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 많이 했지만 선동 아닌 법 따라야"… 潘 불출마에도 "문재인은 안 돼"
  •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DB
    ▲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DB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어느덧 만 두 달이 다 돼 간다. 

    길어지는 탄핵심판은 이른바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 민심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구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8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지역이다.

    지난 1~2일 대구 주민들을 만나보니 크게는 박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층과 큰 실망에 돌아선 사람들로 나눌 수 있었다. 주민들 간 대치가 이어지면서 말을 아끼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시시비비는 분명히 가리고, 선동이 아닌 법에 따라야 한다'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 "실망 많이 했지만… 선동 아닌 법 따라야" 

    동대구역에 도착해 서문시장으로 이동 중에 만난 택시기사 강모(59)씨에게 헌법재판소가 탄핵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거라 보는지 물어봤다. 강씨는 "아무래도 탄핵되지 않겠나. 잘못한게 있으면 벌은 받아야한다"면서도 "너무 억지로 하면 안 된다. 법에 따라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택시에서 내려 서문시장을 돌다가 만난 주부 이모(68·여)씨는 현 시국에 대해 "너무 거짓이 많고, 국민들이 너무 흔들린다"면서도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지"라고 지적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순수하고, 자기 말마따나 나라하고 결혼했다고 해서 우리는 잘할 줄 알았다"라며 깊은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상당수는 언론보도에 문제가 많다고 성토했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던 60대 남성 중 한 명이 "티비(TV)를 틀면 맨날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어댄다. 정말 심한 거 같고 편파적인 것도 문제"라고 언론을 비판하자 옆에 있던 남성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보도를 해야지. 옳은 건 옳고 그른 건 그르다고 정직하게 보도해야한다"고 거들었다.

    택시기사 박모(62)씨는 "신문이나 방송이 보도하는 것과 우리가 알고자하는 것과 너무 다르다"며 "화장실 변기나 머리 손질하는 것 등 대통령의 사생활까지 끄집어내는데 저런 것도 언론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촛불집회보다 태극기집회 참여자가 더 많다"면서 "미국 언론을 보면 30만명정도 라고 하는데 우리는 300만하는 걸 보면 아이고 참"하며 말문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내 딸도 자기 친구가 굉장히 나쁜 쪽으로 얘기를 하던데 젊은 사람들이 너무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선동돼서 휩쓸리는걸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돈세탁이나 이런 부분에서 말이 많지 않았나. 문재인도 대북결재 등 의혹이 있지 않은가"라며 "박 대통령이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야당은 도대체 뭘 잘했나"라고 반문했다.


  • 대구 서문시장. ⓒ뉴데일리 DB
    ▲ 대구 서문시장. ⓒ뉴데일리 DB



    ◆ 탄핵으로 갈라선 대구민심… 말 아끼는 사람도 늘어 

    박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특히 탄핵을 강하게 추진했던 야당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매천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최모씨는 "대통령 혐의 없는 거 다 아는데 국민들을 부추겨서 어떻게든 정권 잡으려고 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질타했다.

    야당의 탄핵 강행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총리 추천해달라고 제안했을 때도 괜히 덤터기 쓸까봐 안하다가 결국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행을 맡았다"라며 "얼마나 잘하나. 야당은 지금 후회될 것이다. 황교안 대행 지지율 오르는 걸 보면 자기들 발등 찍은 거라"고 지적했다.

    수성구에 거주하는 30대 청년은 "김칫국 마시고 있는 거다. 혐의가 밝혀져서 죄가 있으면 벌을 받으면 되는 건데 선동하는 등 지나치다"라며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나가기는 너무 나간 듯싶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가 예전처럼 박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만을 보내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듯,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노점상을 운영하던 김모(58)씨는 "대구에서도 탄핵 돼야한다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한테 확 그런(지지층)이 아니더라도 젊은 사람은 물론 나같은 사람도 당장 탄핵됐으면 한다"면서 "최순실이랑 '한주머니 돈'이라고도 하지 않냐"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50대 후반의 택시기사 손모씨도 "대구·경북 사람들 박근혜 대통령에 굉장히 기대감도 컸고 표도 몰아줬는데 어쨌든 홀렸다"라며 "이 지역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능력없이 홀린 거 같다. 나중에는 심한 욕하는 사람들도 많아지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좋은 감정이 많았었다고 강조하면서 그만큼 실망이 컸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탄핵을 놓고 대구 시민들끼리 의견 대립으로 이어지자 말을 아끼는 분위기도 커졌다.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아무래도 대구가 보수성향 사람들이 많으니까 탄핵 안된다는 분들이 많지만, 의견이 다른 사람도 많아서 함부로 얘기하기가 그렇다"면서 "개인적은 주관들은 갖고 있는데 말을 잘 안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동대구역. ⓒ뉴데일리 DB
    ▲ 동대구역. ⓒ뉴데일리 DB


    ◆ 반기문 불출마 선언에 고심 깊어져… 황교안 대안론 뜨나

    지난 1일 여권후보로 거론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층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 시민들은 이번 탄핵정국과 반기문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퇴장이 맞물리면서 누구를 찍어야할지 고민이 깊은 모습이었다. 다만 이런 가운데 최근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황교안 총리에 대해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60대의 택시기사 이모씨는 "대구가 지금 누구를 지지한다거나 이런 게 없다"며 "지금 대통령에 나설만한 사람이 없어 다들 지켜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황교안 총리가 물망에 오른다는데, 반기문 전 총장이 나가고 하니 보수의 유일한 주자로 더 그런 거 같다"고 평가했다.

    카페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고모씨(29)는 "아무래도 황교안 총리한테 표가 가지 않겠나"라며 "내 주변에도 그런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기문 전 총장의 중도이탈에 대해서는 "반기문 전 총장의 경우 어느 정당에 들어가느냐보다 국민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는지를 기대했다"라며 "그런데 그간 여기저기 접촉하는 등의 행보를 보니 상당히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나 자신을 전직 직업군인이었다고 소개한 70대 남성은 "대선주자들 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굳이 고르자면 그래도 황교안 총리가 낫지 않겠나"라며 "내가 오늘 사람들이랑 등산을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표심이 반가(潘家)에서 황가(黃家)로 옮겨가는 그런 대세론이 만들어지는 거 같더라"고 했다.

    보수주자로 현재 황교안 총리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누구를 지지할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하게 반발했다.

    택시기사 이씨는 "내 주변 10명한테 물어보면 10명이 다 문재인은 대통령 안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지도가 30% 이렇게 나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면서 "선거도 안했는데 대통령 된 것처럼 군다"면서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회사원 정모씨 역시 "설 연휴 맞아 부산에 다녀왔는데 집안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 지지도가 30%가 넘는 거에 대해 의아해하더라"라며 "표본조사를 해보면 다르게 나올 거라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