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 “가장 큰 미국시장 지키려면 ‘룰’ 따라야”…BMW “그럴 이유 없다”
  • 美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현대기아차와 GM이 멕시코 공장 건설계획을 미루고 대신 미국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美블룸버그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현대기아차와 GM이 멕시코 공장 건설계획을 미루고 대신 미국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美블룸버그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포드, 도요타, 피아트-크라이슬러(PCA)에 이어 현대·기아차와 GM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백기를 들었다. 멕시코 대신 美본토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7일 현대·기아차와 GM이 멕시코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美본토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향후 5년 동안 31억 달러(한화 약 3조 6,100억 원)를, GM은 향후 수 년 동안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600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공장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5년 이내에 21억 달러(한화 약 2조 2,450억 원)을 먼저 투자해 미국에서 판매할 SUV와 제네시스 등을 만들 계획”이라는 정진행 현대·기아차 사장의 말을 인용했다.

    정진행 현대·기아차 사장은 “우리는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후 5년 이내에 1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곧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어서, 미국 내에 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우리는 미국 내의 새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차량을 통해 판매와 이익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알라바마州 몽고메리 공장에서 쏘나타, 아반떼(엘란트라), 산타페 등을 연간 37만 대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기아차는 조지아州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K5(옵티마), 쏘렌토 등을 연간 36만 대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기아차가 31억 달러를 들여 미국에 새 공장을 짓게 되면 2018년에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현대·기아차 수는 각각 10만 대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가장 큰 판매처인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지 정부의 방침을 따르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또한 GM도 이날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국 내에 공장을 지어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멕시코 공장의 일자리도 미국으로 돌려, 총 7,7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GM이 10억 달러를 들여 미국 내에 공장을 새로 짓고 일자리 7,700여 개를 창출하기로 한 결정은 트럼프 당선자의 거듭된 발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GM이 미국에 새 공장을 짓기로 한 결정을 두고 경쟁업체인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멕시코에서 만든 자동차를 미국 내로 들여와 판매할 경우 35%의 국경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트럼프 당선자의 위협을 받아들인 것을 보고, GM만 멕시코 공장 건설을 계속 추진할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포드가 16억 달러를 들여 멕시코에 공장을 지으려다 트럼프 당선자의 위협을 들은 뒤 미시건州 자사 공장 증설에 투입하기로 한 일, 피아트-크라이슬러 또한 멕시코 공장 신설 대신 미시건州 자사 공장을 증설하는데 10억 달러를 들이기로 한 일 등이 GM에게는 중요한 신호가 되었을 것이라고 봤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나는 GM도 다른 자동차 업체와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그렇게 희망한다”며 “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했던 트럼프 당선자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당선자가 GM에게 바라는 것은 미국 판매용으로 멕시코에서 생산하려 했던 크루즈 해치백 모델을 美오하이오와 미시건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 3,300여 개의 일자리를 국내에 영구적으로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처럼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트럼프 당선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 됐다. 이제 남은 업체는 BMW, 폭스바겐 그룹, 르노닛산 그룹 정도다.

    하지만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요구를 완강하게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피터 슈와젠바우어 BMW그룹 미니-롤스로이스 부문장은 트럼프 당선자의 요구에 대해 “우리가 그렇게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북미 지역에 판매할 차량들의 생산 공장을 멕시코에 짓는다는 계획을 계속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라크-시리아 난민 문제로 독일 정부에 각을 세운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美정부가 독일과 독일 자동차 업체를 한 데 묶어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