뒤집어 씌웠다"고 밝혔다. 
    최씨는 변호인단이 '걔네들이 누구냐'는 질문에 "고영태, 류상영(전 더블루케이 부장), 노승일(K스포츠재단 부장), 김수현, 박헌영(전 K스포츠재단 과장) 정도"라고 답했다.
    최씨는 더불어 고씨가 자신을 협박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고영태가 2014년에서 2015년 정도에 게이트를 만들겠다고 협박했다"며, "자신에게 협조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이 정권이 끝날 무렵에 게이트를 터트리겠다고 해 달래가면서 도와줬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고씨가 계획적으로 카메라로 찍은 걸로 생각된다"며 "이들이 이상해서 더블루K를 폐업했지만 고씨는 TV조선의 아는 기자에게 자료를 계속 갖다준 것 같다"고 전했다. 최씨는 다만 이날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가 기자에게 전해졌는지, 고씨에게 어떤 협박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최씨는 청구인 대리인단이 고씨의 주장을 근거로 신문하려고 할 때는 "고영태의 진술은 진실성도 신빙성도 없다"며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청구인 대리인단이 "대통령 측근인 최씨에게 협박을 할 수 있겠는가, 믿기 힘들다"며 의문을 나타내자 최씨는 "이해가 안되더라도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 최순실 씨가 1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뉴데일리 DB
    ▲ 최순실 씨가 1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뉴데일리 DB
    ◆ 최순실 "검찰, 강압수사에 죽을 지경" 주장
    최순실씨는 이날 독일에서 귀국한 직후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의 강도와 방식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진술에 대해선 "정신없이 한 것이라서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며 기존 증언을 부인하기도 했다.
    최씨는 청구인 대리인단이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에 서명한 것을 두고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대로 읽어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변호사도 하루하고 그만 뒀다. 다시 읽어보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최씨는 이어 "검찰의 수사가 너무 강압적이라서 내가 거의 죽을 지경"이라며, "새벽까지 계속 이어지는 조사에 살기 싫을 정도의 폭언과 모욕감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카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도 내가 볼 때는 강요에 의해서 자기가 쓰던 걸 내놓은 것 같다"며, "특검에 가면 자살할 것 같아서 못 가고 있다"고도 했다.

  • 최순실씨는 16일 검찰의 수사 방식이 강압적이라고 주장했다. ⓒ뉴데일리DB
    ▲ 최순실씨는 16일 검찰의 수사 방식이 강압적이라고 주장했다. ⓒ뉴데일리DB
    ◆ "나름 충신으로 살고자 했지만..."
    그는 언론의 의혹제기 기사내용을 일부 언급하면서,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최씨는 "JTBC는 태블릿PC를 어디서 얻었는지 계속 말을 바꾸고 있고 검찰은 확인도 안해준다"고 했다. 최씨는 "어딘가에서는 내가 8조원을 가졌다거나 독일에 페이퍼컴퍼니가 수십개라는 말도 있는데 다 거짓이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나는 살아있지만 죽은 목숨과 똑같다"고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증언을 하면서도 눈물을 보였다. 
    그는 '피청구인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최순실씨가 어려울 때 도와줬다고 했는데 어떤 도움을 줬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전두환 시절 때도 핍박을 받아 어려웠는데 그때 편지 등으로 위로를 했다"며, "내가 대통령 곁에서 못 떠났던 이유도 대통령에게 다른 마땅한 사람들이 없어서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나 나름대로 충신으로 남고자 했지만 결국 이렇게 돼서 국민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다."

    -최순실씨.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워낙 청렴해서 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아니고 청탁을 들어주는 분도 아니었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국정철학과 정책기조가 강하고 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올리려는 열망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씨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 출입횟수와 이유 ▲청와대 출입 방법 ▲고위직 인사권 등 개입 ▲대통령이 대기업 임원 면담시 관여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및 운영 관여 ▲삼성·롯데 등의 기금 출연 강요 의혹 등과 관련해선 전면 부인하거나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으로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