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직전 손 내밀었지만 냉담한 반응 … '최순실 사태' 피해갈 카드 무력화
  • ▲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정우택 원내대표(왼쪽). 인 비대위원장은 전날 반 전 총장에 '낙상주의' 발언을 했지만,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정우택 원내대표(왼쪽). 인 비대위원장은 전날 반 전 총장에 '낙상주의' 발언을 했지만,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반 전 총장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의 뒤늦은 후회가 묻어났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10년의 유엔 사무총장 경험이 대한민국을 위해 귀하게 쓰이길 진심으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자산"이라며 "작금의 대한민국 외교적 위기 현실에서 저희도 수시로 자문하고 고견을 듣겠다"고 했다.

    그는 "잘못되고 뒤떨어진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동기, 협치와 분권, 대선전 개헌, 국민 대통합과 대타협 등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적 지평으로 역설했던 뜻은 우리 시대의 절실한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고 공감대를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반 전 총장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반 전 총장께서 경험한 대로 대한민국 정치는 세계적 자산 품을 만큼 아량이 넓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공학과 진영논리를 강요하는 정치 현실을 지난 3주간 몸소 체험했으리라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가 지적한 대로,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불출마 선언이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보도하는 언론과 진영논리를 강요하는 정치권의 현실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 현실에 새누리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역시 반 전 총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으로 접근해놓고, 이제 와 정치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앞서 전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을 만나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양 진영으로 사람을 갈라놓고 보수냐 진보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대오각성해 대통합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아가 "누구든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전부 자기 기득권을 찾고 있으면 일이 안 된다. 타협이 안 된다"면서 "개헌 추진협의체를 만들어서 개헌해보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대선 불출마 고민을 새누리당에 털어놓은 셈이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반 전 총장님만 저를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이날 반 전 총장은 새누리당에 호의적이었지만, 새누리당의 반응은 냉담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반 총장은 생각이 같아 밖에 계실 분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저는 진보주의도 보수주의도 아닌 낙상주의"라고 맞받았다.

    특히 "겨울은 여기저기 다니면 낙상하기 쉬워서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면서 "나이가 들어 미끄러져서 낙상하면 힘들어진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반 총장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겠다는 설명에 "여기저기 움직이지 말고 집에 있는 것이 좋다"고 훈수를 둔 셈이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그간 자신이 보수주의자임을 강하게 표방해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 위안부 합의도 일견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의 기조와 가까운 대선후보로 분류됐다.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최순실 사태'와 무관한 후보라는 점은 보수진영 후보로서 최대 강점이자 새누리당에 가장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그를 냉대했고, 반 전 총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막상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새누리당은 당일에도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 당은 그분이 쌓아온 국제외교에서의 높은 경륜이 국가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했고, 그 일에 우리 당이 어떻게 협력할까를 모색하던 중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