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송해·최불암 예 들며 "특정후보 지지로 출연 막아선 안돼"KBS "블랙리스트는 근거 없는 주장..선거 후엔 얼마든지 출연 가능"

  • '맛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황교익씨가 KBS의 출연 제한 방침을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공영방송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황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말에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 출연섭외를 받고 PD·작가와 만나 '맛있는 식재료 고르는 요령'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로 했지만, 16일 저녁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정치인을 지지했다는 것만으로 방송 출연이 금지된 건 'KBS의 블랙리스트'"라는 불만 섞인 글을 올렸다.

    16일 저녁에 작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은 출연이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설명과 함께 출연 취소를 통보받았습니다.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에 가입한 것도 아닌데 정치인을 지지하는 자발적 네트워크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방송 출연을 금지한 건 블랙리스트입니다.


    이에 '아침마당' 제작진은 "황교익씨의 주장은 매우 자의적인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특정후보를 지지해서 출연금지를 당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19일 밝힌 공식 입장에서 "지난 6일 황교익씨를 만나 목요특강 출연을 타진하던 중 14일 황씨가 문재인 후보 지지모임인 '더불어포럼'의 공동대표로 참여한 것을 인지하고 16일 월요일에 전화를 걸어 사실 상 대선정국 돌입한 현 시점의 민감성을 감안해 출연 시기를 잠정 연기해 줄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그러나 황교익씨가 부당한 이유라며 이를 거부하고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다음 날 다시 전화를 걸어 '대선정국으로 급격히 전개되는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공식직책을 맡은 인사가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출연을 배제한다'는 원칙을 다시 통보하고 양해를 구했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황교익씨에게 출연 정지를 통보한 것은 공영방송인 KBS가 대선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엄정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여야 구분없이 모든 유력 대선후보에 대해 적용하는 원칙으로 오래 전부터 '아침마당'에서도 지켜왔던 관례"라고 밝힌 뒤 "KBS에서 제작진들이 제작의 기준으로 삼는 'KBS제작가이드라인'에서도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후보자 또는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라고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제작진은 "정치적인 의사 표명을 하지 못하도록 제작진이 협박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마치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매우 자의적인 주장"이라며 "황교익씨가 자의적인 해석과 주장으로 KBS와 제작진의 명예와 제작자율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정치의사 표명은 자유이지만 방송이 선거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감안해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특정 인사에 대해 방송 출연을 잠정 중단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매우 자의적인 주장입니다. 황교익씨는 과거에도 '아침마당'에 출연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대선 후에는 얼마든지 출연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면 애초에 섭외를 하기나 했겠습니까?


    이처럼 '아침마당' 제작진이 황교익에 대한 출연 정지 조치는 'KBS제작가이드라인'에 따른 합리적인 조치라고 반박하자 황교익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그 원칙이 잘 지켜졌는지 되물어보겠다"며 "송해 선생은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로 박근혜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는데, 그럼에도 출연 금지는 없었다. 나에게도 '송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교익이 과거 송해의 사례를 들며 자신에게 내린 KBS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논리를 전개하자 KBS는 당시 송해 선생이 정규 방송 하루 전 날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돌발 발언을 했는데 수천 명의 관객들과 많은 출연자들이 참여한 녹화 방송을 하루 전에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방송이 이뤄졌고, 과거에도 개그맨 최형만이나 씨름선수 이만기, 방송인 하일 등도 같은 원칙에 따라 선거 기간 이전에 출연을 정지시킨 바 있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황교익의 주장에 대한 KBS의 공식 입장 전문.

    논란이 된 방송은 18대 대선 3일전인 2012년 12월 16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두 달여 전인 10월 14일 칠곡군에서 송해 선생 사회로 녹화됐습니다. 그런데 송해 선생이 정규방송 하루 전인 12월 15일 오후,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돌발 발언을 했습니다. 제작진은 당시 방송 여부를 긴급히 재검토했으나, <전국노래자랑>의 경우 수천 명의 관객들과 많은 출연자들이 방송을 전제로 참여해 녹화한데다, 이미 편성이 돼 공지된 방송을 하루 전에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상황판단하에 방송이 이뤄졌습니다.

    현재는 공식 선거기간이 아니지만 황교익 씨의 경우 2월 말에서 3월 정도에 방송할 예정으로 섭외한 상황이어서 향후 대선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3월이 되면 공식적인 선거기간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이 황교익 씨에게 전화로 제안한 것은 ‘출연금지’가 아니라 선거기간을 지나서 방송을 하자는 ‘일정 연기’를 얘기한 것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 논란은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개그맨 최형만 씨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해 아침마당 제작진이 이를 인지한 뒤 출연정지 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또 이만기 씨는 지난해 총선 출마를 했고, 하일 씨는 지난해 전국구 후보 신청을 했는데 제작진은 이들에 대해서도 선거 기간 이전에 출연을 정지시킨 바 있습니다. KBS는 황교익 씨와 같은 사례 발생 시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을 원칙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할 것임을 밝혀드립니다.


    한편 황교익은 KBS가 공식 입장을 통해 블랙리스트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번엔 원로 배우 최불암이 5년 전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지 않았던 경우를 예로 들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한 최불암이 여전히 KBS '한국인의 밥상' 진행을 계속 맡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KBS에서 "시사프로그램과는 달리 교양프로그램은 제작진이 자율적으로 교체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최불암을 강제적으로 출연 정지시킬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던 것을 거론한 것.  

    이를 근거로 황교익은 "당시 KBS가 밝혔던 공식 입장과 자신에게 한 말이 많이 다르다"며 'KBS의 출연 정지 방침이 형평성에 어긋난 조치였다'는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최불암 선생의 예도 들겠습니다. 당시 KBS의 입장을 잘 읽어보십시오. 당시 KBS는 "(특정 정치 후보 캠프에 참여한 인사의 경우) KBS 내부 규정상 당연히 시사프로그램을 맡을 수 없으나 진행자가 정치적 의사를 피력할 여지가 없는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교체를)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나는 송해 선생, 최불암 선생을 논란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우리 사회의 어른입니다. 정치적 신념이 어떠하든 이 분들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KBS는 이 정도에서 사과하고 블랙리스트를 포기하는 게 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