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비리 사건, 박수환 뉴스컴 대표 공판 증인 출석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대우조선해양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으로부터 거액의 홍보대행 계약을 체결한 뒤 위법한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추천’한 인물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과 관련돼 배임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송 전 주필은 20일, 박수환 대표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표를 'IR 전문가'로 추천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다만 송 전 주필은 ”소개를 한 것이 아니라 추천만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송 전 주필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당시 금호아시아나가 공중분해 위기였는데, 박삼구 회장이 자신의 단골집인 롯데호텔 지하 일식점으로 나를 불러 여러가지 걱정을 말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 회장이 'IR을 어디가 잘하냐'고 물어봤고, 나는 뉴스컴 등 4군데를 추천해줬다"고 진술했다.

송 전 주필은 '박(삼구) 회장이 증인에게 (전문가 추천을) 부탁한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 분은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내가 일선 기자일 때는 금호를 담당해서(친분이 있다)"고 말했다. 송 전 주필은 "그 분은 골프에서 '언더파(Under Par)를 처음 친 게 나하고 칠 때'라면서 나를 각별히 챙겨줬다"고 말해, 박삼구 회장과 깊은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음을 인정했다.

송 전 주필은 사실상 자신이 박삼구 회장과 박수환 대표를 연결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박수환 대표와 금호아시아나그룹간 계약 관계 등은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송 전 주필은 '금호아시아나와 뉴스컴이 홍보대행 계약을 체결한 과정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그 자리에서 소개해주고 2주 정도 뒤에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서 (금호아시아나가) 뉴스컴과 되는구나라고 짐작했다"고 했다.

송 전 주필은 박수환 대표가 금호아시아나 경영진에 불만을 가졌다는 증언도 했다. 

그는 "박 대표가 내게 전화를 걸어 '금호 경영진은 IR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IR이 아니고 KDB산업은행에 로비하는 걸로 생각하는 것 같다. 미친 거 아니냐'라고 불평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주필이 법정 진술을 통해 박 대표와의 전화 통화사실을 소개한 것은, 현금유동성 위기나 오너리스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총수에게 접근해 위법한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 대표를, 사실상 두둔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 ⓒ뉴사스
    ▲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 ⓒ뉴사스

    ◆ "박수환과 상관없어, 금호에 궁금해서 전화한 것 뿐"

    송희영 전 주필은 오OO 전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에게 박수환 대표가 압수수색 당한 사실을 알려주면서 "금호그룹과의 계약서가 압수된 것 같으니 잘 대비하라. 검찰에서 부르면 계약서에 있는 내용대로만 말하면 된다"고 조언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피고인(박수환)으로부터 금호에 연락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오 전 사장에게) 전화한 게 아닌가'라는 검사의 질문을 받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송 전 주필은 "금호와의 계약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찌라시를 봤고, 특히 (뉴스컴은) 내가 추천한 회사이기 때문에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라고 진술했다.

    '(뉴스컴에 대한) 압수수색 당일 박수환과 통화했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는 "그 무렵에 통화가 몇 번 있긴 했지만 가물가물하다"며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다.

    송 전 주필은 '증인은 피고인(박수환 대표)의 부탁을 받고 대우조선해양의 민감한 부분을 비공식적으로 처리해준 일이 있는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내가 그래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라고 잘라 말했다.

    송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 관련) 송희영 칼럼을 게재하기 전에 박수환에게 보여줬는가'라는 질문에는 "내가 직급이 높아 글을 봐줄 선배가 없기 때문에, 법조인이나 교수 등에게 보여준 것"이라며 "뉴스컴 거래처와 관계된 내용의 칼럼은 박수환에게 안 보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주필과 금호아시아나 오 전 사장은, 검찰이 박수환 대표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지난해 8월8일 늦은 저녁과 다음날인 9일 오전, 두 차례 통화했다. 당시 두 사람은 10년만에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송 전 주필이 박수환 대표의 구명을 위해 금호 측에 자실상 입단속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은 2007년부터 2015년 사이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으로부터 1억여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으로부터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송 전 주필은 뉴스커뮤니케이션즈가 거래처에 배포하는 소개 자료에 자신의 이름을 명기하는 방법 등으로 박 대표가 이끄는 홍보대행사의 영업을 돕고, 박 대표가 청탁한 기사를 작성하는 대가로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

    송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 측에 우호적인 글을 쓰는 대가로 초호화 유람선 여행과 고가의 시계를 받는 특혜를 누렸고,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연임 청탁을 한 대가로, 고 전 사장으로부터 1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