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같은 밥솥이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 더 비싸고 잘 팔려”
  • 북한 측이 한국기업들이 남겨둔 개성공단 재고품을 中국경지대에 무단 판매하고 있다고 RFA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북한 측이 한국기업들이 남겨둔 개성공단 재고품을 中국경지대에 무단 판매하고 있다고 RFA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중국에서 한국제 밥솥이 팔리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중국 변방에서 갑자기 한국제 밥솥이 대량으로 판매되는 것, 그 공급자가 북한 당국이라는 점은 이상하다.

    최근 中-北 국경지대에서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이 대량으로 팔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3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중국 대북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서 제조한, 남한의 유명 브랜드 전기압력밥솥을 중국에 내다 팔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한국 제품을 내다팔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 12월 중순 경으로, 정확한 수량을 모르지만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전기압력밥솥을 구매한 사람은 한국인 사업가로 알려져 있는데, 선양, 연길 등의 한국제 상품을 파는 상점에 되팔아 이윤을 남겼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中-北 접경지대의 한국제품 판매상은 “2016년 12월 초순, 평소 왕래가 없던 북한 사람 4명이 찾아와 ‘개성공단에서 만든 전기압력밥솥을 낮은 값에 구매할 의향이 있느냐고 제의해 왔다”면서 “당시 그들을 밥솥이 6,000개나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 판매상은 한국제 전기압력밥솥을 대량으로 팔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가 나중에 ‘복잡한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구매를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이 판매상이 ‘개성공단 생산 전기압력밥솥’을 구매할 생각을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원산지 표시 때문이었다고.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은 ‘메이드 인 코리아’로 표기되는 반면 中칭다오 공장에서 만든 같은 제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기되는데, 중국인은 물론 북한 사람들에게도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표기된 제품이 더 인기가 있고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016년 2월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때 한국 기업들이 만든 재고 제품과 원자재, 설비 등을 일절 갖고 가지 못하게 했던 점을 언급한 뒤 “지난 1년 동안 북한 내부에서는 개성공단의 재고품이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한국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의 공장 시설, 제품이 고스란히 보관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북한 당국의 속성을 몰라서 하는 말,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탈북자의 평도 덧붙였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재고품과 설비, 자재 등을 자기네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것이라는 예측은 2016년 2월 북한이 개성공단의 한국 관계자들을 모두 강제로 쫓아낼 때부터 나왔다.

    YS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건설 중단 때나 금강산 관광 중단 때에도 북한 측은 사람들만 쫓아낸 뒤 그곳에 남아있던 원자재, 장비 등을 군사용으로 전용하거나 해외에 처분에 외화를 마련하는 데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말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지급한 보상액은 4,888억 원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