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 공감대 표하며 潘에 "오셔야 하는 것 아니냐"했지만…
  • ▲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낙상 주의'를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이 보폭 넓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자칫 미끄러질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낙상 주의'를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이 보폭 넓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자칫 미끄러질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낙상 주의'를 언급하며 은근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개헌 등에 공감대를 표하면서도 새누리당과 함께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1일 새누리당을 예방해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인 비대위원장은 "제가 최근에 보수주의·진보주의 대신 '낙상 주의'로 이념을 바꿨다"면서 "겨울은 여기저기 다니다 낙상하기 쉬워서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이날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전반적으로 농담을 통해 순탄한 대화를 풀어갔다. 먼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을 개혁으로 이끈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정우택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제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됐을 때 도지사를 하셨다. 많은 지원을 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인 비대위원장 역시 여기에 대해서는 "반 총장님이 처음에 한국에 오셨을 때 친문(親文·친문재인)과 친박 패권을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잘 꿰뚫어 보신다고 생각했다"면서 "총장님만 저를 높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어 "지금 총장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제가 지난 13일 기자회견 통해 말씀드린 그 내용 그대로"라면서 "지적 재산권을 가져갔나 싶을 정도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아가 "몇 사람들이 반 총장님을 너무 좋아하는 문제는 있지만, 패권도 없고 갈등도 없어 우리 당만 편안하다"면서 "총장님은 우리와 생각이 너무도 같아 밖에 계실 게 아닌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법률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재치있게 받아쳤다.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덕담을 건넨 셈이다.

    반 전 총장은 같은 자리에서 개헌을 고리로 대통합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일부 당이나 대표가 동의하지 않으면 동의하는 정파끼리라도 '개헌협의체'를 가동해 동력을 걸자"면서 "새누리당에서도 적극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개헌특위 위원장(이주영 의원)을 만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대오각성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합쳐야 한다"면서 "전부 자기 기득권을 찾고 있으면 타협이 안 된다"고 했다. 적전 분열된 보수진영의 통합을 위해서 힘 써달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인 비대위원장이 '낙상 주의'를 언급하면서 반 전 총장은 "알겠다"고 짧게 답했고, 회의는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낙상 주의는 미끄러운 빙판에서 넘어지는 것을 주의하라는 경고 메시지다. 반 전 사무총장은 최근 새누리-바른 정당-국민의당 등 범보수와 일부 야권까지 아우르기 위한 대통합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인 비대위원장이 말한 낙상 주의는 보폭 넓은 그의 행보에 '그러다 미끄러질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보수 후보로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 반 총장으로서는 새누리당과 먼저 손을 잡으면서 '집토끼'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하려는 제각각 이해관계를 내세우면서, 정치권에서는 보수 대통합의 '빅텐트'가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 격차를 갈수록 좁혀가고 있다"면서 "황교안 권한대행은 계속 상승세다. 추세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황 권한대행으로 경선을 치르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