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심화, PC주의에 반발한 ‘정체성 되찾기’ 섞이면 서구 민주주의 위협
  •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한 '2017 세계위험보고서' 영상. ⓒ다보스 포럼 홈페이지 캡쳐
    ▲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한 '2017 세계위험보고서' 영상. ⓒ다보스 포럼 홈페이지 캡쳐


    오는 17일(현지시간)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유력 인사 3,000여 명이 현지에 모였다.

    이들이 논의할 주제와 관련해 ‘다보스 포럼’ 측은 ‘2017년 세계 위험보고서(GRS)’를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다보스 포럼’이 회의 개최에 앞서 공개하는 ‘세계위험보고서’는 매년 전 세계를 연령별 그룹, 국가별, 분야별로 나눈 뒤 재계, 학계, 시민사회, 정부 분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세계위험인지조사(GPRS)’를 벌인 뒤 작성, 주요 내용을 추려 만드는 보고서다.

    ‘2017 세계위험보고서’는 서문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가장 큰 위협으로는, 갈수록 심해질 빈부격차를 꼽았다. ‘다보스 포럼’은 빈부격차가 각국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간, 권역 간, 계층 간에서 점점 더 차이가 날 것이며,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분열이 초래될 것을 우려했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사회적 분열은 각국의 개발과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런 흐름에 반대하는 ‘反기득권 포퓰리즘 집단’이 급성장, 정치적 불안까지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보스 포럼’은 사회적 양극화와 각 국가에서 드러나는 극우정서를 기반으로 ‘反기득권 포퓰리즘 집단’이 권력을 쥘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각국 정부가 자본시장 개혁을 핵심 과제로 삼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는 각국의 사회적 정체성을 찾겠다는 움직임을 꼽았다. ‘다보스 포럼’은 2016년 유럽 각국에서 치른 선거 결과로 볼 때 향후 “정체성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극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보스 포럼’이 지적한 ‘정체성 되찾기’는 트럼프 당선자에게 美대선 승리를 가져다 준 ‘PC(Political Correctness)’와도 연관이 있다. 성별, 인종, 다문화주의, 환경보호, 국제적 협력 등을 강요받아 온 세계 각국 사람들이 “나의 정체성을 되찾겠다”며 극우 성향의 정치세력에게 표를 몰아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보스 포럼’은 이런 사람들이 주로 노년층과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일 것이라고 설명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다보스 포럼’은 “정체성을 되찾는다는 미명 아래의 반동적 행동은 결국 정치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보스 포럼’은 ‘反기득권 포퓰리즘 집단’과 ‘정체성 되찾기 세력’의 목소리가 강해지면, 이들이 反세계화를 통한 국내 일자리 창출, 기술 개발에 대한 반대 운동 등을 벌이면서 세계 노동시장에 중대한 위협을 끼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위협은 각국의 정책결정자, 즉 국회의원과 국가수반, 장관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혁신을 이루는데 상당한 방해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보스 포럼’이 마지막으로 지적한 위협은 각국이 자국이익만을 우선시하면서 국제협력체계에 대한 보호와 강화를 해치는 것이라고 한다.

    ‘다보스 포럼’이 단적인 예로 제시한 것이 바로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 수용에 대한 각국의 결정이었다. 테러조직 ‘대쉬(ISIS)’로 내전이 격화되면서 생긴 난민들을 EU 각국이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는 물론 중남미나 유라시아 국가들이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다보스 포럼’은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을 세계 각국이 수용하지 않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런 문제에서 국제적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계기후변화나 세계 물 부족과 같은 문제에서의 협력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보스 포럼’은 “앞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문제를 국제사회가 계속 방치할 경우 세계 주류사회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서구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보스 포럼’이 내놓은 ‘2017 세계위험보고서’의 내용은 ‘세계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다보스 포럼’의 보고서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와 세계화 우선주의 간의 충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