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또 이렇게 좋은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고 행운이었죠."

    배우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로 데뷔 10년 만에 맞춤옷을 입은 듯 캐릭터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2013년 이후 최근까지 한 해도 거스르지 않고 작품을 해왔다.

    영화 '제보자', '상의원', '은밀한 유혹', '그날의 분위기', '해어화', 드라마 '맨도롱 또똣',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 무대를 오가며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했다.

    이처럼 그의 필모그래피가 점점 두껍게 쌓인 반면에 '응답하라 1994' 이후 흥행작이라고 평가할 만한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결국 인생 캐릭터를 만나며 유연석의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 의학 드라마의 恨(한) 다 풀었다

    유연석은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의대 수석 출신의 까칠한 수재 의사 '강동주' 역을 소화했다.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금수처처럼 살고 싶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원리원칙주의자다. 그는 2008년 첫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MBC '종합병원2'에서 의사 역할을 맡았지만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에 머물며 메스 조차 잡지 못했다.

    당시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의학용어들을 공부하고, 의국에서 실습과 수술 참관했던 것들을 꼼꼼하게 수첩에 기록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유연석은 그때의 낡은 수첩을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다시 꺼내들었다. 자문 의사 도움을 받아 새로운 의학 지식을 보강하고 의술의 디테일을 채워 연기에 활용했다.

    "'종합병원2'는 첫 드라마여서 시간을 많이 할애했는데, 안타깝게 준비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매회 수술과 치료 장면이 있다보니 그 한을 다 풀었어요. 마지막 끝날 때 의사들이 의대 들어올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으니까요."

    "의학드라마 대본을 보면 마치 암호처럼 쓰여있을 때가 있고, 뜻을 이해하고 암기해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대사가 꼬이기도 하죠. 전문직 연기요? 배우로서 경험할 수 없는 직업을 심도 있게 파헤쳐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낭만닥터뿐만 아니라 나중에 낭만경찰, 낭만기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 ★ 김사부 한석규, 그리고 현실 사부

    '낭만닥터 김사부'는 지방의 초라한 돌담 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한석규)와 열정이 넘치는 젊은 의사 강동주(유연석), 윤서정(서현진)이 펼치는 진짜 닥터 이야기를 그린다. 한석규와 유연석은 2014년 영화 '상의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영화에서 역할 특성상 제가 왕이고 한석규 선배가 어침장이라는 신분때문에 눈을 마주치고 연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는 눈맞춤은 기본, 서로 싸우고 대들고 심지어 육탄전까지 벌이죠. 오히려 더 정이 많이 들었어요. 촬영 때마다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드라마 속 김사부가 아닌 실제로도 사부였죠."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를 졸업한 유연석은 동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오는 3월부터는 석사 논문 주제를 정할 계획이다. 목적을 두고 학업을 이어나기보다는 학교생활 자체가 재미있고 자극제가 된다는 그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출연 또한 배우로서의 즐거운 도전이었다.

    "지금은 가천대로 가셨는데, 이순재 선생님이 교수님으로 계실 때 수업도 받고 제가 연출에 참여한 '리어왕' 작품 지도를 해주셨어요. 연기인생 60년 헌정공연으로 지난해 이순재 선생님이 주인공인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올라갔는데, 지방 공연에서는 제가 작은 역할로 무대에 서게 됐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무대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이 있었어요. 뮤지컬 첫 도전은 운 좋게 좋은 작품을 만나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보고 나서 잘했다는 칭찬을 해줬어요. 기회가 되면 꼭 뮤지컬이 아니어도 연극 등 공연 무대에 많이 서고 싶어요"

    ★ 시청자 애간장 녹인 베스트 커플

    유연석과 서현진은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과 로맨스 열연으로 완벽한 핑크빛 케미를 빚어냈다. 두 사람은 1회 방송부터 키스를 시작으로 14회 분에서는 두 번째 키스를 하며 한층 더 달달한 애정신을 선보였다. 지난해 연말 진행된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는 베스트 커플상, 키스 장인상을 수상하며 환상의 커플임을 입증했다.

    "솔직히 의학드라마라 멜로가 부각되지 않아 커플상 예상을 못했어요. 대놓고 받고 싶다고 했는데, 진짜로 상을 주셔서 기분이 좋았죠. 서현진 씨가 털털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요. 실제로는 제가 오빠지만 극중 연하이다보니 가끔씩 애교도 부리면서 편하게 촬영했어요."

    "1회부터 키스신이 나와서 부담됐어요. 그러다 후반에는 수술신보다 멜로신에 더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적은 분량이지만 잘 찍어보려고 많이 노력했거든요. 호흡이 잘 맞아 좋은 장면들이 탄생한 것 같아요. 굉장히 저를 설레게 하고, 긴장하게 했던 파트너에요."

  • 다음은 유연석과의 일문일답

    -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 제작? 스태프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작품이 끝나서 시원섭섭한 것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팀워크가 워낙 좋다보니 시즌2가 아니더라도 다른 장르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이 팀과는 웰메이드 드라마 한 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 최근에 본 공연? 장진 감독의 연극 '꽃의 비밀'을 지난 24일에 봤다. 작년에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 공연이 많이 올라갔는데, 그 중에서 '함익'이 인상적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 함께 출연한 윤나무가 주연이라 배우들과 단체 관람했다.

    - 좋아하는 걸그룹? 씨스타를 좋아한다. 드라마 촬영하면서 심폐소생술(CPR) 장면이 있는데, 씨스타의 데뷔곡 '푸시 푸시(Push Push)'가 연상되더라. CPR하자는 대신 푸시푸시하자는 장난을 많이 쳤다.

    - 보양식? 드라마 촬영 때 서현진, 진경 배우가 소화가 불편해 같은 한의원을 다녔다. 저도 눈떨림이 심해져 두 분이 다니는 한의원을 같이 갔다. 한약을 먹게 되면 고기, 밀가루를 먹지 말라고 하니까 세 사람이 식단이 같아졌다. 파주 근처의 구이, 초밥, 고등어찜 등 각종 생선류 음식점은 다 섭렵했다.

    - 카메오 출연? 힘들고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 김혜수 선배님은 의학 용어나 '낭만닥터 김사부' 전편을 다 찾아볼 만큼 완벽하게 준비하고 오셨다. 사실 드라마에서 한석규 선배님 손 대역을 하기도 했다.

    - Mnet 예능 '위키드'? 배우의 행보로 이득을 얻고자 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멘토로서 아이들을 위해 뭔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 결혼? 아직까지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응답하라 1994'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저라는 배우를 보여줄 수 있었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 2017년 계획? '낭만닥터'를 마쳤으니 '낭만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드라마 하면서 건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가족 모두와 건강검진을 받을 계획이다. 시청률 공약으로 소아병동에서 환우들과 시간을 보냈는데, 앞으로도 그런 기회를 자주 갖고 봉사를 다니려고 한다.


    [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