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한진해운 방문해 일자리 창출 공약 부각...22일엔 호남 방문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부산 중구 남포문구에서 일일점원이 돼 자신의 저서를 구입한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부산 중구 남포문구에서 일일점원이 돼 자신의 저서를 구입한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자신의 텃밭인 부산에서 지역 곳곳을 누비며 영남권 민심 공략에 나섰다.

    문 전 대표의 부산 일정에 지지자들이 상당수 몰리면서 '정치적 고향'임을 실감케했지만, 지역 안팎에선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감지됐다.

    이날 문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산항만공사와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이다. 최근 발표한 '일자리 131만개 창출' 공약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로, 산업현장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 바닥 민심 끌어안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장을 찾아 물류사태 여파를 점검한 문 전 대표는, 지역경제 회복과 해운업계 일자리 창출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또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함·무책임을 보며 분노가 치밀었다"고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문 전 대표와 부산항만공사, 한진해운과의 간담회에는 우예종 BPA 사장, 정재순 한진해운 상무 등 해운항만업계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후 문 전 대표는 부산 중구 남포동에 위치한 한 서점에서 일일판매 도우미 행사를 가졌다.

    당초 문 전 대표는 이 곳에서 최근 발간한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의 사인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영난에 처한 중소서점 소상공인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일정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구매한 뒤 문 전 대표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시민 수백명이 몰리면서 애초 예정됐던 팬 사인회를 방불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사인을 받은 상당수 시민들은 기념사진을 찍은 뒤 "문재인 화이팅"을 연호하며 지지 의사를 강하게 나타냈다. 주최 측은 길게 늘어선 인파로 인해 행사가 예정된 시간보다 길어지자 "시간관계상 기념사진은 찍지 말고 사인만 받도록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서점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와는 달리 문 전 대표에 대한 싸늘한 민심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서점 주변 한 상인은 "문 전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인을 받으려고 많이 몰려온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문 전 대표에 대한 부산 민심은 대체적으로 좋지 않다. 좋아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택시기사 김모(63세)씨는 "손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젊은이들 중에선 문 전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50대 이상 대부분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부산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일수록 정치인들이 힘을 합쳐 민생 살리기에 나서야 하는데, 문재인 전 대표나 반기문 전 총장이나 모두 대권행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여야 대선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부산역 앞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24)씨는 "문재인 전 대표가 서민과 친숙한 이미지여서 오래 전부터 좋아했다"면서도 "막상 선거가 다가오면 제가 그 분(문재인)을 찍겠다는 확신은 가지고 있지 않다. 더 좋은 후보가 있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부산상공회의소를 찾아 간담회를 여는 등 지역 상공인 표심 공략에 올인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부산상의 조성제 회장 등 20여 명의 지역 상공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역경제는 아무래도 중소기업 중심 경제이기 때문에, 역시 지금까지 해왔던 재벌대기업 중심경제에서 중소기업 중심경제로 그렇게 경제 패러다임을 대전환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문제에 대해선 "우리가 경제가 나빠서 재정 확장정책을 써야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당장 기업에겐 (적용이)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 그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문제에 대해 "지금와서 입지를 다시 옮기고자 하면 여러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도 충분히 오히려 지역발전에 도움될 것이다"이라고 정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상공인들은 '24시간 안전한 김해신공항 건설' '2030 부산등록엑스포 유치'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차질 없는 추진' 등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문 전 대표는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찾아 한일위안부 협상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정권교체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한일위안부 합의와) 합의문에 도대체 뭘 담았길래 민간이 만든 소녀상에 대해 일본이 이처럼 고강도 보복조치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부의 위안부 협상을 비난했다.

    문 전 대표는 또 "우리 정부는 10억 엔의 돈 속에 사죄와 배상의 뜻이 담겼다고 설명하지만, 일본은 그 사실을 부정하고 치유·화해 목적의 돈인 것으로 설명한다"며 "양국 간에 진정한 합의가 있었는지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오는 22일에는 광주를 방문, 호남민심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광주는 '정계은퇴' 약속의 장소라는 점에서, 문 전 대표가 성난 호남 민심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지 이날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