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반응, 문재인 압도 못 해…기존 정당에 SOS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6일, 부평 깡통시장과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을 연속으로 방문한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6일, 부평 깡통시장과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을 연속으로 방문한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저녁에 기자들과 만나 정당 입당을 시사하는 등 속내를 잇달아 내비쳤다.

    하루 동안 민심을 마주한 반 전 총장이 PK를 지키기 위해서 기존 정치세력들과 교감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저녁,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이후에 입당 방향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면서 "종국적으로는 어느 쪽이든 정당과 함께 해야겠다"고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 중에 당이 없었던 사람이 없었다"면서 "홀로 하려니 사비로 모은 돈을 다 쓰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독자세력으로 활동하던 반 전 총장이 기존 정치세력의 지원사격을 받고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입국한 뒤, 현재까지 정당의 지원 없이 독자 행보를 걸으며 민심을 청취했다. 지금까지는 충주와 평택, 그리고 부산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의 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는 곳마다 구설에 오르며 어려움에 직면했다.

    서울역에서는 그를 보러온 인파들이 몰리면서 인사는커녕 몸싸움을 하면서 현장을 빠져나가야 했고, 충주에서는 턱받이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서 음해성 보도도 있기는 했으나, 이같은 논란 대부분은 아마추어 같은 일정관리, 정제되지 못한 메시지 관리와 홍보 스킬 미숙 탓도 없지는 않았다.

    여태까지 이같은 미숙함이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은 것은 반 전 총장의 이전 일정들이 모두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고향인 충주와 안보에 확실한 보수색을 띠는 천안함. 자신의 지지자들이 총집결한 인천공항-서울역이 그랬다.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이후 입당 방향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독자적으로 민심을 청취해온 반 전 총장이 정당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이후 입당 방향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독자적으로 민심을 청취해온 반 전 총장이 정당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나 부산은 달랐다. 부산은 문재인 전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다. 충청 출신인 그가 도전자의 위치인 셈이다. 이번 첫 대결에서 문 전 대표를 확실하게 눌러 완연한 강세를 보여야 했지만 불안한 현상은 부산에서도 계속됐다.

    일정은 계속해서 지연됐고, 부산의 시민들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전보다 나아졌지만 반 전 총장의 동선에도 일부 혼선이 있었다.

    이런 운영 속에 반기문 총장을 보고 반가워하는 사람들은 주로 장년층, 특히 여성에 집중됐다.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한 '꽃분이네 집' 앞에서 한 중년 여성이 "약 오르면 진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말고 대항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에게 다짜고짜 다가와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으면서 "어우 너무 좋다"라고 하거나, "꼭 성공하셔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여성들도 여럿 목격됐다. 반면 젊은 남성이 사진촬영을 요구하거나 격려의 구호를 외치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자갈치 시장 앞에서 10대 남성 7명가량이 줄을 서서 악수한 것 정도가 눈에 띄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부산을 방문했을 때보다 임팩트가 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에 문재인의 아성을 실제로 체감한 반 전 총장이 낙동강 전선을 본인의 힘만으로 지키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고, 이에 더욱 일찍 영남 표심의 주도권을 쥔 기존의 보수·영남권 정치세력들과 교감시점을 앞당겨야겠다고 느꼈을 수 있다.

    반기문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여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 중 대선 경험이 없는 분들이 많아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기존 정당의 사람들과 뭉친다면 이런 문제들이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